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니호박 산지폐기 동참은 했지만…” 안타까움에 한숨만

입력 : 2019-02-15 00:00 수정 : 2019-02-17 00:02
재배면적 증가에 따른 과잉생산과 소비부진 등으로 주키니호박값이 크게 떨어지자 주산지인 경남 진주지역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산지폐기에 나서고 있다.

경남 진주 주키니호박 산지폐기현장 가보니

생산량 늘어 가격폭락 인건비·자재값 못 건져 1월 이어 추가 폐기 나서

경기 좋지 않은 데다 방학 탓 급식 수요 없어 가격반등 기미 안 보여

정부·지자체 관심 필요
 


“가격안정을 위해 동참했지만, 자식같이 키운 호박을 스스로 폐기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7일 오후 경남 진주시 금곡면 검암리의 한 논. 이곳에서 주키니호박 10㎏들이 50상자를 논에 쏟아부은 배한덕씨(72·정자리)는 한숨과 함께 쓰디쓴 말을 내뱉었다.

주키니호박이 산더미처럼 쌓인 이곳은 산지폐기하기 위해 모인 농민들이 몰고 온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농가들이 시장 출하량을 조절하기 위해 1월에 이어 추가로 산지폐기에 나선 것이다.

진주지역 등 주키니호박 주산지 농가들은 요즘 본격 수확철임에도 표정이 어둡다. 추가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잇달아 산지폐기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농협과 농가에 따르면 주키니호박은 재배면적 확대로 공급물량이 늘어난 반면 소비는 부진해 값이 폭락하고 있다. 농가들은 자구책으로 1월 산지폐기를 했지만 주키니호박값은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류진홍 한국농업경영인 진주시연합회 감사는 “지난해 1월 주키니호박의 도매시장 반입량은 58t이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에 출하된 물량이 70t으로 전년 대비 20%나 증가했다”면서 “이로 인해 10㎏들이 한상자당 평균 경락값이 지난해 2만66원에서 올해는 8442원으로 60% 가까이 폭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폭락으로 인건비는 고사하고 자재값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농가들은 주키니호박의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추가로 산지폐기에 돌입했다.

금곡농협(조합장 정의도)도 자체 예산을 들여 산지폐기에 앞장서는 등 주키니호박 가격지지에 힘을 보탰다.

하영회 금곡농협 전무는 “진주지역은 한때 주키니호박 전국 유통량의 40%를 차지했던 곳”이라며 “최근 생산량 증가로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산지폐기에 나섰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방학으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면서 가격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곡농협은 농협중앙회 지원 50%와 자체 예산 50%를 들여 7일부터 3일간 10㎏들이 주키니호박 1만상자를 추가로 산지폐기했다. 산지폐기에 동참한 농가에게는 한상자당 5000원을 지급했다. 금곡농협은 1월 중순에도 예산 3200만원을 투입해 10㎏들이 주키니호박 8000상자를 자체 폐기한 바 있다. 10여년 전 비슷한 상황을 겪은 경험 덕에 발 빠르게 산지폐기에 나선 것이다.

정의도 조합장은 “이런 자구책이 효과를 가지려면 주키니호박을 재배하는 모든 지역이 산지폐기에 동참해야 한다”며 “특히 농민들이 앞장서 산지폐기에 나선 만큼 정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주=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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