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현해남]화학비료가 토양에 ‘약’ 되는 이유

입력 : 2008-11-07 00:00

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장전국 국공립농학계학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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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장전국 국공립농학계학장협의회장
우리 토양에는 화학비료가 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 농민이 농사지어온 경험뿐만 아니라 학술적 근거에 의한 것이다.

비옥한 토양에서는 유기 농자재로만 농사를 지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척박한 토양에선 화학비료 없이 유기 농자재만으로는 수량이나 품질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유기농법을 실천하는 농업인들이 처음 2~3년간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도 큰 어려움 없이 농사를 짓지만 그 이후에는 생산량이 줄어들고 품질이 떨어지며 모양도 나빠진다고 호소한다. 그 이유를 학술적으로 살펴보자.

우리나라 토양은 아주 늙은 토양이다. 4억~5억년 전부터 화강암이 풍화돼 만들어진 토양이어서 늙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아주 낮은 토양에 속한다. 세계의 토양을 비옥도에 따라 10개 등급으로 나눈다면 우리 토양은 겨우 8등급이나 9등급의 척박한 토양이다.

그 이유는 우선 암석 때문이다. 토양을 비옥한 토양과 척박한 토양으로 구분하듯이 암석도 식물양분이 많은 암석과 적은 암석으로 구분한다. 우리 토양의 조상인 화강암은 양분이 없기로 유명한 암석이다. 화강암에는 다른 암석에 비해 석회·고토·인산 등의 성분이 적다. 화강암의 후손인 우리나라 토양도 당연히 산성이고 비옥도도 낮다. 그래서 척박한 토양으로 분류된다.

우리 토양은 양분보유능력도 매우 낮아 양분을 오래 보유할 수 없고 쉽게 물에 씻겨 용탈되고 만다. 우리나라가 논농사를 지은 이유도 자세히 살펴보면 토양이 척박했기 때문이다. 이 토양으로는 충분한 양분공급이 어려워 물로부터 양분을 얻을 수 있는 논농사를 많이 지은 것이다.

비료를 사람이 먹는 음식에 비교한다면 화학비료는 고기이고, 유기질비료는 채소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기와 채소를 균형 있게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 따라서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고기인 화학비료와 채소인 유기질비료를 적절하게 공급해줘야 한다.

북한의 토양 역시 우리와 같은 조상인 화강암 토양이다. 생산량이 낮아 굶주리는 북한과 생산량이 풍부한 우리 농업의 차이는 간단하다. 북한은 화학비료 없이 진짜 유기농업으로 농사를 지어왔고, 우리는 화학비료를 사용한 차이뿐이다. 유기질비료만 강조하면 과거에 화학비료 위주의 농사를 지으면서 나타난 것보다 더 큰 문제점들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자·고구마 등은 비료성분 가운데 가리(칼리)를 좋아하는 작물이어서 질소와 인산에 비해 2~3배의 가리를 필요로 한다. 과수류·과채류·경엽채류·근채류·양념채소류 등은 황과 붕소가 충분하고 질소·인산·가리의 균형이 맞아야 생산량, 품질, 당도, 향기 등이 좋아진다. 그러나 유기질비료나 퇴비만으로는 이들 작물이 요구하는 양분을 균형 있게 공급할 방법이 전혀 없다.

때문에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업체가 화학비료가격을 보조해주는 계획은 아주 적절한 것이다.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고 토양의 작물양분 균형을 맞추는 데도 좋다. 이 계획은 한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점차 규모와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 척박한 우리 토양에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은 토양에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주는 약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hnhyun@ch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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