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승하차 꼼꼼히 챙겨…어르신들 “버스타기 한결 수월”

입력 : 2020-01-13 00:00 수정 : 2020-01-14 00:18
 ‘농촌 장날 버스도우미’ 사업으로 경남 합천지역 농촌 어르신들의 장날 나들이가 한결 편해졌다. 도우미 김영애씨(오른쪽)가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하차를 돕고 있다.

경남 합천 ‘농촌 장날 버스도우미’ 따라가보니…

짐꾸러미 옮기고 자리 안내

버스기사 대신 요금도 받아 근황 묻고 말동무 역할까지

이용객들 “매우 만족” 호응
 


경남 합천장이 열린 8일, 장터 앞 버스터미널. 율곡면 본천1·3구를 거쳐 영전2구로 가는 서흥여객 농촌버스가 들어오자 어르신들은 주섬주섬 보따리를 챙기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버스 문이 열리자 ‘농촌 장날 버스도우미’ 김영애씨(50)가 “어르신들, 천천히 타세요”라며 환한 웃음과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기다리는 이를 만난 듯 어르신들도 반갑게 미소로 화답했다.

김씨는 먼저 양손에 짐을 든 어르신들의 꾸러미를 받아 버스 안으로 옮기고 손을 붙잡아 자리로 안내했다. 다음은 보조보행기에 짐을 가득 실은 어르신들 차례. 김씨는 보조보행기를 들고 뒷문으로 이동해 차 안에 차례로 실었다.

 김씨(앞줄 왼쪽)가 자리에 앉은 어르신들을 찾아가 기사 대신 차비를 걷으며 안부를 묻고 있다.


버스 안은 17명의 승객과 보조보행기 4대, 짐꾸러미들로 꽉 찼다. 어르신들이 자리에 다 앉자 김씨는 버스기사를 대신해 요금을 걷으며 오늘은 뭘 샀는지, 건강은 어떠신지 등 어르신들의 근황과 안부를 꼼꼼히 챙겼다.

오일장날이면 꼭 장을 보러 나온다는 이한정 할머니(71·본천1구)는 “시상 편해, 고마. 이 양반이 짐 들어 내라주지, 내려가가 붙들어주지, 이마이 좋은 게 없제”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할머니는 “예전엔 시골 할매들이 구루마(보조보행기)를 가지고 나올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제는 도우미가 생겨 마음 편히 챙겨 나온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에서 먹을 물명태와 갖가지 반찬거리를 산 강정자 할머니(76·영전1구)는 “구루마에 짐을 한껏 실어도 다 날라주니 그게 가장 고맙고, 심심하지 않게 말동무도 해주는 것이 너무 좋다”며 만면에 웃음을 지어보였다.

시계바늘이 오후 12시30분을 가리키자 버스가 출발했다.

김씨는 정류소마다 내리는 어르신들을 미리 살폈다. 그는 “버스가 멈출 때까지 앉아 계세요. 차가 움직일 때는 위험하니 완전히 멈출 때까지 기다려주세요”라며 어르신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버스가 서면 날랜 몸놀림으로 짐을 먼저 내리고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하차할 수 있도록 도왔다.

버스기사 이홍우씨(53)는 “운전 중엔 어르신들을 세세하게 살필 수가 없는데, 도우미가 승객들을 살뜰히 챙겨줘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며 “어르신들도 일부러 도우미가 있는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신다”고 도우미의 역할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옆에 있던 김씨는 “어르신들이 저와 기사님을 부부로 오해하는 일도 있다”며 “장에서 산 떡이나 집에서 챙겨온 밤·고구마를 건네주실 때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버스가 고불고불 시골길을 달려 어르신들을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고 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15분. 버스기사는 행선지 푯말을 방곡·우곡행으로 바꾼 후 다시 어르신들을 맞았다.

설 명절을 앞두고 고기와 무·달걀을 구입한 이무자 할머니(77·용주면 월평리)를 부축한 이 역시 김씨였다. 이 할머니는 “장날에 짐이 많을 땐 식겁하는데, 무거운 짐을 올려주고 내려주니 장날 버스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며 맞잡은 김씨의 손을 연신 쓰다듬었다. 바로, 버스에 탄 다른 어르신들의 맞장구가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

합천=노현숙 기자 rhsoo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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