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폭우로 물에 잠긴 농경지 “양수기 돌려도 속수무책”

입력 : 2018-10-10 00:00 수정 : 2018-10-11 00:03
조대권 경남 창녕 영산농협 조합장(왼쪽)과 정상판 NH농협 창녕군지부 농정지원단장(오른쪽)이 길곡면 증산리에서 방울토마토농사를 짓는 이춘희씨(가운데)의 시설하우스를 찾아 폭우피해 상황을 둘러보고 있다.

 

남부지역 할퀸 ‘콩레이’ 피해 현장

경남·전남 논밭 침수 심각, 시설하우스 농가도 큰 손실

상습 침수지역 농민들 “배수시설 관리 허술” 주장도


6일 태풍 ‘콩레이’가 몰고 온 폭우로 경남지역은 18개 시·군 중 창원·진주·창녕 등 14개 시·군에서 큰 피해를 봤다.

이날 찾은 창녕지역 마늘밭은 침수피해를 봐 밭인지 강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모작으로 3만3057㎡(1만평) 규모의 마늘농사를 짓는 노태우씨(60·이방면 동산리)는 “전체 재배면적 중 8264㎡(2500평)에 막 파종을 끝냈는데, 이번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면서 논에 1m가량 물이 찼다”며 “강물이 빨리 빠져나가길 기다릴 뿐 딱히 손쓸 방법이 없어 속이 탄다”고 토로했다. 노씨는 “물이 빠져도 마늘 뿌리가 썩어 다시 심어야 할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3만3057㎡(1만평) 중 60%에 마늘 파종을 마친 김용태씨(52·거남리)는 “9월 중순부터 차례로 파종작업을 해 1만9834㎡(6000평)에 마늘을 심었는데, 6일 비가 쏟아지면서 마늘밭이 60㎝ 정도 물에 잠겨버렸다”며 “마늘을 재파종해야 할 텐데 종자를 구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시설재배 농가도 비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길곡면에서 시설고추와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이춘희씨(58·증산리)는 “5일 밤부터 양수기 3대를 가동해 비피해에 대비했는데, 6일 오전 200㎜ 가까이 내린 기습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1주일 전 6611㎡(2000평)에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었는데, 시설하우스에 20㎝ 이상 물이 차면서 배지가 물에 둥둥 떠다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비만 쏟아졌다 하면 상습적으로 시설하우스가 침수돼 행정기관에 수차례 배수로 확장을 건의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앞으로도 농사로 먹고살아야 하는데 집중호우·태풍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언제까지 감수해야 할지 걱정스럽다”고 호소했다.

물폭탄으로 인한 피해는 창원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의창구에서 비닐하우스 고추농사를 짓는 김철씨(59·대산면 일동리)는 “2640㎡(800평)의 대형 비닐하우스는 양쪽 끝이 침수됐어도 양수기로 물을 퍼올려 큰 문제가 없었지만, 661㎡(200평) 규모의 단동 비닐하우스는 대부분 침수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단동 비닐하우스 방식으로 고추농사를 짓는 박모씨는 “8월 하순에 내린 폭우 때 양수기를 돌려 겨우 살려놨는데 이번 태풍으로 또다시 침수가 됐다”며 “이젠 어쩔 수 없이 6동 3966㎡(1200평) 규모의 고추를 다 걷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지었다.

진주시 명석면도 비피해가 컸다. 명석면에선 5만2000㎡(1만5730평) 규모의 딸기·깻잎·고추·호박 등의 비닐하우스 80동과 10만㎡(3만250평) 규모의 벼가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4968㎡(15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5동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심동섭씨(70·용산리)는 “6일 오전 비가 퍼부어 5동 전체가 물에 잠겼다”며 “이틀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양수기를 돌려 물을 빼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전남 보성군 벌교읍 인근 농경지에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벼들이 쓰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풍 ‘콩레이’는 전남지역에도 큰 피해를 남겼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콩레이의 영향으로 5일부터 6일 오후 6시까지 전남 광양시 백운산 322.5㎜를 비롯해 나주시 다도면 263.5㎜, 강진군 253.5㎜, 장흥군 관산읍 230.5㎜, 보성군 222.5㎜ 등 전남 동남부권에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광양지역은 220㎜ 이상 비가 쏟아진 진월·진상·옥곡면 등을 중심으로 비닐하우스 침수피해가 컸다. 진월면사무소에 따르면 6일 오후 6시 기준 진월면 일대 76농가의 비닐하우스 777동 47㏊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1980㎡(6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양상추를 재배하는 조재필씨(55)는 “하필 첫 수확을 앞두고 침수피해를 당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침수가 6시간 이상 이어져 벌써 양상추의 뿌리가 검게 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6610㎡(2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10동을 경영하는 김주현씨(46)는 “양상추가 물에 완전히 잠긴 후 배수가 된 상태라 생장이 멈췄다”면서 “작물 특성상 11월부터 가능한 세번의 수확을 고려했을 때 비닐하우스 한동당 300만원 이상의 금전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1980㎡(6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양상추를 재배하는 전남 광양시 진월면의 조재필씨가 태풍 ‘콩레이’로 침수피해를 당한 하우스에서 검게 변한 양상추의 뿌리를 살펴보고 있다.


농민들은 “이번 진월면 침수피해는 인근 신오천 물길을 여닫는 배수시설 관리가 허술해 더욱 컸다”며 인재라고 주장했다. 6일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80㎜가량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지만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6시15분이 돼서야 배수펌프 가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진월면의 한 마을주민은 “배수시설 수문 가운데 한개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오전 8시가 넘어 수동으로 열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배수시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이 지역 비닐하우스 700여동이 완전히 물에 잠긴 만큼 광양시와 농어촌공사에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순천·광양·여수지사 관계자는 “이번에 피해가 컸던 진월면 일대는 지대가 낮아 벼농사 외 원예작물은 침수 위험에 노출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광양시에서 피해조사와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피해농가 지원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창녕=노현숙, 창원·진주=김도웅, 광양=이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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