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버린 배추·무 시름 깊은 농민들

입력 : 2018-02-12 00:00 수정 : 2018-02-14 11:28
전남 해남군 화원면 영호리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이병길씨(왼쪽)가 김용철 화원농협 경제상무와 한파로 인한 배추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주산지 전남 해남·제주 연이은 한파·폭설로 농작물 언피해 심각

지역경제 차지 비중 커 직간접적 피해 막대 겨울채소시장도 악영향
 


연이은 한파·폭설로 농작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수확을 앞둔 겨울배추와 무의 언피해가 심각해 주산지인 전남 해남, 제주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것 좀 보세요. 50년 만의 최강 한파로 배춧속까지 꽁꽁 얼어버려 올해 배추농사 다 망치게 생겼어요.”

7일 오전 9시 해남군 화원면 영호리에 있는 3300㎡(1000평) 규모의 배추밭에 도착한 이병길씨(60)는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씨는 그 자리에서 배추 한포기를 뽑은 후 칼로 쪼개 속을 보여줬다. 샛노란색이어야 할 속잎 절반이 누르칙칙하게 변해 있고 뿌리에선 퀴퀴한 냄새까지 났다.

최근 전남지역을 강타한 한파에 폭설까지 겹치면서 수확시기가 목전인 배추가 밑동과 속잎까지 얼어버려 생육이 멈춘 것이다.

이씨는 “여기 배추밭은 그나마 볕이 잘 드는 편에 속하는데도 70% 이상이 상품가치가 없어 출하 자체를 할 수 없게 됐다”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해남은 전국 겨울배추의 70~75%를 생산하는 곳이다. 그만큼 겨울배추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서정원 화원농협 조합장은 “겨울배추 계약재배 면적이 36만4000㎡(11만평)에 달하는데, 언피해로 인한 직접적인 손해액만 1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정재경 화원농협 김치가공공장장도 “한달에 800t 정도의 배추가 필요한데 오늘 기준 재고가 1000t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겨울에는 배추 언피해가 심각해 재료수급 차질, 원재료값 급등, 김치제품의 질적 하락 문제를 한꺼번에 맞닥뜨릴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겨울무 주산지인 제주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일 오전 9시, 무밭을 돌아보던 서귀포 성산일출봉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이부철 월동무 담당 계장은 “눈이 조금 녹나 했는데 폭설이 또 내리면서 나머지 물량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하소연을 늘어놨다.

제주에서는 1월에 20일 넘게 한파가 지속된 데 이어 이달 3~8일 엿새 연속 폭설이 내렸다.

제주도와 성산일출봉농협, 무 재배농가의 말을 종합하면 8일 기준 수확하지 않은 무 재배면적(2665㏊)의 절반 이상이 언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산 무는 국내 겨울무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7년 농가 조수익이 1845억원으로 도내 채소 중 1위, 농산물 중 2위를 차지했다.

고병기 제주농협지역본부장은 “무는 감귤에 이어 제주지역 2위의 품목으로 지역경제는 물론 전국 겨울채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도와 머리를 맞대고 피해농가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9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고 본부장 등은 성산읍 일대의 무밭과 세척장을 둘러보며 무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농가 피해대책을 논의했다.

해남=이문수, 서귀포=김소영, 김재욱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