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부터 해야 해?”…막연한 청년 창농, 선배들이 돕는다

입력 : 2018-08-15 00:00 수정 : 2018-08-16 10:19
청년농 유지황씨(가운데)가 동료들과 함께 ‘코부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짓고 있는 20㎡(6평) 규모의 이동식 주택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청년농이 미래다-지원하는 사람들] 

해뜨는농장 조옥래·윤수경씨<경북 청송>

2013년부터 기반 없는 청년들에게 창업~정착 모든 과정 알려줘

“청년농 네트워크, 한국 농업의 미래”

젊은협업농장 정영환씨<충남 홍성>

창농 꿈꾸는 도시청년들의 배움터 시행착오 헤쳐나가며 전문가 양성

코부기 프로젝트 유지황씨<경남 진주>

6평 크기 이동식 목조주택 보급 “주거문제 해결에 도움 주고파”



도시에는 일자리가 부족하다고들 하지만 농촌에는 일손이 없어 아우성이다. 그나마 남은 사람들도 점점 나이를 먹어 일손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농 유입이 절실하지만, 청년들 가운데는 농촌에 살고 싶어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청년들에게 농촌살이를 알려주는 농장과 사람들을 소개한다.



“농촌에 살고 싶어도 사는 방법을 몰라 선뜻 나서지 못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아요. 이들을 돕는 게 선배귀농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북 청송군 현동면에서 해뜨는농장을 운영하는 조옥래(51)·윤수경씨(48) 부부. 2001년 귀농한 부부는 청년이 들어와야 농촌이 살아난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과가 주품목인 해뜨는농장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 시범사업’ 대상(전체 9곳)으로 선정됐다. 조씨 부부는 경북대 원예학과 동문으로, 2013년부터 농업에 관심은 있지만 기반이 없는 청년들을 지원하고 있다. 창업부터 정착까지 농촌살이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알려주고 있는 것. 주로 사과를 재배하지만 다른 작물 재배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을 위해 인근 다른 농장에서 일손돕기를 겸한 실습을 진행하거나 청년농 육성과 관련한 외부교육 및 마을행사 등에도 청년들과 함께 참가하고 있다.

윤씨는 “농사만 지을 줄 안다고 농촌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각종 서류 작성법부터 인간관계 노하우까지 다양한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뜨는농장에는 주말이면 10여명의 학생들이 찾아와 농촌살이에 필요한 것들을 배운다. 특히 경북대 식품공학과에 재학 중인 정창영군(26)과 같은 학교 원예학과에 다니는 조재훈군(24)은 여름방학을 맞아 농장에 상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장주인 조씨는 “사과 병해충을 확인하려면 꼭 잎 뒷면을 봐야 한다” “낫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두면 안전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등 두 학생들에게 하루종일 조언을 하느라 바빴다.

경북 청송군 현동면에서 해뜨는농장을 운영하는 조옥래(맨 오른쪽)·윤수경씨(왼쪽 두번째) 부부가 청년농을 꿈꾸는 정창영(오른쪽 두번째)·조재훈군(맨 왼쪽)에게 사과 적과작업 요령을 알려주고 있다.

올해로 2년째 해뜨는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정군은 “농촌에서 살려면 이론만 알아서는 부족한데 실제 겪으면서 배우는 부분이 많다”고 얘기했다. 농고를 졸업하고 농대에 진학한 조군도 “당장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농업은 명실상부한 미래유망산업”이라며 “‘할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씨도 “청년농이 농촌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성장해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우리 농업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자리 잡은 젊은협업농장 역시 창업농을 꿈꾸는 도시청년들의 배움터 같은 곳이다. 농장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정영환씨(37)는 “쌈채소를 주로 생산하는데, 청년농들과 함께 농사지으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시행착오를 서로 보완하면서 헤쳐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청년농들이 농장에서 독립해 시설하우스 두세동 정도는 혼자 운영할 수 있는 농업전문가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밖에 경남 진주에도 스스로가 농촌에서 청년농으로 살며 자신의 뒤를 이을 청년농을 지원하는 청년이 있다. 2년에 걸쳐 세계일주를 하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하고 돌아온 유지황씨(32·대곡면 단목리)다. 유씨는 외국에서 돌아온 뒤부터 동료 2명과 함께 각각 992㎡(300평)의 논밭에서 쌀 등 여러가지 품목을 조금씩 재배하며 청년농 지원을 위한 ‘팜프라’라는 회사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유씨는 “도시를 떠나 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농촌에 들어오기 힘든 것이 청년들의 현실”이라며 “이런 청년들이 농촌으로 들어와 살 수 있도록 ‘생활’과 ‘생산’에 대한 기술을 매뉴얼화하고, 이것을 열린 정보 형태로 공유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이 없는 청년이 처음 부딪히는 장벽은 주거문제”라며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부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코부기 프로젝트는 20㎡(6평) 크기의 이동식 목조주택을 보급하는 일이다. 집 짓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저렴하게 임대하거나, 함께 지어 보급하는 것이다.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농촌에 청년농이 들어오지 않으면 중간 세대는 단절되고 맙니다. 청년이 들어와야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습니다. 대안으로 청년마을을 구상 중입니다. 모두가 농사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장점을 살린다면 농촌에서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는 “청년마을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례가 없다”며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청년마을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자본과 기술이 없는 청년이 혼자 들어와 성공하기는 힘들다”며 “같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얻어야 지속가능한 농업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농촌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돈이 목적이 되면 도시에서의 삶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송·홍성=김재욱, 진주=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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