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농산물 수출규제’ 불똥 튈라 “검역강화 등 우려…예의주시”

입력 : 2019-07-22 00:00 수정 : 2019-07-23 00:00
19일 류장재 전남 고흥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장(맨 왼쪽)이 유자가공공장에서 유자농가들과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따라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농업분야 불똥 튈라…수출현장 분위기  

日 수입업체, 고흥 두원농협에 유자제품 구매 약속 파기 통보

농가 “사드 갈등 악몽 떠올라”

대일 수출의존도 높은 파프리카 일본 농약 안전기준 맞춰 재배 다른 국가로 수출선 변경 못해

화훼·방울토마토 등 농가들도 통관 지연 땐 상품성 하락 걱정
 



일본이 우리나라 반도체 핵심소재의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한·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조치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그 불똥이 농식품 수출에까지 튈까 한국 농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를 바라보는 농식품 수출현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유자 가공품을 수출하는 전남 고흥 두원농협(조합장 신선식)은 이달초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3억원 상당의 유자차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던 일본의 한 수입업체가 계약성사 직전에 “없던 일로 하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류장재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장은 “신규 계약선이라 오랫동안 공들여왔는데 너무나 허탈했다”면서 “아무래도 수출규제 등으로 틈이 벌어진 한·일관계로 인해 업체가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에 고흥 유자농가들은 크게 걱정하는 모습이다. 유자농가 김귀태씨(50·고흥읍 서문리)는 “2016년 사드배치를 놓고 한·중간 갈등이 심해져 중국 수출길이 막혔을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면서 “이런 일이 또 일어날까 봐 요즘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마을의 신순식씨(59)는 “수출물량이 줄면 자연스럽게 국내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에서 농업계 피해가 없도록 미리 대책을 세워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산물 대일 수출 1위 품목인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농가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수원 춘향골바래봉파프리카작목회장(전북 남원시 운봉읍)은 “지역에서 한해 생산되는 3000여t의 파프리카 가운데 1100여t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일본의 수입업자가 물량을 줄이지 않고 있어 수출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비상상황이기 때문에 수출업자나 일본 바이어와 수시로 연락하며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운봉농협과 함께 대책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창성 경남 김해 주촌농협 과장은 “최근 파프리카 일본 수출이 끝났고 11월 초순에 다시 재개한다”며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장기화되거나 농산물로까지 불똥이 튀어 파프리카 수출길이 막히게 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과장은 “대일 수출의존도가 높은 파프리카는 일본의 농약 안전사용기준에 맞춰 재배하기 때문에 당장 안전성 기준이 다른 타국으로 수출선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본에 화훼를 수출하는 농가들도 현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황인태 부산경남화훼원예농협 팀장은 “일본에서 국화 소비가 많은 오봉절(8월15일)과 추분절(9월23일)에 맞춰 국화를 7월말에 수출하는데, 일본이 무역보복조치로 검역을 강화하지 않을까 농민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팀장은 “일본이 애꿎은 트집을 잡아 통관을 지연시키면 꽃의 신선도와 색택이 크게 떨어져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일 수출비중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삼업계와 토마토농가도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인삼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진 큰 영향이 없지만 인삼으로까지 불똥이 튈까 봐 걱정이 많다”면서 “앞으로 일본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에서 9256㎡(2800평) 규모로 방울토마토농사를 짓는 이병재씨(61)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방울토마토가 한해 21만~24만t 수출되고 있다”면서 “일본의 추가규제로 전수검사를 하거나 통관을 의도적으로 늦추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지난해 일본으로 배추포기김치를 비롯해 총각김치·깻잎김치 등 120t(50만달러 상당)을 수출했던 경북 서안동농협(조합장 박영동)도 일본 수출규제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지방자치단체들도 발 빠르게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남도 국제협력관실 관계자는 “현재 동남아시아·중화권·미국 등 3개 지역을 중심으로 농산물 수출을 늘리려 하고 있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내부적으로는 일본 수출비중을 30% 이하로 줄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비상계획을 짜놨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돼 파프리카와 토마토 출하시기에 농산물 수출까지 영향을 받으면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농협 및 수출업체와 해외홍보·판촉상담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흥=이문수, 남원=황의성, 김해·부산=노현숙, 청주=김태억, 춘천=김윤호, 안동=오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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