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파농사 단점 ‘잡초’ 극복…유럽 쌀 생산량 ‘1등 국가’로 우뚝

입력 : 2019-06-05 00:00 수정 : 2019-06-07 23:51
이탈리아 농민들은 벼의 생육을 저하시키는 잡초를 방제하기 위해 직파 전부터 신경을 쓴다. 사진제공=이탈리아 벼연구소

창간 55주년 기획-세계 선진농법 현장을 가다 (1)벼 직파재배의 최전선 ‘이탈리아’

농가들 ‘앵미’ 잡기 위해 ‘클리어필드’ 품종 사용 가격 비싸지만 방제효과 커

파종 한달 전 논에 물 채워 제초제 살포해도 효과

이른 봄 토양 경운작업 하면 땅속 잡초 일찍 싹 틔워 잎 3개 밀어올리면 제거

유기농 벼 재배농가는 잡초 못 자라게 피복작물 활용
 


가을철 황금들판은 아시아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밀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에서도 벼 재배로 유명세를 떨치는 나라가 있다.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국가로, 파비아·노바라 등 북부지역에서 벼를 재배한다. 생산한 쌀은 자국에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벨기에·독일·네덜란드 등 이웃 국가로 수출도 한다.

이탈리아의 벼 재배면적은 22만~25만㏊로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모든 농가가 직파로 벼를 재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탈리아는 1900년대 초반 이앙법을 일부 도입했다가 1970년대 다시 완전히 직파재배로 돌아섰다. 우리가 이앙법의 고도화를 이루는 사이 이탈리아는 직파재배에 관한 기술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할아버지는 이앙법을 쓰기도 했죠. 저는 엄두도 안 내지만요. 이앙재배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데 이탈리아는 인건비가 비싸 감당이 안돼요.”

이탈리아 북부 파비아에서 130ha(130만㎡) 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페라리스 루이지(53)는 벼농사 경력 21년 동안 줄곧 직파로만 농사를 지었다.

직파에 잔뼈가 굵은 루이지에게도 여전히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 볍씨 파종과 동시에 자라나는 잡초다. 한국에서도 벼 재배농가들이 직파재배에 도전했다가 다시 이앙재배로 돌아서는 것처럼 이곳 이탈리아에서도 잡초는 직파재배의 영원한 과제다. 이탈리아 벼 재배농가들은 잡초와의 전쟁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잡초 방제 등 작물보호를 연구하는 마르코 로마니 이탈리아 벼연구소(Ente Nazionale Risi) 박사를 만났다. 벼연구소 본부는 밀라노에 위치해 있으며, 주요 벼 재배지마다 지역본부가 설치돼 있다. 로마니 박사는 파비아 모르타라에 위치한 벼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앵미 방제 위해 품종부터 ‘깐깐’ 선택

이탈리아 벼 재배농가들은 앵미(잡초성 벼)를 잡기 위해 품종부터 신경 쓴다. 바스프(BASF)가 육종한 ‘클리어필드(CL·Clearfield)’ 품종이 그 주인공이다. BASF는 앵미와 유전적 특성이 비슷한 벼가 앵미를 제거하려고 뿌린 제초제로 인해 피해를 본다는 점에 착안해 자사의 제초제에 저항력을 갖는 벼를 개발했고, C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전자변형(GM)이 아닌 전통적인 교배 육종으로 만든 품종이기 때문에 GM에 엄격한 유럽에서 사용 가능하다. CL은 앵미 방제를 위해 BASF가 개발한 품종이라는 의미를 넘어 작물관리법 등 일련의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루이지도 품종을 중요시하는 농부 중 한명이다. 그는 해마다 농장 가까이에 위치한 벼연구소에서 신품종을 받아 시험해보는데, 올해는 CL 품종의 하나인 <CL388>을 택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다른 CL 품종을 테스트했다”며 “여러 CL 품종 가운데 농장 토양과 기후에서 가장 잘 자라는 품종을 찾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마니 박사는 “이탈리아에는 2006년 이 시스템이 처음 소개됐는데, 일반 종자보다는 가격이 비싸지만 앵미 방제에 효과가 좋아 많은 농가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선 대략 7만㏊에서 CL 품종을 쓰고 있다. 한편 BASF는 CL과 유사한 방식의 벼 재배시스템인 ‘프로비시아(Provisia)’를 개발해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 출시했다.



잡초 발아 전 담수 논에 제초제 처리

‘발아 전 제초제’를 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기사에 나오는 약제는 이탈리아에서 사용 가능한 약제들임). 파종하기 한달 전 논에 물을 채운 후 바로 ‘발아 전 제초제’를 처리한다. 이때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플루펜아세트(Flufenacet)’나 ‘프레틸라클로르(Pretilachlor)’를 쓴다.

이후 파종하기 4~5일 전 논에서 물을 빼준다. 논이 제초제를 처리한 물에 잠겨 있는 기간은 대략 24~25일이다. 담수직파를 할 때는 반드시 제초제를 친 물을 빼내고 새로운 물을 댄 다음 파종해야 한다.

토양 경운으로 잡초 속여요

땅속에 잠자코 숨어 있던 잡초 종자를 일찍 깨워 제거하는 방법이다. 파종 준비를 하는 것처럼 경운·정지 작업을 하면 땅에 있던 잡초는 일찍 싹을 틔운다. 이른봄 토양을 갈고 고르게 한 다음 토양 속에 숨어 있던 잡초 종자가 잎을 3개 밀어올릴 때까지 기다린다. 그 다음 비선택성제초제인 ‘사이클록시딤(Cycloxydim)’이나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를 살포해 제거한다.

보통 한 작기에 발생하는 잡초는 토양 상부 3~5㎝ 이내에 있는 것인데, 이 방법을 쓰면 이 층에 있는 잡초를 미리 발아시켜 제거할 수 있다. 파종시기가 5월말로 늦은 경우에 효과적이다. 로마니 박사는 “유기농 벼 재배농가는 농기계 등 물리적인 방법으로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농 벼 농가는 피복작물 이용

유기농 벼 재배농가는 잡초를 잡기 위해 피복작물을 제초제 대신 이용한다. 로마니 박사는 이를 ‘그린멀칭(Green mulching)’이라고 불렀다. 이탈리아의 유기농 벼 재배면적은 약 1만3000㏊에 달한다.

방식은 이렇다. 겨울에 헤어리베치·라이그라스 등 피복작물 종자를 논에 뿌린 후 키가 80㎝에 이를 때까지 계속 자라게 한다. 그 다음 벼 종자를 피복작물 사이에 뿌린다. 파종 직후 롤러(땅다지개)로 피복작물을 쓰러뜨리고 논에 물을 댄다. 3~4일 후에 다시 물을 빼면 벼는 발아하지만 잡초는 자라나지 못한다.

로마니 박사는 “이탈리아에서도 피복작물의 종자가격이 1㎏당 300유로(약 40만원)에 달하고 보통 1㏊당 30~40㎏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도 “유기농 쌀이 관행 쌀보다 2~3배 더 높은 가격을 받기 때문에 유기농 벼 재배농가는 이 방법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들에 더해 농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루이지는 CL 품종을 쓰면서 잡초 방제를 위해 윤작도 하나의 수단으로 선택한다. 약제로 잡초를 잡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일정 구역에 벼 대신 옥수수를 심는 방식이다.

“윤작을 해도 잡초를 아예 발생하지 않게 할 수는 없어요. 완전히 방제할 순 없지만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러 수단을 계속 강구하고자 합니다.”

파비아=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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