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경로당 극장’ 일자리 창출·문화활동 지원 ‘일석이조’

입력 : 2018-05-16 00:00 수정 : 2018-05-17 13:35
대한노인회 경남 통영시지회는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찾아가는 경로당 극장’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0일 오후 광도면 임내마을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한노인회 통영시지회 4월부터 국·시비 지원받아 ‘찾아가는 경로당 극장’ 운영
 


“할매들 뭐하노. 영화 시작한다. 빨리 오라 캐라.”

10일 오후, 경남 통영시 광도면 임내마을 경로당이 실내를 가득 메운 어르신들로 빼곡했다. 관객들이 모두 자리를 잡자 노란 조끼를 입은 할아버지 한분이 경로당 거실 가운데 조그만 상을 놓고 그 위에 노트북과 빔프로젝터를 연결했다. 이어 60인치 스크린이 설치되고 그 위로 화면이 비치자 다른 할아버지는 위치가 안 맞는다며 상을 바로잡았다.

설치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김순희 대한노인회 통영시지회 총무부장이 나섰다.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좋아할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영화상영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영화 즐겁게 보세요.” 박수소리가 터지고 경로당은 이내 영화 <국제시장>을 상영하는 극장으로 변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거나 벽에 기대 노란 조끼 할머니가 나눠준 쌀 뻥튀기를 먹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어르신들은 때로 박수를 치며 웃기도 하고, 깊은 한숨을 짓기도, 조용히 눈물을 훔치기도 하며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화가 끝나자 다시 한번 환호의 박수소리가 경로당을 가득 메웠다.

통영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로 어르신들이 직접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영화를 틀어주고 있어 화제다. 노란 조끼를 입고 지역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를 설치하는 어르신들이 바로 그 주인공. 대한노인회 통영시지회(지회장 박정부)는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아 올해 4월부터 ‘찾아가는 경로당 극장’ 사업을 펼치고 있다.

찾아가는 경로당 극장은 어르신 8명이 4인1조가 돼 두팀으로 움직인다. 김 부장은 “노인 일자리 및 노인 사회활동 지원사업으로 시작했는데 일하는 어르신들과 관람하는 어르신 모두에게 반응이 좋다”며 “한달에 8~10회 상영하니까 도서지역을 제외한 101개 마을을 돌려면 1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노란 조끼를 입은 김성일 어르신(77·도산면 도선리)은 “컴퓨터를 만져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면서 “타박하는 소리 안 들으려고 상영 전날 미리 나와서 얼마나 연습했는지 모른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은 또 “영화 상영 전에 이장이 마이크로 마을방송을 하면 어르신들이 떡이며 과일이며 먹을 것들을 가져와 영화 보는 내내 축제 분위기가 될 때도 있다”면서 “마을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시니 나도 행복하다”고 만족해했다.

객석에서 영화에 흠뻑 빠졌던 배순덕 할머니(72)는 “내 평생 이렇게 큰 화면에서 정식으로 상영하는 영화를 처음 봤는데 자주 와서 보여줬으면 좋겠다”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가 슬퍼지기도 했다가 참 희한하네”라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부장은 “더블클릭이 뭔지도 모르던 어르신들이 교육을 통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삶에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경로당 극장’ 덕분에 노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 통영시의 모든 경로당은 1년 내내 즐거운 극장으로 변신 중이다.

통영=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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