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정확한 원인 모르니 답답” “더이상 확산되지 않길…”

입력 : 2019-09-20 00:00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최초로 발생한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의 돼지농장 입구에서 방역 관계자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첫 발생] 경기 연천·파주 가보니

확진 돼지농장 적막감 가득 방역·살처분 차량들만 오가

농가들 “양돈산업 흔들” 우려 원인 규명·차단방역 등 촉구

 


18일 오전 9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 연천군 백학면의 돼지농장엔 적막감 속에 방역 관련 차량과 살처분 장비를 실은 트럭들만 간간이 오갔다. 농장으로 통하는 길은 차량통제선을 쳐놓아 외부 차량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ASF가 국내 최초로 발생한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의 농장에서 차량거리로 50㎞가량 떨어진 이 농장은 17일 오후 농장주가 어미돼지 한마리에서 의심증상을 발견하고 방역당국에 신고했다. 농장은 어미돼지 370마리와 새끼돼지 1930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또 직선거리로 8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농장에서도 비육돼지 2400여마리를 사육 중이었다.

농장에서 불과 50여m 거리에 살고 있는 이웃주민 신종규씨(75)는 “농장주가 사업을 확장하려고 지난해 돈사를 최신식으로 짓고 돼지를 입식했다”면서 “투자를 많이 했는데 날벼락처럼 이런 일이 벌어져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파주에 이어 ASF가 확진된 연천군 백학면의 농장 주변을 방역차량이 소독하고 있다. 파주=김은암, 연천=이희철 기자

인근 양돈농가들은 ASF가 추가로 확진되자 당혹감과 함께 공포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연천에서 돼지 16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이용규씨(37)는 “발생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양돈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면서 “더 확산된다면 돼지사육을 그만둘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성경식 대한한돈협회 연천지부장은 “정확한 발생원인을 알지 못하니 양돈농가들이 더욱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발생원인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규명해줘야 농가들이 방역과 함께 대비책도 마련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제역도 그렇지만 병 발생원인에 대해 무조건 농장주 잘못으로만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ASF가 발생한 파주지역의 양돈농가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ASF가 발생한 농장의 농장주인 채모씨는 “최근 해외여행을 가지도 않았고 방역작업도 철저히 했다”면서 “정성껏 키우던 돼지를 매몰하게 돼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4명도 ASF 발생국이 아닌 네팔 출신이다. 또 1월부터 현재까지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감염경로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른 농가들도 구제역의 악몽을 떠올리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2000여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김완숙씨(52·파주읍 부곡리)는 “2011년 구제역으로 기르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인근에서 ASF가 발생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차단방역이 잘 이뤄져 ASF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농가들은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방역 외에는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다며 한숨짓고 있다.

2400여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있는 김갑진씨(65·적성면 자장리)는 “구제역은 몇차례 경험했지만 폐사율이 100%에 달하는 ASF는 처음이어서 당혹스럽다”면서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도지사 이재명)는 17일 오전 11시30분 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관련 시·군 부단체장 긴급 영상회의’를 열고 최대 강도의 대응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방역 및 소독 ▲살처분 ▲이동제한 등 초기대응조치를 매뉴얼대로 취하는 등 ASF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파주시의 요청에 따라 방역대책비로 특별조정교부금 1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연천·수원=유건연, 파주=김은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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