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래 결과모지 매년 갱신·순누르기 기술 적용…생산량 30% 훌쩍

입력 : 2019-10-16 00:00 수정 : 2019-11-06 13:38
겨울전정(가지치기)을 마친 뉴질랜드 타우랑가지역의 한 과수원. 주지(원가지)에서부터 결과모지(열매밑가지)가 일정한 간격으로 곧게 뻗어나와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덕 밑 방풍망(하얀색 천)을 설치해 바람을 막는다.

창간 55주년 기획-세계 선진농법 현장을 가다 (8)키위 재배선진국 뉴질랜드의 첨단기술은

겨울전정…결과모지 갱신

결과모지 길이 2m 안팎 유지 간격도 15~20㎝로 촘촘하면

에너지 집중된 주지 부근에 전체 꽃눈의 25%가 달려

비어 있던 공간에 꽃눈 확보 최대 2배 가까이 생산량 증대

여름전정…순누르기

꽃눈 3~4개 달리고 잎이 3장 나왔을 때 새순 끝 5번 눌러줘

남은 탄수화물 주지로 돌아가 장과지와 단과지 여러개 형성 이듬해 결과모지·결과지로 활용

그루터기 만들기와 시비·가지솎기·환상박피·수분 등 7가지 기술 적절히 활용

신규 과원선 밀식재배 늘어
 

 

37년 경력의 뉴질랜드 키위 재배전문가 앤드루 스콧(Andrew Scott).


뉴질랜드는 연간 키위(참다래) 생산량이 38만여t에 달하는 키위 재배선진국이다. 생산량으로는 세계 3번째 수준이지만, <제스프리>로 대표되는 키위의 품질과 브랜드 관리는 단연 선두를 달린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보급된 그린키위 품종인 <헤이워드>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최근 뉴질랜드 키위 재배농가들은 ‘결과모지(열매밑가지)의 빠른 갱신을 통한 생산량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결과모지를 길게 연장하지 않고 1년마다 갱신하는 방법이다. 결과모지에서 결과지(열매가지)가 안 달리는 부분을 최소화해 생산량을 높이는 전략이다. 우리와 계절이 반대인 뉴질랜드는 9월부터 ‘겨울전정(가지치기)’을 한다. 9월초 뉴질랜드를 찾아 수확량을 높이는 전정기술을 살폈다. 현지 키위 재배전문가인 앤드루 스콧(Andrew Scott)과 함께 관리가 잘된 과원을 돌며 기술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번 취재엔 경남농업마이스터대학 참다래전공 6기 교육생들과 박동만 주임교수도 동행했다.
 

전정이 끝난 결과모지의 간격은 한뼘(15~20㎝)으로 균일하다.


결과모지 길이 최소화 … 생산량 ‘쑥’

뉴질랜드 북섬 타우랑가(Tauranga) 지역에 있는 키위 과원 ‘아프리마 오처드(Aprima Orchard)’. 9월초 찾은 이 과원은 이미 키위나무의 겨울전정을 깔끔히 마친 상태였다. 대부분 나무가 <헤이워드> 품종으로 수령이 20년 가까이 됐지만, 결과모지는 서로 엉킨 데 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돼 있었다. 주지(원가지)에서 결과모지가 바로 나왔는데, 길이가 2m 안팎으로 짧으면서도 곧았다. 결과모지를 4~5m로 길게 유지하는 우리나라 상황과 사뭇 달랐다.


현지 키위 재배전문가인 스콧은 2012년 무렵부터 결과모지를 짧게 유지하는 방법을 적극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1982년부터 키위를 재배한 그는 현재 과수작업 대행사인 ‘그로플러스(GroPlus)’를 운영하며 연간 약 600㏊의 농장을 관리한다.

“주지에서 바로 결과모지를 만들어낸 게 보이죠? 결과모지 간격도 15~20㎝로 촘촘합니다. 주지 쪽에 에너지를 몰아줘서 강한 꽃눈을 만든 결과입니다. 여름전정을 적절히 하면 주지 부근에 나무 전체 꽃눈의 25%가 배치됩니다. 이 꽃눈이 새로운 열매가 되죠. 그동안 비어 있던 공간에 꽃눈을 채워서 생산량을 올렸어요.”

이 농장에선 1㏊당 연간 60여t의 키위를 생산한다. 2018년 뉴질랜드 평균 생산량(43.3t)보다 약 38% 더 많은 양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일부 농장은 생산량이 최대 80t에 달하기도 한다.

 

순누르기를 한 키위 결과지(열매가지). 결과지의 끝 부분을 액이 나올 때까지 손으로 누르면 에너지(탄수화물)가 불필요하게 쓰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순누르기와 제로잎 전정이 ‘키(Key)’

스콧은 결과모지를 매년 갱신하려고 겨울전정에 앞서 여름전정부터 공을 들인다. 여름전정은 새순(신초)의 세력을 조절해 나무의 양분을 배분하는 과정이다. 겨울전정은 한해 동안 열매를 단 결과모지를 잘라내고, 예비로 마련해둔 결과모지를 유인하는 작업이다.

그는 여름전정의 핵심기술로 ‘순누르기’와 ‘제로잎 전정’을 꼽았다.

순누르기는 봄에 새순이 튼 후 30~60일에 결과모지에서 나온 새순(결과지)의 끝을 손으로 누르는 작업이다. 구체적으로 새순에 꽃눈이 3~4개 달리고 잎이 3장 나왔을 때 시작한다. 발아 후 30~60일에 5번 정도 순누르기를 한다. 단, 작고 가는 결과지는 순누르기가 필요 없다.

스콧은 “순누르기를 하면 새순이 불필요하게 뻗지 않고, 남은 에너지(탄수화물)가 다시 주지로 돌아간다”며 “이 탄수화물이 주지 부근에 열매를 달 수 있는 긴 가지(장과지)와 짧은 가지(단과지)를 여러개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장과지와 단과지들을 1년 동안 키워 이듬해에 결과모지로 쓰거나 직접 열매를 맺는 결과지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제로잎 전정은 순누르기로 나무 세력을 잡기 어려울 때 한다. 결과모지의 끝부분에서 나온 새순(신초)이 50㎝ 이상 자랐을 때 이를 잘라주는 방식이다.

“새순이 너무 자라 옆 나무의 가지와 꼬일 정도가 되면 제로잎 전정을 합니다. 수관부(나뭇가지와 잎이 있는 부분)가 어두워지는 것을 막는 거죠. 긴 새순을 그대로 두면 열매가 안 맺히는 부분까지 에너지가 가겠죠. 이런 에너지 낭비를 막는 작업입니다.”

이 2가지 기술을 적절히 활용해 결과모지 하나당 18개 정도의 꽃눈(겨울눈)을 확보한다. 1㎡(0.3평)당 꽃눈 40~45개가 달린다. 스콧은 “꽃눈의 20~25%는 꼭 주지 부근에 확보해야 한다”며 “여기에 꽃눈을 못 달면 생산량이 떨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지 곳곳에 생장점이 모인 그루터기를 만들어 결과모지를 바로 받아낸다.


시비와 그루터기 형성도 적재적소에

스콧은 위 2가지 방법을 포함해 모두 7가지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머지 5가지는 ▲그루터기(크라운) 만들기 ▲시비 ▲주지의 높은 부분에서 나온 가지솎기 ▲환상박피 ▲수분이다.

이중 특히 강조하는 건 그루터기 만들기다. 그루터기란 가지로 자랄 수 있는 ‘생장점’이 한데 모인 지점으로 주지에 만들어진다. 주지 부근에 단과지 숫자가 충분하다면 세력이 약한 단과지를 잘라 향후에 쓸 생장점으로 확보해두는 것이다.

시비는 연평균 4번 한다. 발아할 때, 개화 전, 착과 초기, 수확 후다. 단, 뉴질랜드는 철저한 토양 검사를 기준으로 시비를 한다. 스콧은 “농장 토양의 샘플을 채취한 다음 연구소에 가져가 필요한 양분을 파악한다”며 “연도와 계절별로 다른 시비법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환상박피는 나무 원줄기에 상처를 내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영양분이 뿌리로 향하지 않고 다시 줄기로 가도록 하는 기술이다. 나무 주간(원줄기)에 껍질을 원형으로 얇게 벗긴다. 하지만 박피는 나무의 세력이 좋은 경우에만 해야 하므로 재배조건이 다른 한국에선 신중히 활용해야 한다고 스콧은 설명했다.

이 기술들 외에 덕 밑에 설치하는 방풍망도 주목할 만하다. 덕 밑 방풍망은 나무의 열 사이에 설치하는 것으로, 바람을 막아 과원 기온을 약 2℃ 높이는 역할을 한다. 봄철에 부는 바람이 덕 밑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발아가 균일하도록 돕고 미생물의 활성도를 높인다.



신규 과원은 밀식재배 추세

뉴질랜드에선 신규 과원을 중심으로 밀식재배도 느는 추세다. 타우랑가지역에 있는 또 다른 키위 과원인 ‘테푸나 팜스(Tepuna Farms)’엔 2016~2017년 새로 심은 키위나무가 빽빽했다. 특이한 점은 이전의 과원과 달리 밀식재배를 도입했다는 것. 나무 사이 간격을 기존 5m에서 2.5m로, 열 사이 간격도 5m에서 3.5m로 줄여 심었다. 키위 열매 속의 종자수를 충분히 확보하고자 암나무 8그루에 수나무가 1그루씩 심겨 있었다.

스콧은 “한 나무가 너무 넓은 영역을 감당하면 스트레스 증가로 좋은 과실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밀식재배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식 첫해에 나무의 주지 모양을 잡을 때부터 가지 굵기를 균일하게 만들면 이듬해부터 결과모지로 쓸 가지를 낼 수 있다”며 “이 방식을 활용하면 재식 4년차부터 정상 수확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단, 1년 만에 주지를 안정적으로 만들려면 건강한 대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널리 쓰이는 <브루노> 대목이 발아율이 높으면서 뿌리·수세가 강하고 병해충 저항성도 높아 여전히 선호된다는 게 스콧의 얘기다.

그는 밀식재배가 앞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한번 더 강조했다. “농장주가 나무를 통제하지 못하면 나무에 통제당합니다. 한 나무가 절대 많은 영역을 감당하게 두면 안돼요. 나무를 좁은 간격으로 심되, 순누르기 등으로 나무 세력을 조절해야 생산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타우랑가=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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