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동시방제·농민 자발적 신고 유도…감자걀쭉병 박멸 성공

입력 : 2021-08-02 00:00
01010100801.20210802.001312377.02.jpg
감자걀쭉병 박멸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이영규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연구사.

이영규 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연구사

2008년 민간 육성 품종서 발생 다수 농가 판매목록 누락 확인

전국 동시방제 건의…적극 홍보 2년간 전국 조사 후속조치 마쳐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병해충을 박멸해 청정국 지위를 얻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농작물에 발생하는 병은 빠르게 확산돼 박멸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병해충은 발생하기 전에 막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 어려운 일에 앞장선 사람이 이영규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소 연구사다. 이 연구사는 우리나라가 2014년 감자걀쭉병 청정국 지위를 얻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자걀쭉병은 감자가 길쭉해지는 병이다. 병에 걸리면 상품성 없는 감자가 생산되고 수량도 25∼40% 감소한다. 잎끼리 스치기만 해도 옮는 높은 전염성과 막대한 피해율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병해충으로 지정된 고위험 병해충이다.

국내에선 1977년 처음 발생한 뒤 곧바로 박멸됐다 31년 만인 2008년에 또다시 발생했다.

2008년의 경우 한 민간 벤처회사가 육종·보급한 <골든밸리> <보라밸리> 품종에서만 감자걀쭉병이 발생했다. 해당 품종은 페루 등지에서 종자를 들여와 국내에서 육성한 것으로, 종자를 들여올 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검역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고령지농업연구소에 근무하던 이 연구사는 적은 인원과 한정된 자원이라는 제약 속에서 병 확산을 막는 데 혼신을 힘을 다했다.

그는 “감자걀쭉병이 해외에서 얼마나 큰 피해를 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감자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벼랑 끝의 심정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에 전국 일제방제를 건의해 관철시킨 것이 병 확산을 막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는 “긴급방제 명령이 내려진 직후 해당 업체로부터 품종을 구매한 농가들을 일일이 확인해 감자를 전량 매몰 폐기했다”면서 “이때 판매 목록에서 누락된 농가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전국 일제방제를 건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와 현수막, 팸플릿 등을 통해 감자걀쭉병의 위험성을 홍보하며 농가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데 앞장섰다. 미신고 때에는 손실 보상에서 제외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공적방제 이후에도 2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감자 재배농가뿐 아니라 품종을 개발하는 곳까지 조사해 감자걀쭉병 균이 우리 땅에 정착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후속조치를 진행했다.

어려움도 컸다. 해당 품종을 육성한 업체가 ‘국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감자걀쭉병이 발생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해 실무자로서 대응해야 했다. 1년9개월 만에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는 “당시 방제단이라고 해봤자 담당 인력이 5명도 채 안됐기 때문에 누구 한 사람이 총대를 메야만 했다”며 “공무원 개인이 사명감을 갖지 않으면 이미 발생한 병해충에 대한 완전 방제가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감자농가들은 당시 그의 희생과 노력에 크게 고마워했고, 강원도씨감자생산자연합회는 2020년 “국내 감자산업 보호에 앞장서줘 감사하다”며 그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

평창=김서진 기자 dazzle@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