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선별진료소 “의심환자 오면 체온 재고 문진하는 수준”

입력 : 2020-02-14 00:00 수정 : 2020-02-15 23:32
전남지역의 한 보건소 내 선별진료소에서 당직자가 한 주민의 체온을 재고 있다.

전남 농촌지역 선별진료소

엑스레이 등 의료장비 부족 ‘신종 코로나’ 대응에 한계

도내 감염내과 전문의 2명뿐 1인 음압병상도 20여개 불과
 

 

“엑스레이요? 신청은 해놨는데 의료기기 회사에 재고가 없다네요. 다음주에나 도착하려나….”

12일 오전 전남 농촌지역에 있는 한 보건소 앞 선별진료소. 감염예방 복장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진료소 당직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에 의한 폐렴을 확인할 엑스레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남도가 급하게 내린 예산으로 엑스레이 장비를 구비하려고 했으나, 전국 시·군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신청하는 바람에 수령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 내원 시 (선별진료소) 행동지침’에는 ‘폐렴 의심증상 시 흉부방사선 촬영으로 폐렴 여부를 확인’하라고 돼 있다.

전남의 다른 보건소 내 선별진료소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선별진료소 당직자는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가 오면 체온 재고, 문진과정에서 기침과 같은 증상이 있는지만 확인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전남도에 이동형 엑스레이 기기를 신청한 시·군 지자체는 전체 22곳 중 20곳. 이 가운데 11일 현재 엑스레이를 갖춘 보건소는 담양·보성·고흥 등 7곳에 불과하다.

부족한 전문 의료인력과 인프라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도내 감염내과 전문의는 목포와 순천에서 활동하는 2명이 전부고, 전염병 치료에 필수적인 1인실 음압병상 역시 통틀어 20여개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확진자가 나오면 지역에 따라 길게는 두시간 넘게 후송차량을 타고 광주광역시 대학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이보라미 전남도의회 의원은 “최근 도내 신종 코로나 대응상황을 점검해본 결과 시·군 곳곳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의 운영역량이나 시설 편차가 너무 크고,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병상·의료진이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빨라지기라도 하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내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의사들도 이른바 돈이 되고 일하기 편한 전공을 택하려는 경향이 있어 양질의 전염병 전문가를 양성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정부가 진작에 공공의료 체계를 튼튼히 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광역단위의 상시 전염병 방역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전염병 출현 횟수가 늘고 변종 바이러스가 날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 들면 그만큼 대응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은 “광주의 한 병원에서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지자체에서 우왕좌왕하다 초기 대응이 늦어진 사례가 있다”면서 “이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도별로 의학계와 행정기관이 협력해 전염병 전문가로 구성된 방역지원단을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전염병 전문가를 양성하고 충분한 전용 치료실을 꾸릴 수 있도록 정부가 공공의료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 역시 “기후 변화, 외국 여행객 급증 등으로 갈수록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전남권에 거점 감염센터를 설립해 대도시 의존적인 의료체계를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안=이문수 기자 leemoons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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