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작목’ 인기만큼 고민도 많다

입력 : 2018-04-18 00:00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김성호씨는 “아로니아는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판로고민 없이 재배에 뛰어들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영동=류호천

재배 쉽고 고소득 가능성 높아 장점만 보고 뛰어드는 농가 ↑

블루베리·아로니아 ‘생산과잉’ 백향과·바나나 ‘판로확보 난항’ 재배방법 등 관련 기술도 미흡

작목 선택 때 더욱 신중 기해야
 


최근 재배가 쉬우면서도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틈새작목이 고령화된 농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이 작목들의 장점만 보고 재배에 나섰다가 판로부족 등으로 낭패를 보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 이에 틈새작목 선택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배면적 추이와 판로검토가 우선=고소득작목의 대표격인 블루베리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국내 재배면적이 대폭 증가한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외국산 물량이 몰려들어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집계 결과 2016년 1500여 블루베리 농가가 전체 면적의 24%에 달하는 550㏊에 대해 FTA 폐업지원금을 신청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신소득작목으로 각광받는 아로니아도 재배면적이 급증하면서 생산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로니아 재배면적은 2013년 336㏊에서 2015년에는 1297㏊로 2년 만에 무려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최근 몇년간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틈새작목으로 집중 육성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로니아는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수확도 일시에 가능할 만큼 재배가 쉽다. 이에 앞으로도 재배면적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농가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충북 영동의 아로니아 재배 1세대 농가인 김성호씨(55·황간면)는 “남들이 하니까 무작정 따라서 아로니아 재배에 뛰어드는 농가들이 있다면 적극 말리고 싶다”며 “재배면적이 전국으로 확대된 요즘에는 값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지역에 맞는 품종 선택부터 유통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한 뒤 결정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틈새작목도 판로확보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전남 고흥에서 한때 백향과(패션프루트)를 키웠다는 김상욱씨(63·대서면 화산리)는 5년 전 농사를 접어야 했다. 김씨는 “병충해도 별로 없고 손이 거의 안 간다는 소리만 듣고 백향과를 시작했는데 기대보다 수요가 빠르게 늘지 않았다”면서 “소비자에게 익숙지 않은 작목을 선택할 때는 보편적인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는 고권배씨가 수확을 앞두고 생육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서귀포=김소영 기자


◆수확 후 관리기술 등 아직 미비=최근 몇년 새 제주지역에서는 기후온난화에 따른 틈새작목으로 바나나를 택하는 농가가 급증했다. 하지만 유통망과 수확 후 관리기술 등 생산단계 이후의 제반 여건은 상대적으로 활성화가 더뎌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300㎡(696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는 고권배씨(46·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는 “바나나는 속성수이기 때문에 2017년 6월 정식한 20~30㎝ 길이의 배양묘가 9~10개월이 지난 올 3~4월 현재 성인 키 이상으로 자라 얼마 전 첫 수확을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예상보다 판로가 불투명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바나나 생육 특성을 감안한 수확 후 관리기술과 관련 시설 등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도 문제다. 바나나는 키위·홍시 등과 같은 후숙 과일이다. 따라서 연화제(에틸렌 등 후숙제)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관련 기술이나 시설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흥에서 커피(생두)를 재배하는 김철웅씨(56·과역면 석봉리)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커피 가공과 유통사업을 하다 재배까지 관심을 갖게 된 김씨에게 가장 큰 난관은 재배법에 관한 정보가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김씨는 “한반도 기후가 빠르게 아열대로 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농업 관련 기관들이 선제적으로 아열대 작물 재배에 도움이 될 만한 매뉴얼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자못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생산에서 가공·유통·서비스 영역까지 아울러야 하는데 지금은 생산단계에만 지원금이 몰려 있어 6차산업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영동=류호천, 고흥=이문수, 서귀포=김소영, 김재욱 기자 leemoonsoo@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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