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염·가뭄] ‘포도송이’ 과원 바닥에 즐비

입력 : 2018-08-10 00:00 수정 : 2018-08-11 23:53
성영근 경북 영천농협 조합장(왼쪽)이 김효섭 영천시 괴연동 영농회장(오른쪽) 등과 폭염으로 낙과한 포도송이와 누렇게 변한 포도잎을 살펴보고 있다.

경북 영천·상주·김천지역 포도 나무·잎 누렇게 변색 일부 과원은 낙과도 심해 물관리 잘해도 알맹이 듬성

 

전국적으로 연일 35℃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뭄까지 겹쳐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복숭아·사과·단감 등 봉지를 씌우지 않는 과일 대부분은 일소(햇볕데임)피해가 심각하다. 복숭아의 경우 지난겨울 언피해와 올봄 저온피해에 이어 이번 폭염까지 가세해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포도는 봉지를 씌웠는데도 폭염과 가뭄을 견디지 못해 알맹이가 쭈글쭈글해지거나 송이째 떨어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고추·참깨·콩·율무 등 밭작물도 잎이 마르고 생장을 멈추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논물도 끊겨 벼가 말라 죽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이번 폭염은 사람에게도 재난이지만, 농작물이나 가축에게도 극심히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농작물과 가축에 대한 강도 높은 피해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잎이 누렇게 변한 포도나무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누런 포도잎을 손으로 만져보니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부서졌다. 일부 포도밭은 나무에서 떨어진 포도송이와 잎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경북 영천·상주·김천 등 도내 포도 주산지의 모습이다. 주산지별·농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폭염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경북도는 7일 현재 포도 폭염피해 면적을 영천 60㏊, 상주 37.6㏊, 김천 17.5㏊ 등 약 120㏊로 집계하고 있다.

영천에서 만난 포도농민들은 “폭염 때문에 큰일”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김효섭 영천시 괴연동 영농회장(57)은 “폭염이 지속되다보니 포도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제대로 영글지 않은 포도송이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고, 포도잎도 말라 죽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괴연동 일대에선 포도송이가 바닥에 떨어져 썩고 있는 포도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농민들은 “낙과가 심한 포도밭은 인건비는 고사하고 자재비도 건지기 힘들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포도농민 김종진씨(68·도남동)는 “물 관리를 제대로 한 포도밭도 폭염 탓에 포도알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며 상품성 저하를 우려했다.

성영근 영천농협 조합장은 “포도 폭염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이라 관계당국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상주지역도 사정이 비슷했다. 상당수 농민들은 “폭염피해가 심해 포도밭을 남들한테 보여주기도 싫다”며 피해현장 공개를 꺼렸다.

상주시 모동면엔 폭염으로 포도나무가 고사한 곳도 있었다. 육국진 서상주농협 과장은 “4년생 포도나무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고사해 뽑아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소피해는 <샤인머스캣> 품종에서 심했다. 봉지를 씌운 상태인데도 햇볕을 많이 받는 위쪽 포도알이 쪼그라들거나 조기에 색깔이 나는 피해가 확인됐다. <캠벨얼리> 품종은 알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색깔도 고르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농민 이복순씨(62·모서면 소정리)는 “<샤인머스캣>과 <캠벨얼리> 품종을 모두 재배하는데, 폭염피해가 품종에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며 “포도알이 예년보다 훨씬 작은 데다 상품성도 떨어져 생산비를 건지기 힘들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김대훈 모서농협 조합장은 “폭염피해로 지역 내 포도 생산량이 예년보다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포도농민들의 소득감소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상주=남우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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