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맞이 풍경] “자슥·손주들 볼 생각카믄 벌써부터 즐겁지예~”

입력 : 2018-02-12 00:00 수정 : 2018-02-16 22:46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 부녀회원들이 마을회관에서 전통한과를 만들며 설날 만날 자식들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의 ‘설맞이’ 풍경

 

마을 부녀회원들 모여 명물 ‘자갈한과’ 만들기 한창

넘쳐나는 주문에 손목 시려도 자식 이야기로 미소 가득

“내 새끼 내 손주 입에 들어갈 음식 만드는 데는 힘 안 들어”
 


7일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마을 부녀회원들이 모여 개평의 명물인 ‘자갈한과’를 굽는 냄새다.

“우리 자슥들이요? 전국 방방곡곡에 다 흩어져 있다 아입니꺼. 한번 볼라카모 짐 싸가지고 팔도유람 해야지예. 인자 명절 되모 다 내려올 껍니다. 자슥들 볼 생각카믄 벌써부터 즐겁지예. 손주가 많아서 한번 모이면 마 시끌벅적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더.”

교직에 있는 아들 내외와 살고 있는 오점덕씨(67)의 말이다. 1남4녀를 둔 오씨는 딸 넷을 서울·수원·청주와 함양 읍내로 출가시켜 명절이 돼야 비로소 자식들 얼굴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자식 이야기가 나오자 자갈한과를 연신 굽느라 바빴던 오씨의 얼굴이 환해진다.

옆에 있던 이복달씨(69)도 거든다. “2017년 12월에 막내 결혼할 때 서울 큰아들을 봤는데도 그단새(그 사이) 또 보고 싶다”면서 “병원일이 바빠 올해는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다.

함양 개평마을 부녀회는 농한기가 시작되는 12월초부터 설날 일주일 전까지 전통한과를 만들어 전국에 내놓는다. 기름에 튀기는 방식이 아니라 깨끗이 씻은 자갈을 데워 굽는 방식이라 맛이 담백하다. 최근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넘쳐나는 주문에 손목이 시릴 지경이지만 설날 볼 자식·손주들 이야기로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시골도 설날 풍경이 예전 같지는 않다. 부녀자들이 집마다 옮겨 다니며 품앗이로 그 많은 명절음식을 하던 정겨운 풍경도 사라졌다. 하지만 고향 떠난 자식이 찾아올 설날을 기다리는 부모 심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백상현 이장(62)은 “예전에는 설 명절 때 동네 친인척들 다 찾아다니면서 한복 입고 세배하곤 했는데 요즘은 어른들도 많이 돌아가시고 해서 그런 문화가 사라졌다”며 “요즘은 마을회관에 어른들 모두 모셔놓고 한번에 세배한다”고 말했다.

한해 농사지으랴, 농한기에도 쉬지 못하고 한과 만드랴, 그렇게 고생하고 또 명절음식 할 생각에 힘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으로 타박이 돌아온다.

“내 새끼 내 손주 입에 들어갈 음식 만드는데 힘드는 게 오데 있습니꺼. 고향 가시거든 어무이한테 물어보이소!”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터져나온 소리에 부녀회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또 한번 웃음꽃을 피웠다.

함양=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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