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꽃샘추위에 노지감자 절반 피해…“어떻게 먹고사나”

입력 : 2018-04-16 00:00 수정 : 2018-04-17 11:27
서봉교 경북 동고령농협 조합장(오른쪽)이 봄감자 재배농민들과 함께 언피해를 본 감자 줄기를 살펴보고 있다.

 ‘감자 주산지’ 경북 고령군 언피해 현장 가보니

줄기 많이 자라서 더 큰 피해 수확 지연·생산량 감소 우려 홍수출하로 값 하락 걱정까지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서 빠져 농가 “가입조차 못하다니…”
 


13일 감자 주산지인 경북 고령군 개진면 일대는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감자 재배농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언피해 대책을 논의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7~8일 갑작스러운 꽃샘추위로 노지감자 언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군의 최저기온은 영하 2℃에 달했다.

감자농가들은 “3월말에 언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4월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언피해를 본 것은 아주 드문 일”이라면서 “피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농민 박승립씨(60·부리)는 “3월말에는 감자 줄기가 짧아 언피해가 제한적인데, 이번에는 줄기가 10~15㎝ 자란 상황에서 언피해를 봐 더 심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장에서는 언피해를 보지 않은 감자밭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그만큼 피해면적이 광범위했다. 행정기관 집계만 해도 군 노지감자 전체 면적(260㏊)의 절반수준인 127.2㏊나 된다.

언피해를 본 감자는 잎이 시커멓게 말라 있었다. 줄기와 잎이 완전히 녹아내린 것도 종종 눈에 띄었다. 멀칭비닐을 찢어 감자 줄기를 올린 곳이나 멀칭비닐을 찢지 않는 곳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감자농가들의 걱정은 수확시기 지연과 생산량 감소였다. 감자는 언피해로 싹이 죽어도 새싹이 다시 돋아나면 수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새싹이 돋아나는데 보름 가까운 시일이 소요돼 그만큼 수확시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고령지역에선 노지감자를 2월말~3월말 논에 파종해 5월말부터 수확에 들어가고, 6월10일 무렵에는 벼를 심는 게 일반적이다.

이용석 개진감자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이번 언피해로 수확시기가 보름 가까이 늦춰지고 생산량도 평년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벼 심는 시기는 아무리 늦춰도 6월 중순을 넘기긴 힘들어 감자를 제대로 키워 수확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종시기에 따라 순차적으로 출하돼야 할 물량이 한꺼번에 홍수출하돼 가격이 하락할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농작물재해보험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고령지역 봄감자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돼 있어서다. 가을감자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대상이지만, 봄감자는 강원지역 고랭지감자만 보험가입이 가능하다.

동고령농협 개진지점 인근에서 만난 농민들은 “봄감자 재배면적이 상당한데,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열을 올렸다.

한 농민은 “다른 품목처럼 농민들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가입조차 할 수 없다는 건 너무 심하다”고 성토했다.

농민들은 소득감소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농민 허만열씨(75·구곡1리)는 “대부분의 감자농가들이 감자와 벼 소득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번 언피해로 감자소득의 50% 이상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먹고살 게 걱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봉교 동고령농협 조합장은 “군이 8000여만원의 예비비를 긴급 투입해 피해농가들에게 영양제 등을 공급하기로 한 상태”라면서 “농가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경북도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만일 홍수출하로 노지감자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촉진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령=남우균 기자 wkna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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