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생산성 향상…두마리 토끼 잡은 네덜란드 절충형 계사

입력 : 2019-11-22 00:00 수정 : 2019-11-23 23:54
네덜란드 산란계농장인 킵스터(Kipster)의 실내 방목장에서 닭들이 먹이를 찾아 활동하고 있다.

창간 55주년 기획 - 세계 선진농법 현장을 가다

(10)혁신의 대표 주자, 네덜란드 산란계농장 ‘킵스터’

실내·외 합쳐 6600※ 면적서 닭 2만4000마리 방목 사육

밤엔 실내 다층형 공간서 휴식 낮·이른 저녁엔 실내 방목장과 야외 오가며 활동하고 알 낳아

계사 상부 외벽, 유리창 설치 층고 높여 일조량·공기 순환 ↑

사료 적게 먹는 ‘데칼브’종 선택 폐기된 빵 등 가공해 급여하고

녹말 성분의 달걀판도 만들어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반 ‘뚝’

시설 설치비 2~3배 더 들지만 동물복지·친환경 실천 노력 소비자 호응…수요도 충분
 

루드 잰더스 ‘킵스터’ 대표.

 

2000년대 초반,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연합(EU)의 양계농가들은 동물복지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압박과 마주한다. 좁은 공간에 닭을 4~5마리씩 두는 관행 케이지 사육방식이 산란계의 동물복지를 해칠 수 있다는 압박이었다. 닭이 서로 몸을 쪼는 등의 부작용을 비롯해 조류인플루엔자(AI)·기생충 발생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오랜 진통 끝에 EU는 2012년부터 산란계의 관행 케이지 사육을 금지했다.

네덜란드의 많은 농가가 동물복지와 생산성의 균형을 찾는 가운데 ‘킵스터(Kipster)’라는 산란계농장이 혁신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 동물복지를 실현하는 절충형 계사를 만들고 사료·포장 등에서 비용을 절감하면서다. 동물복지는 세계 주요 국가는 물론 국내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네덜란드 산란계농장인 킵스터를 찾아 절충형 계사형태, 사료 활용, 포장 등의 사육체계를 살펴봤다.

 

킵스터의 야외 방목장.


네덜란드 동남부에 있는 카스텐라이 지역. 대표적 농업지역인 이곳을 자동차로 한참 달리자 태양광 집열판을 얹은 독특한 모양의 계사 한동이 나타났다. 새로운 방식의 산란계 사육으로 네덜란드에서도 주목받는 농장인 킵스터다. 계사 가장자리 야외 공간에는 실내 계사에서 나온 닭들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동물복지와 상업성을 동시에 고려한 산란계 사육모델입니다.”

2017년부터 킵스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루드 잰더스(Ruud Zanders) 대표는 “동물복지를 위해선 닭을 야외에 무한정 풀어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위험 요소가 많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실내 계사에 설치한 다층형 시설물에서 닭을 키우되 낮 동안은 실내·외 공간에서 닭을 방목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내·외를 합쳐 6600㎡(약 1996평, 실내 3600㎡·야외 3000㎡)의 면적에서 닭 2만4000마리를 키운다. 실내 기준으로 1㎡(0.3평)당 6.7마리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 면적에서 닭을 최대 12만마리까지 키울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육되는 닭들의 평균수명은 75주령으로, 한마리당 연간 315개 안팎의 알을 낳는다.

오전 10시 현장을 방문했을 때, 닭들이 시설 구조물에서 실내 방목장으로 막 내려오고 있었다. 방목장에는 모래와 짚이 깔렸고 나무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닭은 오후 7시30분까지 실내 방목장과 야외를 오가며 활동하고 알을 낳는다.

 

3층으로 구성된 육성·산란사. 가장 아래 공간은 외부 방목장으로 나가는 통로이고 그 위에 있는 1층이 육성사다. 2층은 산란사, 3층은 육성사로 각 층은 경사로로 연결돼 있다.


높이 10m 계사, 일조량 최대 확보

현재 네덜란드에선 산란계 사육시스템 중 ‘반시스템(Barn system)’이 약 60%를 차지한다. 저녁시간에 닭이 머무는 시설 구조물을 2~3단으로 쌓되, 낮 동안 닭이 복도에서 활동하게 풀어두는 방식이다. 나머지 30%는 평지에서 닭을 키우는 ‘유기 방사’이고, 10%는 ‘퍼니시드 케이지(Furnished Cage)’다. 케이지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고 60여마리씩 키우는 방식이다. 킵스터는 반시스템을 응용해 닭을 풀어두는 면적을 넓히고 야외 공간까지 확보한 사례다.

잰더스 대표는 “1990년대초까지 네덜란드의 산란계 사육도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서 “지금은 농가들이 대안 사육모델을 찾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킵스터 실내 방목장의 폭은 12m다. 방목장 곳곳에 사료통을 놓고,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집진기 4대를 설치했다. 미세먼지의 97~98%가 제거된다는 게 잰더스 대표의 설명이다. 그 양편에 닭이 머물고 산란하는 시설 구조물이 각각 6m폭으로 설치돼 있다. 그 옆으로 닭이 드나들 수 있는 야외 공간이 또 10m씩 있다. 계사의 총 폭이 44m이고 길이는 150m인 셈이다.

계사 높이는 10m로 높게 두고, 계사 상부 외벽엔 유리창을 설치해 볕이 내부로 충분히 들어오도록 했다.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 약 1000개를 얹어 연간 30만㎾h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계사의 조명과 난방을 모두 태양광으로 해결한다.

잰더스 대표는 “계사의 층고가 높아 공기 순환이 잘되고, 이 때문에 질병이 적게 발생한다”며 “닭이 알을 낳으려면 13시간 이상의 빛이 필요한 만큼 유리창을 둬 일조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3개 층으로 된 시설 구조물은 닭들이 쉬면서 알을 낳는 용도로 만들었다. 1·3층은 닭들이 머무는 육성사(Sleeping Quarter)이고, 2층은 산란사다. 각 층 사이에는 횃대와 닭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벨트가 설치돼 있다. 육성사 아래엔 벨트가 설치돼 있는데, 분뇨가 일괄적으로 수거돼 퇴비로 쓰인다.

 

킵스터가 자체 개발한 달걀판. 감자녹말에서 추출한 셀룰로스 섬유가 원료다.


사료와 달걀판도 혁신

킵스터는 이런 사육모델로 네덜란드의 동물복지 인증인 ‘Beter leven(베터 레벤)’을 받았다. 이 계사는 킵스터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교·연구소(WUR) 축산연구팀과 계사 설계 및 사료 제조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그중에서 현지 농업계가 특히 주목한 건 사료다. 일반 사료 대신 폐기된 비스킷, 호밀 과자, 빵, 와플 등을 수거·가공해 사료로 쓴다. WUR의 임케 드 보어(Imke De Boer) 교수가 연구한 ‘음식 잔여물(Residual Flow) 사료화기술’에서 개념을 따와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전세계 유효 경작지의 40%가 동물 사료 생산에 쓰입니다. 동물 사료용으로 쓰는 토지를 식량 생산에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연구입니다. 식량과 동물 사료의 재배경쟁을 피하자는 거죠. 사료의 97%는 빵 등의 잔여물을 가공한 것이고, 여기에 비타민·미네랄 등을 3% 첨가합니다.”

흰 닭인 <데칼브(Dekalb)> 품종을 사육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갈색 닭 품종보다 사료를 5% 적게 섭취하면서도 같은 개수의 알을 낳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달걀판에도 혁신을 더했다. 감자녹말에서 추출한 ‘셀룰로스 섬유’를 원료로 쓰는 것이다. 잰더스 대표는 “달걀판 제작에 들어가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 친환경 이미지를 더한 것”이라며 “새로운 사료를 쓰고 달걀판을 직접 제작해 농장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관행보다 50% 줄였다”고 말했다.



비싼 달걀값, 시장 수요가 관건

네덜란드 사회도 이러한 혁신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킵스터는 ‘2018 동물을 위한 기업상(Corporate For animals Award 2018)’을 비롯해 ‘2018 좋은 달걀상(Good Egg Award 2018)’ ‘라보 지속가능·혁신상(Rabo Sustainable Innovation Prize)’ 등을 휩쓸었다.

물론 이런 사육모델은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킵스터는 2017년부터 현지 슈퍼마켓 체인인 리들(Lidl)과 5년 동안 계약된 가격에 달걀을 공급한다. 구체적으로 킵스터 달걀은 한개당 0.26유로(약 334원)로, 한개당 0.21유로(약 270원)인 일반 달걀보다 0.05유로(약 64원) 비싸다. 다소 높은 달걀가격에 대해 잰더스 대표는 “동물복지 달걀에 대한 시장 수요가 충분히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 한사람이 달걀 200개를 소비한다고 볼 때 동물복지 달걀 소비에 연간 10유로(1만2000원)가 더 드는 겁니다. 네덜란드에선 동물복지·환경을 고려하면 이 정도 가격은 인정하는 분위기예요. 농장 매출도 관행 케이지농장을 운영할 때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현재 벨기에·미국·프랑스 등에 킵스터모델을 짓기로 논의 중”이라며 “시설 설치비는 관행 케이지 계사에 비해 2~3배 더 들지만, 지속가능한 축산이 화두인 만큼 절충형 계사모델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텐라이=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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