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인 요구로 ‘마쓰모’ 양배추 심었는데 생산비도 못 건지고 빚더미에”

입력 : 2019-11-08 00:00 수정 : 2019-11-09 00:10
강원 평창군 대화면 상안미2리에서 양배추농사를 짓는 유두열씨가 최근 출하를 포기하고 제초제를 친 자신의 밭에서 한숨짓고 있다.

강원 평창 양배추농가들 한숨

올 생산 늘어 시세 크게 하락 유통상인들 밭떼기 계약 파기

잔금 못 받아…“영농의욕 뚝”
 


“올 한해 양배추농사를 누구보다 성실히 지었어요. 그런데도 생산비는 한푼 못 건지고 지금 남은 건 빚더미뿐입니다.”

최근 강원 평창 대화농협(조합장 이정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만난 농민 유두열씨(65·상안미2리)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1만9834㎡(6000평) 규모로 양배추와 감자 등 밭농사를 짓는 유씨는 “올해 양배추 시세가 전반적으로 낮다고 하지만, <마쓰모> 품종은 가격이 그야말로 바닥 수준”이라며 “시장에 출하해봤자 작업비·운송비·상자값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중간유통업자들이 밭떼기거래 계약을 파기했다”고 하소연했다.

유씨의 뒤를 따라 찾은 밭에는 수확하지 않은 양배추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다가가 살펴보니 구 비대가 큰 것으로 잘 알려진 <마쓰모> 품종이었다.

그는 “추석명절 이후 (가격하락이 지속되자) 결국 출하를 포기한 채 눈물을 머금고 내 손으로 제초제를 쳤다”고 울먹였다.

<마쓰모>는 원래 겨울철 제주지역에서 중만생종으로 즐겨 심던 품종이다. 발육이 우수해 한통당 무게가 5㎏까지 나가는 특성 때문에 몇년 새 유통상인들로부터 인기를 한몸에 얻었다. 그러나 올해 과잉생산으로 출하량이 크게 늘자 시세하락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다. 최근 <마쓰모>는 한망(3통 기준)당 1500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인근 마을에서 양배추농사를 짓는 변모씨도 “밭떼기거래 계약 파기로 하나같이 잔금을 받지 못한 통에 빚을 지지 않은 양배추농가가 없을 정도”라며 “밤낮 농사를 열심히 지었지만 이같은 상황이 닥치니 영농의욕마저 떨어진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농가들은 생산량 증대로 이익을 보고자 <마쓰모> 재배를 권유했던 유통상인들의 과욕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농가들은 유통상인들이 가격하락 땐 기다렸다가 시세가 좋을 때 수확해 출하할 수 있는 <마쓰모>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계약 당시 <마쓰모> 재배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민 조합장은 “올해 <마쓰모>가 국내 양배추산업에 끼친 영향 때문에 지역농가들은 지금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면서 “농가가 재기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6면

평창=김윤호 기자 fac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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