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가는 고랭지감자… “곧 햇감자 쏟아질 텐데 막막”

입력 : 2020-03-06 00:00 수정 : 2020-03-08 17:12
강원 홍천군 내면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이신재씨(맨 오른쪽)가 자신의 개량창고(토굴)에서 출하 작업 중인 감자를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원지역 주산지 가보니

지난해 작황 좋아 생산량 증가 소비위축·코로나19사태 겹쳐

판매량 급감…가격도 반토막 농가 “영농비 고스란히 빚으로”

평창지역 재고 5000t넘을 듯 토굴 보관 물량은 싹까지 나

지역농협 등 특판행사 전개
 


“지난해 작황이 좋아 고랭지감자 생산량은 늘었는데, 소비부진이 지속적으로 이어진 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판매량과 시세 모두 뚝 떨어졌어요. 이달 하순께부터 남쪽지방에서 햇감자가 본격 출하되면 고랭지감자 판로는 더 막막합니다.”

고랭지감자 대표 산지인 강원 홍천군 내면에서 5만2892㎡(1만6000평) 규모로 감자농사를 짓는 이신재씨(59·자운1리)는 “‘왕왕’ 등급 기준으로 지난가을 20㎏들이 한상자당 1만7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던 감자값이 지금은 1만~1만2000원선까지 주저앉았다”며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최소 2만원은 받아야 손익분기점인 것을 고려하면 반토막 수준인데, 이마저도 폐기처분하지 않으려면 제주·전라도 등지에서 햇감자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전에 빨리 팔아야 한다”며 “그러나 코로나19 때문에 외식수요가 더 준 데다 초·중·고등학교 개학 연기로 학교급식마저 중단돼 판로가 꽉 막힌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감자농가 최종순씨(62·창촌3리)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등 도매시장에서 감자를 받으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농사에 투입된 각종 영농비를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게 된 농가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농가들의 한숨을 반영하듯, 내면농협(조합장 이성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저온저장고엔 감자 상자들이 빼곡했다. 내면농협은 지난해 지역농민들이 생산한 감자 가운데 아직 2500여t이 재고로 남은 것을 확인하고, NH농협 홍천군지부(지부장 박정균)와 함께 2월24일부터 ‘고랭지감자 팔아주기 운동’에 전격 나서고 있다.

가격은 10㎏들이 감자 한상자에 1만원이다. 감자 판매를 위해 내면농협은 사무실 필수 인원을 제외한 모든 임직원을 감자 배달에 투입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3일까지 판매한 물량은 12t이다.

이성호 조합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부산 등 영남권으로 출하되던 물량이 뚝 끊겨 타격이 크다”며 “그렇다고 산지폐기 비용도 만만치 않은 까닭에 농민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농협이 앞장서서 구매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평창·강릉·정선 등 도내 다른 고랭지감자 주산지들도 대체로 비슷하다. 평창 진부농협(조합장 이주한)은 지역 내 감자 재고량이 5000t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저온저장시설이 없어 개량창고(토굴) 등에 보관해온 감자들은 봄을 앞두고 싹을 틔우기 시작해 더욱 갈 곳을 잃었다.

이주한 조합장은 “최근 햇감자 가격이 20㎏들이 한상자에 9만원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묵은 감자값도 반짝 반등해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다시 폭락장세로 돌아섰다”며 “지난여름 고랭지무를 산지폐기했던 악몽이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데 감자 문제까지 겹쳐 산지농가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호소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내 곳곳에서도 감자 팔아주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양구군농협(조합장 권덕희)도 최근 감자 2t을 팔아줬다. 강원도 또한 14일까지 수도권 7개 하나로마트에서 강원감자 특판행사를 이어간다. 도 관계자는 “재배농가들을 돕기 위해 감자 재고량 소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천=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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