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염소의 ‘밤나무’ 습격…피해 눈덩이

입력 : 2020-01-24 00:00 수정 : 2020-01-26 23:27
경기 연천의 밤농가 김양원씨가 야생화한 염소가 껍질과 줄기를 갉아먹어 말라 죽어가고 있는 밤나무를 근심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경기 연천 피해농장 가보니

몇년전 인근 염소농장서 탈출 겨울철 먹이 부족으로 침입

상품성 높은 4~6년생 공격 껍질·줄기 갉아먹어 ‘고사’

면사무소에 도움 요청해도 “퇴치 법적 근거 없다” 외면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야생화한 염소들이 수시로 밤농장에 들어와 나무껍질을 벗기고 줄기를 갉아먹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면사무소에 대책을 호소해도 아직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답답할 따름입니다.”

경기 연천군 장남면 원당1리에서 5만㎡(1만5125평) 규모로 밤농사를 짓고 있는 김양원씨(67)는 요즘 밤나무밭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설을 앞두고 지난해산 밤의 출하처를 찾기에도 바쁜데, 이 와중에 야생염소들과 전쟁을 벌여야 해서다.

김씨는 “몇년 전 인근 염소농장에서 10여마리의 염소가 탈출한 뒤 야생염소가 됐다”면서 “겨울철 먹이가 부족해서인지 최근 수시로 우리 밤농장에 침입해 날카로운 이빨로 껍질과 줄기를 갉아먹어 피해를 주고 있다”고 속상해했다.

실제 염소의 습격을 받은 김씨 농장의 밤나무들은 껍질이 벗겨져 수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속살을 드러낸 채 말라 죽어가는 상황이다. 피해규모는 전체 밤나무 1500그루 중 10%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본격적으로 밤 수확에 들어갈 4~6년생 나무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김씨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햇살이 좋은 우리 농장에 염소들이 자주 출몰하는 것 같다”면서 “밤나무는 5년생이 돼야 비로소 상품성 있는 밤이 열리는데, 껍질이 연한 이무렵 수령의 밤나무가 주로 피해를 봐 마음이 아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피해가 확산되자 김씨는 한달 전 염소 주인 측에 이들 염소의 퇴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주인 측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나도 어쩔 수 없어 오래전에 포기했으니 알아서 잡아라”가 전부였다.

이에 김씨는 밤농장 주변의 철조망을 정비하고 덫을 놓는 등 여러가지 자구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김씨는 “장남면사무소에도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면사무소의 답변은 ‘군청 환경보호과에 문의한 결과 염소는 유해조수가 아니어서 퇴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현재 김씨의 민원은 군 환경보호과에서 축산과를 거쳐 연천경찰서로 이첩돼 있는 상태다.

본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장단면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피해규모 확인을 완료했고, 유해조수는 아니지만 주민의 재산상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경찰서와 협력해 이른 시일 내에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염소 주인 측도 “16일 지역주민과 협력해 어미와 새끼 염소 3마리를 잡았다”며 “앞으로 경찰서·면사무소와 협력해 조만간 염소 퇴치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20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갖은 고생을 하며 유기농밤농장을 일궜다”며 “하루속히 야생염소 걱정 없이 마음 놓고 밤나무를 키우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김씨의 경우처럼 야생화한 가축으로 인한 농가 피해가 늘자 2017년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이 들개 등 야생화된 동물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 또는 관리할 수 있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현재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연천=황송민 기자 hsm777@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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