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 늘고 농민 내몰리고…미국도 농지문제 ‘골머리’

입력 : 2021-04-07 00:00

농지 안정적 투자상품 인식 자산가 매입규모 매년 늘어

땅값 오르면서 임대료 상승

소득 불안정 임차농 급증 농업 전체 위축 우려 커져

 

미국에서 투기용으로 농지를 사는 행위가 성행하면서 농지 투기가 실제 경작을 하는 농민들을 농지에서 몰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자산가들이 투자를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이는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경자유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에도 농지 소유를 허용하고 있어 투기용 농지 구매가 가능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많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다.

농지가 인기 있는 이유는 수년 뒤 이익률을 따졌을 땐 농지가 손해를 보지 않는 가장 안정적인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환율이나 주식처럼 등락세가 심한 투자상품과 달리 농지가격은 변동폭이 작으며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경향이 있다.

아이오와주립대학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침체된 와중에도 미국 일부 주에서는 농지가격이 상승했다. 대표적 곡창지대인 아이오와주에선 농지가격이 지난해 9월 이후 8%나 상승했으며 인근 시카고주는 6% 상승해 최근 몇년간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농지를 구매한 투자자들은 연초 대비 연말께 자산가치가 1.7%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결국 ‘부동산 가격은 쉽게 하락하지 않는다’는 ‘미국판 부동산 불패신화’가 성립되면서 농지 구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농지 투기가 늘면서 임차농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토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 임차농은 토지 주인이 급증한 토지가격에 따라 토지 임대료를 올리면 순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토지를 소유한 투자자들은 ‘토지 임대료를 올려서 소작농이 빠져나가 아예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전혀 손해를 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모던파머> 등 현지 언론은 농지가격 상승으로 미국 중서부의 농업벨트 지대에 소득이 불안정한 임차농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차농은 미국 전체 농가의 절반이 넘는 54%를 차지한다.

미국 농무부(USDA) 관계자는 “농지 투기가 농가소득 감소로 농민을 궁핍하게 만들며, 농민수와 농업계로 유입되는 인구수를 줄여 농업계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서진 기자 dazzl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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