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국 ASF에 ‘속수무책’…세계 돼지고기시장 ‘지각변동’

입력 : 2019-09-20 00:00 수정 : 2019-09-22 00:07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첫 발생] 해외 피해상황과 대응책

중국서 지난해 8월 발생한 뒤 현재까지 아시아 9개국서 발생

유럽서도 루마니아·폴란드 등 중동부 국가 중심 급속 확산

중국 돼지고기값 46.7% 급등 유럽산도 중국 수요 늘어 값↑

중국, 양돈산업 안정화 위해 재입식 등에 각종 보조금 지급

한 지방정부, 소비제한정책도
 


경기 파주·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함에 따라 아시아의 ASF 발생국이 9개국으로 늘어났다. ASF가 아시아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 불과 약 1년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다. 우리보다 먼저 ASF로 홍역을 치렀던 유럽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병을 잡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국의 시장에서도 돼지고기가격이 폭등하는 등 ASF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ASF, 유럽·아시아로 매섭게 번져=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발간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8월30일~9월12일 ASF가 신규·지속 발생하고 있는 국가(지역)는 19곳이다. 이 기간 신규 발생건수만 344건에 달한다. 유럽에선 불가리아·헝가리·라트비아 등 10개 국가에서 ASF가 유행하고 있다. 아시아는 중국·홍콩·북한·라오스·미얀마·필리핀·베트남 등 7곳에서 ASF가 유행 중이다. 기존 아시아 발생국인 몽골·캄보디아는 진정된 상황이다. 아프리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 등 2곳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베트남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 중국은 지난해 8월3일 랴오닝성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올 4월 남부 하이난성까지 번지면서 8개월 만에 전국 31곳의 성·시·자치구로 확산했다. 최근에도 닝샤후이족자치구에서 ASF가 추가로 발생했다. 누적 발생건수가 157건에 이른다. 베트남에서도 올 2월에 처음 발생한 후 63곳의 성·시 전역으로 ASF가 번졌다. 발생건수만 6083건으로, 9월12일 기준 470만마리가 ASF로 폐사하거나 살처분됐다.

유럽에선 최근 중동부 국가를 중심으로 양돈농장에서의 ASF 발생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루마니아에선 올들어 8월19일까지 야생멧돼지 발생을 제외하고 양돈장에서 853건이 발생했다. 불가리아·폴란드·슬로바키아 등에서도 5월부터 감염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 가운데 최근 5년간 유일한 ASF 발생국인 벨기에에선 지난해 9월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827건이 발생했다. 다만 발생사례 모두 야생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경우다.

 

지난해 11월 중국 방역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 베이징 외곽에서 차량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돼지고기가격 요동=ASF가 번지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돼지고기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정도가 중국에서 소비되는 영향이다. 중국 자체의 돼지고기 공급이 줄면서 유럽 등에서 생산된 돼지고기가 중국으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영국 <로이터>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중국 돼지 사육마릿수는 2018년 7월보다 32.2%, 모돈은 31.9% 줄었다.

공급이 줄면서 돼지고기가격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중국 정부는 8월 돼지고기가격이 지난해 같은 때보다 46.7% 올랐다고 발표했다. 8월 중순엔 소매가격이 1㎏당 30위안(5046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육류 공급량이 1000만t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8월말 후춘화(胡春華) 중국 부총리가 돼지고기가격 폭등을 두고 “중대한 정치적 사안”이라고 말하며 상황을 진두지휘할 정도다.

유럽산 돼지고기가격도 오르고 있다. 중국은 1~7월 지난해 같은 때보다 약 15% 증가한 159만927t의 돼지고기를 수입했는데, 유럽산 수입이 늘었다. 9월2일 기준 유럽의 돼지고기 평균가격은 1㎏당 1.8유로(약 2370원)로 지난해 9월보다 약 20% 올랐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페인·독일·덴마크·네덜란드·프랑스산 돼지고기의 중국 수출이 늘었다”며 “미·중 무역전쟁만 해결된다면 미국산 돼지고기 수출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쇠고기·닭고기의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돼지산업 분석업체인 ‘아이큐씨 인사이츠’는 “올 1~7월 중국의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5%, 닭고기 수입량은 48.3% 늘었다”며 “닭은 사육 기간이 짧기 때문에 돼지고기 수요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 대책 내놔=이처럼 ASF 발생으로 돼지고기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중국 정부는 자국 양돈산업을 안정화시킬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선 양돈농가를 지원하고자 여러가지 금융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재입식을 위한 비용을 농가에 보조하고, ASF 발생으로 돼지를 살처분한 농가에 보상금을 신속하게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보조금 지급액이나 대출 지원금을 늘리는 등의 조치도 이어졌다. 돼지고기 소비제한정책을 펼치는 지방정부도 있다.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에서는 9월1일부터 ‘돼지고기가격에 대한 임시 개입조치’를 시행하면서 1인당 하루 구입량을 1kg으로 제한했다.

한편 지금까지 집계된 ASF 발생과 살처분규모가 축소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금까지 ASF로 베트남은 470만마리를 살처분한 반면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117만마리를 살처분했다. 필리핀 경제매체인 <비즈니스미러>는 “외국 전문가들과 중국 내 양돈업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ASF로 인한 자국 내 양돈산업의 피해규모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해대·오은정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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