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농촌 민심 살펴보니… “논 타작물 재배 고민·부담 커”

입력 : 2019-02-11 00:00 수정 : 2019-02-11 23:41
일러스트=조남원

“3월 조합장선거, 현명한 선택을” “하루빨리 경기 좋아졌으면”

“무허가축사 적법화도 걱정” 농심 담은 농정 추진 바라

“품질 좋은 농산물 생산으로 더 많은 소득 올리고 싶어”

귀농인들 ‘부농의 꿈’ 이야기
 


올 설에도 농촌은 가족상봉의 ‘설렘’과 회포를 풀기 위한 만찬의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농민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농정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다 불안정한 농산물값에 자식 걱정까지 농심은 복잡하기만 했다. <농민신문>이 농촌현장의 설 민심을 살펴봤다.



◆조합장선거, 깨끗하게 치러야=설 밥상머리에서 자주 회자된 화두는 올 3월에 치러질 ‘전국동시조합장선거’였다.

강원 춘천에서 한우를 키우는 반종열씨(63·신동면)는 “이번 선거는 농협을 성실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조합장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얼굴 안다고 찍어주고, 커피 한잔 사줬다고 찍어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도 입후보자들이 농협을 얼마나 잘 이끌어갈지 면밀히 살펴본 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무주의 한 지역농협 조합원인 유광열씨(53·무주읍)는 “요즘 선거 대부분이 학연·지연 등 연고 싸움 양상으로 전개돼 선거가 끝나면 모두 원수로 돌변한다”며 “조합장선거가 정치선거도 아닌데, 이웃끼리 벽이 생기는 선거문화는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심을 담은 농정 펼쳐지길=농민의 마음을 담은 농업정책이 펼쳐지길 바라는 마음도 많았다. 경기 화성에서 50㏊(15만평) 규모로 쌀을 재배하는 이세영씨(39)는 “정부가 논에 타작물 재배를 유도하고 있지만, 무슨 작물을 심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특히 “중소 수도작 농민들의 경우 쌀 생산조정제에 참여해 사료작물로 전환하고 싶어도 농기계 구입 부담과 판로확보에 어려움이 크다”며 “이들 농가들에겐 사료작물 재배 권장 대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남 해남의 논농가 이동훈씨(48)도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에 참여한 농가 대부분이 콩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배수 등 농가의 물관리 기술을 높이거나, 배수시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는 농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 충주의 한우농가 방승환씨(41)는 “이행기간 만료일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무허가축사 적법화에 대해 농가들의 걱정이 많다”며 “건축법상 이격거리 등의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아 축사 일부를 헐어내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농산물값 안정을 바라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8년 전 고향인 경북 성주로 돌아와 1만3200㎡(약 4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상추와 미나리를 재배하는 여상걸씨(37)는 “지난해는 상추값이 한여름을 제외하고 2㎏들이 한상자당 1000~2000원에 그쳐 인건비도 건지지 못했다”며 “올해는 잎채소 시세가 안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농에 대한 희망=새로운 도전에 나선 농민들은 부농의 꿈을 말했다. 3년 전 귀농한 충남 예산의 딸기농가 이용주씨(42)는 “이웃의 4농가와 함께 작목반을 구성하고 <예향 참머드 딸기>라는 브랜드로 가락시장에 출하하고 있는데 품질이 좋다는 평에 값도 높게 받아 보람을 느낀다”며 “자리를 잡으면 귀농하는 청년들에게 영농기술을 전수해주는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의 시설토마토농가 박신수씨(50)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 판단해 지난해 4958㎡(1500평) 규모의 하우스를 새로 짓고 작목도 고추에서 토마토로 전환했다”며 “이웃농가들과 손잡고 토마토연합회를 구성한 만큼 맛과 당도·기능성을 살린 고품질 토마토를 생산해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식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부모=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왔다. 제주 애월읍에서 양배추 등을 재배하는 강양만씨(66·가명)는 “서울에서 요식업을 하는 작은아들은 명절 연휴에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해서 이번 설에 내려오지 못했다”며 “하루빨리 경기가 좋아져 아들 가게의 매출이 크게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 의령의 이상순씨(70·여)는 “예전엔 자식들이 내려왔지만 지금은 내가 올라간다”며 “부모가 걱정할까 봐 자식들이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다 안다”고 말했다. 이씨는 “새해에는 형편이 나아져 자식들이 맘 편히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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