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콘공장 생긴 후 암 집단 발병”…주민들 하나둘 떠나

입력 : 2019-12-02 00:00
김중호 전북 남원시 내기마을 이장이 마을 뒷산에 있는 아스콘공장을 가리키고 있다. 주민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공장에서는 지금도 자갈·모래 등으로 아스콘을 만들고 있다.

농촌 유해·혐오 시설, 이대론 안된다 (상)‘유해시설 고통’ 전북 남원 내기마을

1995년 뒷산에 공장 들어선 후 분진·매연·소음 등 피해 심각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

공장·암 발병 직접 연관 부인 주민들 “환경부, 재조사해야”
 



농촌이 유해·혐오 시설로 황폐화되고 있다. 집단으로 암이 발병한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은 최근 인근 비료공장과의 인과관계를 인정받아 피해를 배상받을 길이 열렸다. 하지만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는 유해시설 탓에 비슷한 피해를 본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 폐기물소각장 같은 혐오시설이 들어설 예정지에서는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농민신문>은 3회에 걸쳐 농촌지역 유해·혐오 시설의 실태를 점검하고 제2의 장점마을 사태를 막을 순 없는지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공장이 생기고 주민들이 암에 걸렸는데 정부에선 직접적인 관련이 없대요. 지금도 공장은 버젓이 저렇게 돌아가고요. 정부 조사가 면피만 해준 꼴 아닙니까.”

11월27일 전북 남원 내기마을에서 만난 김중호 이장(54)은 마을 뒷산에 있는 아스콘공장을 가리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이장은 “아버지가 폐암에 걸려 5년 전 돌아가셨지만 평생 살던 마을을 등질 순 없었다”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아이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이 마을엔 70여명이 살았다. 하지만 20년 동안 집단으로 암이 발병하면서 주민수가 크게 줄었다. 17명이 폐암·피부암·후두암 등의 암에 걸렸고, 이 가운데 12명이 사망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산 사람도 하나둘 마을을 떠나 지금은 주민수가 36명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암의 원인으로 1995년 들어선 아스콘공장을 지목하고 있다. 마을에서 600m 정도 떨어진 뒷산에 아스콘공장이 생긴 후 주민들은 분진·매연·소음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키우던 농작물이 말라죽었고, 몇년이 지나 암환자들이 속출했다.

갑상선암에 걸려 10여년 전 수술을 받았다는 김연옥씨(77)는 “공장이 생기고 수시로 굴뚝에서 독한 연기를 내뿜었다”며 “밭일을 하다가 냄새 때문에 구토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말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전북도와 남원시 등에 공장 폐쇄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암 발병문제가 알려지자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역학조사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는 1년5개월간의 조사 끝에 “내기마을의 암 집단 발병은 대기 중 미세분진의 하나인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 연료의 불완전연소로 발생하는 발암물질)의 증가, 가구의 실내 라돈 농도, 개인 흡연력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결과를 내놨다. 유해물질의 증가 외에도 실내 라돈 농도, 개인 흡연력을 암 발병의 이유로 들어 공장과 암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주민들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도와 시는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던 주민들은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

형정자씨(78)는 “주변에서 지역 이미지만 나빠진다고 수군대고 우리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도 기피한다”며 “자식들도 명절에 내려오지 않고 ‘고향을 떠나라’고 성화하는 통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김 이장은 장점마을 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환경부에 재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남원시 관계자는 “주민청원이 들어오면 도와 협의해 환경부에 조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원=장재혁 기자 jaehyu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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