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송이 자생지 대량 소실…보상받을 길 불투명”

입력 : 2019-01-11 00:00 수정 : 2019-01-12 00:05
새해 첫날 산불이 발생했던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 야산에서 김영하 서광농협 조합장(오른쪽)과 한 주민이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새해 첫날 대형 산불’ 강원 양양군 서면 일대 가보니

가을송이로 수입 올리던 송천리 상당수 주민들 “금전적 피해 막대” 답답

동해안 건조특보 계속 “또 불날까봐 가슴 졸여”
 


“저기 잎이 누렇게 된 소나무 보이죠? 얼마 못 가 고사할 겁니다. 불길만 스쳐도 그렇게 돼요.”

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 주민 김대윤씨(54)가 야산 중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송천떡마을’로 유명한 송천리 일대는 2019년 새해 첫날 대형 산불의 습격을 받았다. 이틀 만에 진압된 화마는 인명이나 가옥에는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무려 20㏊에 달하는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별일 없었던 것 같았던 마을 야산은 의외로 깊은 내상을 입은 상태였다. 김씨는 “불길이 바닥을 훑고 간 탓에 산 표면에 돌멩이만 남았다”며 “장마철이 되면 경사면에 남겨진 돌들이 우르르 굴러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는 사정은 또 있다. 질 좋은 송이를 내던 송이산이 이번 산불로 대량 소실된 것. ‘천년의 향’을 자랑하는 양양송이 주산지가 쑥과 고사리에 자리를 내줄 판이 됐다고 주민들은 혀를 찼다.

특히 사건 당일 외지인이 마을 입구에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주민들의 억울함이 더한 상황이다.

김성완 이장(49)은 “우리 마을 41가구 중 약 30가구가 가을송이 채취로 적잖은 수입을 올려왔는데 산불로 송이 자생지가 망가졌다”며 “보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재 원인이 밝혀진다 해도 보상받을 길이 불투명해 주민들이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 발화지점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김현기씨(81)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산에서 매년 1000만원어치 이상의 송이를 수확했는데 앞으론 그런 일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금전적인 피해가 크긴 하지만 어디 하소연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주민들은 2005년 4월 낙산사 화재에 이어 또다시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서면 논화리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정다운마을 관계자는 “화재 당시 원생 150여명을 긴급 대피시켰다가 이튿날에야 돌아왔다”며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로 언제 어디서 다시 불이 날지 몰라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영하 서광농협 조합장은 “산불현장 인근에 농협 주유소가 있어서 직원들과 비상대기 상태로 새해 첫날을 보냈다”며 “밤중에 산불이 확대되면서 매캐한 연기가 양양읍내까지 퍼진 까닭에 주민 대부분이 뜬눈으로 밤을 보냈을 것”이라고 했다.

양양을 비롯한 동해안 전역은 2018년 12월13일부터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데다 앞으로도 당분간 이렇다 할 눈비 소식이 없어 산불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산림청은 2일 산불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단계 격상했다. 산불경보가 1월초에 ‘주의’단계로 발령된 것은 2007년 산불재난 관리체계가 정비된 이후 처음이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드론·감시카메라를 활용해 농산촌 소각행위 등 단속을 강화하고 감시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 인접지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산행 때 산불안전수칙을 적극적으로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양양=홍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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