반갑지 않은 상춘객 발길…지역사회 ‘벌벌’

입력 : 2020-03-27 00:00 수정 : 2020-03-27 23:30
20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매화마을에 관광객 방문 자제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데도 상춘 차량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전남 광양 매화마을 가보니

매화축제 전격 취소에도 열흘간 31만명가량 방문

지역 어르신들 감염 공포

관광객, 식당 방문은 꺼려 상권 활성화에 도움 안돼

시의 안일한 대처 지적도
 


20일 오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매화마을. 휴일도 아니었지만 주차장엔 승용차가 빼곡했고 매화나무 아래는 상춘객들로 붐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광양시가 매년 열어오던 ‘매화축제’를 전격적으로 취소했지만 봄기운을 느끼려는 관광객의 발길은 막지 못했다. 공용화장실 앞엔 줄이 늘어서 있었고, 좁은 화장실 내부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종종 목격됐다. 광양시에 따르면 매화가 정점인 6~15일 31만명가량이 봄놀이를 즐겼다. 하루 평균 3만명이 넘는 인원이 이곳을 찾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100명 안팎으로 꾸준히 나오는 상황에서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자 지역사회의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한 마을주민은 “농촌에 고령자가 많아 전염병 공포가 도시보다 더 심하다”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니 이 가운데 감염자가 있을까봐 겁이 난다”고 전했다.

시의 안이한 대처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주민은 “축제를 취소했으면 관광객이 몰려들지 않도록 입구를 통제하든지, 그렇게 못한다면 관광객 발열체크라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지자체가 팔짱만 끼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관광객 방문이 상권 활성화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찾아오는 이들이 꽃구경만 하고 바로 자리를 뜨는 사례가 많아서다. 마을 가까운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평소와 달리 코로나19로 밀폐된 장소를 꺼리는 탓에 식당 내부가 텅 비어 있을 때가 대부분”이라면서 “어떤 관광객들은 아예 차로 드라이브만 즐기고는 곧바로 다른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실농사를 짓고 가공품을 판매해온 지역농민들의 타격도 상당하다. 김충현 다압농협 조합장은 “이곳 농민들은 축제 시즌에 매실 장아찌나 진액을 팔아 1년간 생계를 유지한다”면서 “조합 차원에서 인근 대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판로를 확보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인파가 몰리자 이를 예상 못한 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시 관광과 관계자는 “2월초 매화축제 취소를 결정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플래카드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마을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면서 “그런데도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아 관광객간 또는 관광객과 주민간 접촉으로 코로나19가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역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축제현장 입구 통제를 실제로 논의했으나 상인 반발, 사유지와 지방도로를 봉쇄할 법적 근거 미약, 5개 이상 입구를 막을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실행되지 못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광양=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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