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육 활용 늘리자”…야생동물 개체수 조절·영양 보충 도움

입력 : 202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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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한 가정집에서 사냥한 멧돼지를 보관해놓은 모습. 연합뉴스

[‘지비에’ 산업] 왜 육성해야 하나

멧돼지·고라니·까치 등 인한 국내 농축산물 피해 ‘막대’ 

포획 통해 손실 줄일 수 있어

멧돼지고기 단백질·비타민 풍부 사슴고기는 다이어트에도 적합

 

야생동물로 인한 농업 피해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도 ‘지비에(Gibier) 산업’ 육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비에’는 ‘사냥감’ ‘사냥거리’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사육하지 않는 야생동물의 고기인 ‘수렵육’을 지칭하는 용어다. 지비에 산업의 원조 격인 유럽에서는 지비에 소비가 보편화돼 있다. 일본 정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지비에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급증하는 야생동물로 인한 농업 피해…퇴치 방법 마땅찮아=야생동물로 인한 대표적인 농업 피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다. 야생멧돼지가 치사율 100%인 ASF 바이러스를 사육돼지로 옮기며 국내 양돈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국내 양돈장에서는 2019년 9월 첫 발생 이후 모두 17곳에서 ASF가 발생했다. 이들 양돈장의 ASF 확진으로 살처분된 사육돼지는 양돈장 267곳, 45만여마리에 달한다.

피해를 가장 많이 주는 야생동물 또한 멧돼지다. 멧돼지가 일으킨 피해는 2019년 전체 피해액의 64.8%(89억1000만원)를 차지한다. 그 뒤를 고라니·까치·오리류·꿩 등이 잇는다.

농작물 피해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2015년 106억7200만원, 2017년 126억7600만원, 2019년 137억4600만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북 포항의 한 농가는 “야생동물로 인한 농업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지만, 마땅한 퇴치 방법이 없는 게 큰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지비에 산업의 장점에 주목해야=지비에 산업 육성은 야생동물의 개체수 조절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늘어 산림 훼손과 농업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비에 산업을 육성하면 이러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에선 지비에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조절되고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액도 줄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영양적인 측면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지비에의 대표 격인 멧돼지고기와 사슴고기는 100g당 단백질이 각각 18.8g과 22.6g으로, 쇠고기·돼지고기(17.1g)보다 높다. 피부에 좋은 비타민B2도 풍부하다. 쇠고기의 100g당 비타민B2 함량은 0.17㎎에 불과하지만 사슴고기는 0.32㎎, 멧돼지고기는 0.29㎎에 달한다.

반면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사슴고기의 100g당 열량은 147㎉에 불과해 쇠고기(317㎉)·돼지고기(253㎉)보다 크게 낮은 편이다.


◆제도화 검토 필요…일본 사례 참고해야=우리나라에서는 야생동물의 이용이 매우 까다롭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포획한 유해 야생동물은 매몰·소각 또는 고온·고압 방식 멸균처리(렌더링) 등의 처리만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가 별도 조례를 만들어서 이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대부분의 지자체가 야생동물의 이용이 아닌 야생동물 피해 보상에 관한 조례만 둔 실정이다. 일부 지자체가 멧돼지 사체를 렌더링(고온·고압으로 처리해 기름 등으로 분리하는 것)한 뒤 퇴비로 이용한 사례가 있는 정도다.

이 때문에 현재 멧돼지고기 등을 파는 식당은 모두 포획한 것이 아닌 해당 목적으로 사육한 개체를 이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지비에 산업 육성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국산 지비에 인증제도’를 도입해 23개 지비에 도축시설을 인증한 상태며, 멧돼지를 식용가공뿐 아니라 펫푸드나 비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복수의 전문가는 “환경단체의 반대가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지비에 산업 육성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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