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농가 규제 위주 정책 문제…농업 특성 고려한 외국인 고용·주거대책 절실”

입력 : 2021-11-19 00:00 수정 : 2021-11-19 23:21

[탐사기획]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 대해부 

[6부·끝] 전문가 지상 좌담회

 

엄진영 연구위원

특별한 제한 없던 숙소 기준

갑자기 대폭 강화…농민 한숨 진흥구역 내 주거시설 허용을

 

윤상진 고용주연합회장

신규·기존 인력 같은 최저임금

형평성 불만…태업 발생하기도 숙련도별 차등임금 도입 시급

 

이혜경 교수

코로나로 체류 연장 등 조치

효과 미미…농촌 인력난 여전 공공파견제 도입 검토할 때

 

정재영 조합장

근로자 ‘농업 전업’ 확약 받고 위반 땐 강제 출국조치 취해야

정부·지자체 적극 나서 관리를

 

본지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대해부’ 탐사기획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과 무단이탈·태업에 따른 농가 피해, 고용제도의 맹점 등 농촌 인력 고용 실태와 핵심 과제를 짚어봤다. 탐사기획을 마무리하며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 개선방안을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농촌 인력난과 외국인 근로자 고용 실태를 진단한다면.

▶엄진영=농촌에선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하다. 더불어 농촌 거주자도 제조업·서비스업 등 임금·노동 조건이 좋은 일자리를 찾으면서 농번기엔 외부에서 근로자를 유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제도권을 통한 외국인 근로자만으론 일손부족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장에 만연한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혜경=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줄면서 정부가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취업 활동 기간을 연장해줬지만, 농촌에서의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정재영=농촌 인력난으로 농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가령 코로나19 발생 전엔 20여명을 고용하던 한 상추농가가 지금은 7명도 겨우 구해 일하고 있다. 일손부족으로 생산량이 줄어 농산물값이 뛰면 ‘금상추’ 등으로 불리며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외국인 근로자 주거시설 기준 강화 정책에 대해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질적인 대안은.

▶엄진영=고용허가제는 특별한 숙소 제한 없이 운영되다가 올해 갑자기 기준이 대폭 강화된 만큼 농가와 농업법인이 준비할 기간을 줘야 한다. 또 지역 내 유휴시설 등을 숙소화하는 문제를 지방자치단체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농업진흥구역 내 외국인 근로자 숙소시설 설치 허용도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정재영=농가의 현실적인 여력을 고려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좋은 환경의 주거시설을 제공하려면 컨테이너 등 숙소를 농지에 가설할 수 있도록 임시조치법을 제정해야 한다.

▶윤상진=시설하우스 내 숙소를 장기간 합법화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시설하우스는 최소 30년 이상 사용 가능한 만큼, 시설하우스 내 숙소를 외국인 근자로를 위한 시설로 인정해줘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무단이탈, 고의적인 태업, 무리한 사업장 변경 요구로 피해를 보는 농가가 적지 않다. 이를 막을 방안은.

▶엄진영=무단이탈과 고의적으로 태업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페널티가 필요하다. 현재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사업장 가점·감점 시스템을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적용해 근로계약 만료 전에 강제 출국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 무단이탈과 고의적 태업에 대한 판단은 서로 입장 차가 클 수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등 제3자의 공정한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윤상진=미혼인 외국인 근로자가 기혼이라며 배우자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태업이나 무단이탈·결근으로 이어진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표준근로계약서에 외국인 근로자의 인적사항을 상세히 적시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계약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제도와 무단이탈 후 불법체류하는 근로자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혜경=고용허가제를 통해 농축산업에 배정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자격요건에 한국어 점수 외에도 영농 경험 여부를 따지는 등 선발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재영=당초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로 들어올 때 농업에 전업할 것을 확약받고, 위반 시 1차 경고와 강제출국 조치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해마다 치솟는 인건비로 농가 부담이 극에 달하면서 업종·지역·숙련도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필요성과 개선 방향은.

▶윤상진=신규·기존 외국인 근로자가 같은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형평성에 불만을 품은 기존 외국인 근로자들이 태업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농산물은 산업재와 달리 고정가격이 책정돼 있지 않아 농가소득이 일정치 않은데도 다른 산업과 똑같은 최저임금·퇴직금 제도로 농가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기존 임금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정재영=현재 외국인 근로자에게 월 230만∼270만원의 고임금을 지급하는 등 인건비에 대한 농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사일에는 경험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숙련도별로 임금을 차등 지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를 마련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


―기존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에서 개선이 필요한 점을 꼽는다면.

▶엄진영=축산업과 작물재배업 특성에 따라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 고용허가제는 축산농가와 일부 시설원예농가 등 근로자를 1년간 고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농가에 적합한 제도다. 반면 작물재배업에서 근로자가 필요한 시기는 농번기에 집중돼 1년 고용이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작물재배업은 계절근로자제 E-8(5개월간 일할 수 있는 비자)로 흡수·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E-8 계절근로자제 취업기간을 현행 5개월에서 최대 9개월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윤상진=기존 고용허가제는 농촌의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계절근로자제는 단기간 고용이 필요한 구근작물에 치중돼 있어 재배기간이 긴 시설재배농가가 많은 지역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 또 시설재배에는 어느 정도 숙련기간이 필요한데, 초보인 계절근로자가 숙련기간을 거치면 정작 시설하우스에서 제대로 근로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다. 취업기간을 최대 10∼11개월로 하되, 지역·재배 환경별로 계절근로자 계약기간을 다르게 해야 한다.

▶이혜경=기존 고용허가제는 농축산업 쿼터 확대, 근무처추가제도 실효성 제고 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계절근로자제는 근로자의 도입부터 송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해당 지자체가 담당해 공무원의 업무 부담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로 인해 계절근로자제를 기피하는 지자체가 있을 정도다. 계절근로자제의 운영·관리 주체에 대한 고민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를 통합 운영해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와 관련해 농업부문 ‘공공파견제’ 도입·확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엄진영=기존 고용제도의 취업기간과 작물 재배농가가 원하는 고용기간이 맞지 않다보니 민간 영역에서 불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공영역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고 1개월 미만, 1∼2개월 근로자가 필요한 농가에 외국인 근로자를 파견하는 방식을 시범 운영한 후 장기적으로 공공·민간 영역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일본은 농업부문 파견이 허용되며, 민간회사에서 일본인과 외국인 근로자 모두를 농업부문에 파견하고 있다.

▶이혜경=공공파견제는 외국인 근로자를 1개월 또는 3개월 미만 등 초단기로 고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농업부문 파견을 허용하는 일본의 파견법은 우리나라보다 여러모로 규제가 완화돼 있어 근로자 파견 형태를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파견제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농촌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지자체·농가 등 주체별 역할은.

▶엄진영=정부는 농업 인력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해 외국인 고용인력 활용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시·군 단위에선 농업부문 내·외국인 근로자 규모와 부족 인원 등을 품목별로 파악하고, 인력중개센터에 대한 평가와 사후관리 감독 기능을 갖춰야 한다. 필요할 경우 시·군 내 농촌고용인력중개센터와 지자체 운영 인력중개센터간 통폐합도 검토돼야 한다.

▶윤상진=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도를 농촌 현장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특히 농업 특성을 고려해 일손이 부족한 이웃농가에 외국인 근로자를 파견할 수 있는 고용 유연성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농업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간 소통을 위한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농가 역시 농장이 아닌 사업장을 경영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정재영=우리나라도 미국·유럽 등 선진국처럼 중앙·지방 정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관리해야 한다. 농가도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배려하며 상생협력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리=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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