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목돈 만지는 수확철 고령농 울린 사기사건 ‘발칵’

입력 : 2018-11-09 00:00 수정 : 2018-11-10 23:53
경북 성주군의 한 면지역에선 이번에 사기사건이 발생한 다방을 포함해 40여곳의 다방이 성업 중이다.

경북 성주군 면단위 지역서 다방 종업원, 농민들에 접근 투자 명목 수억원 챙겨 출국

농촌어르신 각별한 주의를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사기사건이 아닐까 싶어. 농촌마을에서 어쩌다 이런 일이….”

최근 경북 성주군의 한 면지역에서 만난 주민들은 얼마 전 이곳에서 발생한 사기사건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참외 주산지인 이 지역은 고령농민이 다방 여종업원에게 수억원을 사기당한 사건으로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다방 종업원이 참외 수확이 끝난 8월께 사업투자 명목 등으로 농민들에게 접근해 수억원을 받은 뒤 자취를 감췄다는 게 지역주민들의 설명이었다.

피해규모는 정확히 확인하기 힘들었다. 사기피해를 본 주민들이 “남부끄럽다”며 피해 사실을 쉬쉬하고 있어서다. 지역 내에서는 “누구는 얼마 당했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소문이 난무했다.

사기피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주민은 참외농민인 A씨(69)였다. 피해금액만 해도 2억4000만원에 육박했다. 참외농장에서 만난 A씨는 “뭔가에 홀린 것 같다”며 허탈한 표정이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다방 종업원은 실제 나이는 50대 초반이지만 40대 초·중반으로 보일 정도로 동안에 세련된 외모를 갖고 있었다. 또 가정형편상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라며 중형차를 몰고 커피 배달을 다녔다.

그러면서 그녀는 “예전에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점 5곳을 직접 운영했다”며 A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 2억여원을 투자하면 6개월 뒤 원금을 돌려주는 것은 물론 해당 패스트푸드점 운영권까지 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에 A씨는 농지 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찾아 1억3000여만원을 마련해 건넸고, 돈이 더 필요하다는 소리에 추가 대출까지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농협은 사기성이 의심돼 추가대출을 차단했다. 하지만 A씨는 “좀더 투자하면 일이 마무리된다”는 다방 종업원의 집요한 유혹에 남의 돈을 빌려 1억여원을 추가로 보냈다. A씨는 뒤늦게 사기임을 깨닫고 해당 다방 종업원을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이미 해외로 출국한 뒤였다.

A씨의 딸은 “이번 사기사건의 피해금액이 4억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지역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며 “그 여자는 사기범일 뿐만 아니라 농촌가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가정파괴범인 만큼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주민들은 이곳은 면 소재지임에도 다방이 40여곳에 달하다보니 고령농민을 대상으로 수확철 목돈을 노린 사기사건이 종종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종업원이 일했던 다방은 여전히 영업 중이었다.

한 주민은 “다방 한곳당 참외철에 2~4명, 농한기에 1~2명의 종업원이 일하는데, 참외농민이 가장 한가한 시기인 8~9월에 사기사건이 주로 발생한다”며 “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50만원이면 다방용 건물임대가 가능해 40~50대 여성들이 다방을 많이 운영한다”고 귀띔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고소가 접수돼 있어 외국에 나가 있는 다방 종업원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농촌지역에서 농민들이 목돈을 만지는 시기에 사기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요즘 같은 가을철에 과일과 벼를 수확해 목돈이 들어올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성주=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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