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분으로 땅심 높이고 수확 후 관리 온힘…‘日 마늘 수도’로 우뚝

입력 : 2019-10-14 00:00
일본 아오모리현의 마늘밭 전경.

창간 55주년 기획-세계 선진농법 현장을 가다 (7)고품질 마늘 일번지, 일본 아오모리현 닷코정

구 크고 고르며 단맛·매운맛 조화 이루는 ‘후쿠치 화이트’ 일본 대표 마늘로 키워내

화산재토양에 축분 ‘듬뿍’ 수확한 땅엔 녹비작물 재배

적기 수확…고품질 관리 철저 농가서 1차 열풍건조한 마늘

50~55℃·9~11시간 열처리 각종 균 방제…장기저장 가능 전용 저장고 보관…품질 유지
 

 


일본 혼슈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현(靑森縣)은 일본 마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이다. 그중에서도 닷코정(田子町)은 마늘로 특화한 지방자치단체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마늘의 수도’다. 하지만 닷코정은 마늘 재배면적이 넓은 것도 아니고 재배역사가 오래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마늘은 일본을 대표한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100g 이상인 <후쿠치 화이트> LL사이즈의 경우 소비지에서는 한통에 약 5000원(L사이즈는 3000원, M사이즈는 2000원)에 이를 만큼 높은 값에 거래된다. 그만큼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품질 마늘을 생산해내는 비결은 뭘까? 그 비결을 알아보고자 아오모리 현지를 찾았다.

 

‘후쿠치 화이트’ 마늘.


지역 전체가 단일품종으로 통일

“육쪽의 인편이 선명하고 껍질은 눈과 같이 흰색에 가깝지요. 이게 바로 <후쿠치 화이트>라는 마늘입니다.”

시라이타 다케유키 닷코정 산업진흥과 1차산업전략추진그룹 리더는 “이 품종이 닷코정의 상징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마늘”이라고 소개했다. <후쿠치 화이트>는 구가 크고 고르며 단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알리신 등 영양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

닷코정은 이웃마을인 후쿠치손에서 1962년 이 품종을 들여와 오늘날 일본 마늘의 대명사로 키웠다. 지속적으로 계통선발을 했을 뿐 아니라 종자검사와 조직배양을 통해 무병종자를 보급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시라이타 리더는 “이 품종이 정착되기까지는 일본 최고의 마늘을 생산하고자 단일품종으로 똘똘 뭉친 지역농민들의 열의와 노력이 있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일본 아오모리현 닷코정의 고품질 마늘 재배기술을 소개하는 시라이타 다케유키 1차산업전략추진그룹 리더.


축분퇴비 활용…화산재토양 한계 극복

일본은 기본적으로 화산재토양이다. 그만큼 토양에 양분이 척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땅에서 많은 양분을 필요로 하는 마늘을 재배하려면 땅심을 높여야 한다.

이치노와타리 가즈유키 JA하치노헤농협 닷코지점 계장은 “양분이 부족한 화산재토양에서 최고 품질의 마늘을 생산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이런 가운데 최고의 마늘 산지로 도약했다는 것은 농가들이 얼마나 흙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행히 닷코정은 일찍부터 축산업이 왕성하게 발달했다. 마늘 재배농민들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이용, 닷코와규 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최대한 투입하면 화산재토양의 양분부족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닷코정은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마늘 재배농가들에게 공급하고자 4곳에 퇴비제조장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닷코정은 이곳에서 완전발효된 퇴비를 생산해 마늘 재배지에 살포도 해준다. 아울러 땅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마늘 수확 후 녹비작물 파종을 권장한다. 6월 중순~7월 상순 수확하고 나서 다시 마늘 파종이 시작되는 9월말까지 2~3개월은 재배지에 녹비작물을 심어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을 만든다.

 

일본 아오모리현 닷코정의 마늘 고온처리 소독시설.


수확 후 관리가 고품질 비결

닷코정은 수확시기를 제대로 잡은 다음 수확 후 관리를 통해 최고 품질을 얻고 있다. 수확시기는 마늘을 뽑아 밑동을 관찰하면 누구나 알 수 있단다. 마늘 뿌리와 맞닿은 밑동이 평평하면서도 약간 안으로 패인 듯 들어갔을 때가 최적의 마늘 수확시점이라는 것이다.

닷코정이 일본 마늘의 대표 산지가 된 것은 수확 후 관리기술을 어느 곳보다 일찍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이미 1970년대말부터 수입 마늘이 들어오면서 품질향상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인식했다.

그 방안으로 1980년 도입한 것이 화력건조기술이다. 농가에서 열풍건조한 마늘을 장기저장에 들어가기 전 50~55℃에서 9~11시간 동안 열처리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는 데는 20㎏당 120엔의 비용이 드는데, 닷코정은 비용의 3분의 1을 지원한다.

야마모토 시게키 JA하치노헤농협 산노헤영농센터 담당은 “마늘에 해가 가지 않는 범위의 온도에서 고열처리를 하면 마늘과 뿌리 사이에 서식하는 뿌리썩이선충과 각종 균을 없애 장기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닷코정은 하루 30t 능력의 마늘고온처리시설 1·2호기를 JA하치노헤농협에 맡겨 운영하고 있다.

또 닷코정은 마늘을 1년 이상 장기저장해도 품질이 변하지 않는 마늘전용 CA(가스치환)저장고를 설치, 농가들이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컴퓨터에 의해 자동관리되는 이 저장고는 연중 영하 2~3℃, 습도 65~70%를 유지한다. 공기도 철저히 통제해 산소 2~3%, 이산화탄소 1~3%, 질소 94~97%로 상시관리된다. 이 CA저장고의 수용능력은 350t이다. 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는 20㎏당 900엔이 소요되는데, 역시 닷코정에서 비용의 3분의 1을 지원한다.

야마모토 담당은 “농가들이 마늘을 이렇게 저장해두고 연중 출하해 오늘날 닷코정 마늘의 명성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흐뭇해했다.



신품종 ‘미로쿠히메’ 50년 내다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후쿠치 화이트>로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 닷코정은 최근 자체품종인 <닷코마치 1호>를 육성, 무병종자로 증식과정을 거친 뒤 <미로쿠히메>라 이름 짓고 올해부터 농가에 본격 보급하기 시작했다.

닷코정은 2010년 인근의 히로사키대학과 공동으로 지역에 가장 알맞은 품종 육성에 나선 뒤 거의 10년 만에 이런 성과를 냈다. 지금은 <후쿠치 화이트>에서 <미로쿠히메>로 품종을 전환하는 농가들에게 종자 교체비용의 3분의 1을 지원한다.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개발한 품종으로, 지역을 부흥시키고 ‘일본 마늘의 수도’라는 명성을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닷코정은 기대하고 있다.

시라이타 리더는 “지금까지 최고의 품종이라고 평가받는 <후쿠치 화이트>에 안주해선 안된다”며 “앞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미로쿠히메>의 보급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오모리=김기홍 기자 sigmax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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