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폭염·가뭄] “복숭아·사과 햇볕데임 심각…상품성 뚝”

입력 : 2018-08-10 00:00 수정 : 2018-08-14 00:02
충북 충주시 앙성면의 복숭아농가 백선기씨가 “폭염과 가뭄 탓에 상당수 열매가 햇볕에 데고 제대로 자라지 않아 상품성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충주=류호천 기자

농촌 피해현장 가보니

충북·경기·경북 주산지 울상

개화기 때 이상저온으로 과실 적게 달린 데다 폭염에 비까지 안 내려

출하량 급감…선별장 한산



전국적으로 연일 35℃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뭄까지 겹쳐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복숭아·사과·단감 등 봉지를 씌우지 않는 과일 대부분은 일소(햇볕데임)피해가 심각하다. 복숭아의 경우 지난겨울 언피해와 올봄 저온피해에 이어 이번 폭염까지 가세해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포도는 봉지를 씌웠는데도 폭염과 가뭄을 견디지 못해 알맹이가 쭈글쭈글해지거나 송이째 떨어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고추·참깨·콩·율무 등 밭작물도 잎이 마르고 생장을 멈추는 등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논물도 끊겨 벼가 말라 죽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이번 폭염은 사람에게도 재난이지만, 농작물이나 가축에게도 극심히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농작물과 가축에 대한 강도 높은 피해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8일 오전 충북 복숭아 주산지 가운데 한곳인 충주시 앙성면의 복숭아밭. 조만간 수확을 해야할 중생종 복숭아이지만, 봉지 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게다가 복숭아밭 이곳저곳엔 떨어진 열매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난 복숭아농가 백선기씨(61)는 “35년간 복숭아농사를 지어왔지만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백씨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 상당수 열매들이 멍든 것처럼 검게 변하고 있다”면서 “특히 폭염과 가뭄 탓에 성장을 멈춘 이후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상품성 있는 열매들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복숭아밭만 바라보면 속이 상한다는 백씨는 “중생종인 <천중도>를 15일 이후 수확하려고 했지만 폭염으로 조숙과가 많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낙과가 늘어 수확을 서두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햇사레복숭아> 주산지인 음성군 감곡면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봄 이상저온으로 복숭아나무의 절반가량이 말라 죽는 피해를 본 차상근씨(61)는 “개화기 때 저온피해로 착과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조생종 대부분이 뻥과현상(핵할·씨가 벌어지는 현상)을 보여 큰 피해를 봤다”면서 “이번에는 과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만생종까지 폭염과 가뭄피해를 봐 올 농사를 거의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울먹였다.

피해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일소피해를 본 열매들이 늘고, 그나마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상품성 있는 복숭아를 수확하지 못하는 등 농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백씨는 “4.5㎏ 기준으로 한해 9000상자를 생산하는데, 올해는 4000상자도 안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 이천 장호원 일대 복숭아농가들도 폭염피해로 절망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그나마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상품과는 태부족인 상황. 폭염과 가뭄이 장기간 이어진 탓에 이상편숙과(한쪽만 익어서 썩은 과실)가 늘고, 수정 불량으로 인한 뻥과현상이 나타나는 등 비품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7일 경기동부과수농협(조합장 이종태) 햇사레농산물산지유통센터. 예년 이맘때는 공동선별을 위해 출하농가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뤘지만, 올핸 물량이 크게 줄어 한산했다. 전명운 경기동부과수농협 과장대리는 “2017년엔 공동선별장 직원들이 철야를 하며 물량을 소화했는데, 올핸 야근은커녕 물량이 없어 손 놓고 있을 때가 많다”고 했다.

농가들은 말 그대로 깊은 시름에 잠겼다. 1만6528㎡(5000평) 규모의 복숭아과원을 운영하는 이재승씨(53·장호원읍 방추리)는 “출하선도금 3000만원을 미리 받았는데, 계약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할 것 같아 속이 타들어간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그는 “언피해·저온피해에 이어 폭염까지 덮쳐 올해 복숭아농사를 완전히 망쳤다”면서 “농가피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폭염과 가뭄으로 사과농가 사정도 비슷했다. 경북도는 7일 현재 381.6㏊의 사과밭이 일소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는 폭염으로 인한 경북도 농작물 피해면적(816.7㏊)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시·군별로 보면 문경이 131.5㏊로 가장 넓고, 이어 상주 74.3㏊, 안동 48㏊, 영양 36㏊, 포항 30㏊, 구미 12.7㏊ 등의 순이다.

박명술 남영양농협 조합장은 “폭염으로 사과가 제대로 익지 않은 상태에서 벌겋게 색깔이 나는 일소피해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며 “조속히 예년기온이 회복되지 않으면 폭염으로 인한 일소피해가 늘어나 상품성 있는 사과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호 충북 남제천농협 과수연합회장은 “사과농가들이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일소피해를 막기 위해 코팅제를 뿌려주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런 날씨에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김기선 남제천농협 조합장은 “수확기에 사과재배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며 “정부에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천=유건연, 충주·제천=류호천, 대구=남우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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