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희망이다] 에너지 자립마을로 떠오른 독일 윤데마을

입력 : 2017-08-11 00:00 수정 : 2017-08-29 17:41
독일 니더작센주에 위치한 윤데 에너지 자립마을의 전경.

5부 해외 우수마을을 가다(1)독일 니더작센주 괴팅겐시 윤데마을

1998년 바이오에너지마을 프로젝트 참여 곡물부산물 발효시켜 메탄가스 생산

발전소 가동…마을, 에너지 자급 달성 전력판매로 연간 13억원 수입 올려

주민 참여와 독일 정부 지원으로 세계서 가장 모범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마을’을 ‘오래된 미래’라고도 한다. 마을에 인류가 현재 직면한 문제의 대안이 있다는 의미다. 마을은 더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변화와 혁신의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농민신문>이 올해 신년호부터 ‘마을이 희망이다’라는 연중기획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10~20년 전부터 마을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에 나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특별취재팀을 유럽·미국·일본 등에 파견, 해외 우수마을을 찾아 성과와 비결 등을 취재해 연재 보도한다.

독일 니더작세주에 위치한 윤데바이오자립마을 표지판.


독일 중부 니더작센주 괴팅겐시에서 남서쪽으로 15㎞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윤데마을. 200여가구에 약 750명이 사는 이 마을의 농가비율은 5%에도 채 미치지 못해 평범한 도시 근교마을처럼 보인다. 9농가가 농지 1300㏊에서 밀·옥수수·유채 등을 경작하고, 이중 6농가는 젖소 400여마리와 돼지 약 1500마리도 사육한다. 마을 주변에는 800㏊에 이르는 산림이 잘 조성돼 있다.

농사를 짓지 않는 대부분의 일반 주민들은 괴팅겐 시내에서 일하는 등 특이할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그런 마을이 지금 세계의 주목을 끄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극적인 변화가 최근 10년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그 비결은 곡물부산물·산림부산물·가축분뇨 등을 활용해 바이오에너지를 생산,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에너지 자립마을로 부상한 데 있다.


◆주민간 합의가 성공의 밑거름=괴팅겐대학 ‘지속가능한 발전 연구센터(IZNE)’는 1998년 바이오에너지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하고 40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사업신청을 받았다. 윤데마을도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마을 중 한곳이다. 윤데마을은 괴팅겐시와 인접해 도농교류가 쉽고 충분한 양의 바이오매스(생물연료)를 확보할 수 있으며 주민들간 화합이 잘되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 프로젝트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예산 530만유로(약 70억원)를 조달하는 것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150만유로를 지원하지만, 나머지 380만유로를 확보하는 것은 큰 문제였다.

주민들은 2001년 ‘바이오에너지마을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원탁회의를 통해 협동조합 방식으로 사업추진을 결정했다. 그리고 주민들을 설득해 조합원을 모집한 결과 전체 가구의 70%인 142가구가 참여해 50만유로의 출자를 이끌어냈다. 나머지 자금은 소비자조합 투자(50만유로)와 은행 융자(280만유로)로 조달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바이오에너지마을 프로젝트는 2004년 본격 출발하게 됐다.

조합원 골다우 디터(78)는 “주민들이 최종 합의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며 “실생활과 직결된 데다 돈문제까지 얽혀 있다보니 충분한 토의가 필요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라인하르트 베르더(63)·뵈르벨 베르더(61) 부부가 바이오에너지 생산시설을 가리키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바이오에너지 자립마을 경험 확보=윤데마을의 바이오에너지 기술은 곡물부산물·산림부산물·가축분뇨를 바이오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거점시설에서는 연간 곡물부산물 1만2000t과 가축분뇨 1만t을 농가로부터 수거해 섞은 뒤 1만3000㎥의 밀폐된 저장소에서 발효할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열병합발전소를 가동, 연간 5000㎿h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중 2000㎿h는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3000㎿h는 연방전력회사에 판다. 전력판매를 통해서 얻는 수입은 연간 100만유로(약 13억원)다. 또한 산림부산물을 파쇄해 만든 우드칩을 태워 물을 데운 뒤 마을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난방시스템도 갖췄다.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주택 난방과 생활에 필요한 온수를 연중 무상으로 공급받아 연평균 1000유로(약 130만원)를 절약하고 있다. 더구나 주민들의 힘으로 에너지 자립마을을 구현해 연간 이산화탄소 3300t을 줄이고 있다.

농민 라인하르트 베르더(63)·뵈르벨 베르더(61) 부부는 “바이오에너지마을 프로젝트 덕분에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농산부산물을 판매해 부수입을 올릴 뿐 아니라 농사에 쓰는 완전 발효퇴비까지 무상으로 제공받는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윤데 2.0’으로 지속가능한 마을기반 다져=윤데마을이 에너지 자립마을로 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독일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이 마을은 독일재생에너지지원법(EEG)에 따라 1㎾h당 17.5유로센트(약 230원)에 20년 동안 연방전력회사에 전기를 판매하는 혜택을 받았다. 이러한 조건은 2024년까지 지속된다. 문제는 앞으로 7년 후면 에너지 자립마을로서의 지위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최근 태양광·풍력발전소의 전기 생산단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바이오에너지는 자칫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윤데 2.0 프로젝트’를 직접 주도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액비저장탱크와 목재처리시설 등을 기존보다 두배 이상 확대하고,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즉시 공급할 수 있도록 고성능 발전모터도 갖추게 된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세배 이상의 에너지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기 생산단가가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도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윤데 2.0’을 위해 소요된 예산은 200만유로(약 26억원)인데 다행히 예산조달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동안 에너지 자립마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돼 많은 은행권에서 경쟁적으로 융자를 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윤데마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방문객이 늘어나 마을 주민 40여명이 자원봉사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자원봉사단은 에너지 자립마을 탐방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마을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후계농인 헤닝 슐레(35)는 “윤데 2.0 프로젝트는 앞으로 농민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고 주민들도 농촌관광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 큰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니더작센=김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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