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농업, 잇단 악재에 ‘휘청’

입력 : 2020-02-14 00:00 수정 : 2020-02-15 23:28

신종 코로나 이어 고병원성 AI까지 발생

방역 위한 격리·교통통제로 인력·자재 발 묶여 작업 차질

수급불안 우려에 식품값 급등

AI, 후난·쓰촨 중심으로 확산 감염 가금류 폐사율 50% 넘어

정부, 2만여마리 살처분 조치



중국의 농업·농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도로가 통제되면서 농자재와 농업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농산물 수급도 상당히 불안한 상태다. 여기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확산돼 악재가 겹친 형국이다.



◆농업 인력·농기자재 수급 비상=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도로가 봉쇄되면서 농업인력과 농기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농민들이 자가격리 조치로 집에 머물 수밖에 없어 농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춘절(중국 최대 명절) 전후는 보통 종자나 비료, 농업용 비닐 등 농사일에 필요한 물자들이 전국 각지로 운송되는 중요한 시기”라며 “개화기를 앞둔 과수나무에 필요한 농작업을 하고, 사탕수수나 남부 지방의 땅콩 등 일부 농작물이 파종에 들어가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농약전문매체 <중국농약망>은 15개 성·자치구의 농약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네이멍구자치구·산둥성·허베이성 등에서는 벌써부터 농약 재고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일부 지역에서 2월초부터 농약 제조업체나 판매상이 정상영업에 들어갔지만 농약 판매 성수기인 3~5월 매출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농자재 수급불안은 지금보다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되는 2월 하순부터 더욱 문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농업인력 부족도 마찬가지다. 이달말부터 많은 지역이 봄갈이(춘경)에 들어가는데, 이때 경운이나 정지·파종 등에 인력이 대거 투입되고 종자나 비료 등 농자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린궈파 중국 컨설팅업체 브릭농업그룹 연구총괄은 “3월은 농촌에 인력이 집중되는 시기인데 농민이 집에서 계속 자가격리 된다면 농업 노동력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신종 코로나 사태가 지속된다면 (중국의) 2020년 농업생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수급에도 빨간불=이번 사태로 농산물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의 최초 발생지인 우한을 시작으로 중국 각 성·시에서 ‘봉쇄식 관리’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외부로 연결되는 고속도로·항만 등을 통제하고, 도시 내부에서도 하부 행정단위인 향·진·촌간 이동을 막는 게 이 조치의 핵심이다. 중국 정부가 농식품과 농자재·가축사료 등을 운송하는 차량의 통행은 보장하고 있지만, 농산물 수급불안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전염병 발생상황이 향후 몇주, 길게는 수개월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면서 중국 각 가정에서는 식량을 사재기하고 있다”며 “상점이나 슈퍼마켓 등은 신선식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농산물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오르면서 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식품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 상승했고, 품목별로 보면 돼지고기 가격은 116%, 채소 가격은 17% 이상 올랐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까지 확산=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병원성 AI까지 확산일로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일 후난성에서 H5N1형 AI가 발생한 데 이어 9일 쓰촨성에서는 H5N6형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후난성과 쓰촨성 모두 신종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후베이성 우한시와 인접한 지역이다. H5N1·H5N6형 모두 폐사율이 50%를 넘길 만큼 매우 높다.

이에 중국 정부는 발생지역에서 가금류 2만여마리를 살처분했다. 감염지역에 대해서는 봉쇄조치를 취하고 살균처리에 들어갔다.

현지 언론은 “그렇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 방역·방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AI까지 터진 최악의 상황”이라며 “내수 경기침체, 수출부진 등 경제적 타격에 대한 양계농가와 중국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은정·김서진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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