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오지마을 교사] “시설 파손해도 안 다쳤으면 괜찮아”

입력 : 2019-05-15 00:00

[‘스승의 날’ 오지마을 선생님을 만나다] 오원우 경북 영양초 교장

봉화·영양서 39년째 교직생활

44세 때 제자 주례…좋은 추억

환경개선·학생 기 살리기 주력 지역사회 일에도 몸 사리지 않아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다고 했다. 어버이 못지않은 사랑을 베푸는 스승의 존재는 한창 자라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학생수가 적은 오지마을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의 인생에 소중한 길잡이가 된다. 사회가 각박해졌지만 제자가 참되고 바르기를 바라는 스승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스승의 날(15일)을 맞아 오지에서 사랑을 베푸는 참스승을 만나봤다.



“아이들과 함께 멱도 감고 고기도 잡으면서 농촌에 정이 들어 도시로 나갈 생각을 잊어버렸습니다.”

오원우 경북 영양초등학교 교장은 농촌에서 교사생활을 고집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오 교장은 충북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봉화 분천초등학교(현재 분천분교)로 처음 발령받은 이후 경북에서 벽지로 첫손 꼽히는 봉화와 영양에서 39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

오 교장은 “폐교가 된 영양 신사초등학교 금학분교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본의 아니게 44세에 주례를 섰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금학분교 재직 당시 어느 날 이 학교 출신 제자가 찾아와 주례를 부탁했다. 수업이 끝나 집에 가도 돌봐줄 사람이 없고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같이 축구를 하고 멱도 감으면서 정이 듬뿍 들었던 제자 중 하나였다. 오 교장은 “아직 때가 아니다”라면서 거절했지만 제자의 거듭된 요청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는 “사계절 풍경이 바뀌는 농촌은 아이들의 인성을 길러주는 데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면서 “교육 기자재 같은 시설은 도시학교보다 훨씬 낫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폐교가 늘어나는 농촌현실엔 눈을 지그시 감았다. 오 교장은 “한 학교의 학생수가 1년에 70여명씩 줄어든 적도 있었다”면서 “1980년대만 해도 영양군에 24개이던 초등학교가 현재 6개로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오 교장의 교육지론은 ‘삶의 힘을 키우는 따뜻한 교육’이다. 이를 위해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벽지 학교로 온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의 ‘기’를 살리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기가 살아야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다가 시설물을 파손해도 “다치지 않으면 괜찮다”며 기를 살려준다.

그는 학교와 지역사회 일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등교시간엔 깃발을 들고 직접 교통정리를 하고, 마을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상여를 멜 만큼 학부모와도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오 교장은 “젊은 시절엔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할 만큼 후배 교사와 아이들이 무서워했다”면서 “평생 천진난만한 농촌아이들과 어울려 생활하다보니 몸과 마음이 여유로운 농촌의 모습을 닮더라”고 웃음지었다.

그렇게 39년의 교직생활을 하면서 어느덧 머리칼이 희끗희끗해진 오 교장은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겐 열정을 쏟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 20억원을 들여 지역아이들이 재밌게 뛰어놀고 특기를 기를 수 있는 복합시설을 짓는 것이다.

오 교장은 “영양초교가 영양지역의 중심학교가 될 것을 예상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퇴임 전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공간을 마련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영양=오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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