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병해충의 습격] 과수 화상병 급격 확산…열대거세미나방 맹공 시작

입력 : 2021-07-19 00:00 수정 : 2021-07-19 22:53

식물병해충의 습격-(상)최악의 병해충

 

지난 10년      

과수 화상병·소나무재선충 손실보상액·방제 비용 막대

사탕무씨스트선충 피해 커 고랭지배추 농가 소득 줄어

미국선녀벌레·매미나방 등 돌발해충 발생도 크게 늘어
 

식물병해충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최악의 피해를 준 식물병해충으로 과수 화상병과 소나무재선충을 지목하고 있다.

화상병은 2015년 5월 경기 안성 배 과원에서 국내 최초로 발견된 뒤 사과·배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사과·배 외에도 장미과 39속 180여종의 식물이 감염될 수 있다.

화상병 확산으로 정부가 농가에 지급하는 손실보상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성제훈 농촌진흥청 대변인은 “화상병이 발생하면 매몰 비용과 과수농가의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화상병 손실보상금 지급액은 727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손실보상액이 2015∼2019년 전체 손실보상액(672억원)보다 많은 셈이다.

해충 가운데선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한 피해가 단연 두드러진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해송·잣나무·섬잣나무 등에 기생하며 수분·양분 흐름을 막아 나무를 붉게 시들어 말라 죽게 한다. 국내에선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됐고, 2010년대 이후 피해가 큰 양상이다. 방제 예산도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됐고 2017년엔 2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1조5000억원 이상의 방제 비용이 투입된 상태다.

농업분야에 큰 피해를 준 해충으로는 사탕무씨스트선충이 거론된다. 사탕무씨스트선충은 배추·무·사탕무 등 십자화과 작물과 콩과, 잡초 등 200여종에 기생하며 피해를 준다. 대표적인 증상은 시듦증, 뿌리발달 저조, 생육 불량, 고사 등이다. 발생하면 수량이 30∼60% 감소한다. 2011년 강원 태백에서 처음으로 발생해 삼척·강릉·영월 등 고랭지배추 재배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김현란 농진청 작물보호과장은 “2019년 기준 발생면적은 약 236.3㏊로, 이로 인한 고랭지배추 농가의 소득 감소액이 최소 104억원 이상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SWV·칼라병)도 전국적으로 확산돼 농업부문에 만만찮은 피해를 줬다. TSWV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102개국에서 발생이 보고된 바이러스병으로 꽃노랑총채벌레 등 10여종의 총채벌레에 의해 전염된다. 주요 피해 작물은 고추·토마토 등 가짓과와 땅콩 등 콩과, 국화 등 화훼류다. 감염되면 작물의 잎과 과실에 원형 반점이 나타나며 식물체 전체가 고사하게 된다.

돌발해충도 농업계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돌발해충은 예상치 못한 시기나 지역에 돌발적으로 나타나 농업·임업에 커다란 피해를 주는 해충을 말한다.

대표적인 돌발해충으로는 2009∼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이 꼽힌다.

이들 해충은 최근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부화시기가 빨라지고, 발생량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과수에서 피해가 발생하지만 미국선녀벌레는 콩과 옥수수·인삼 등에도 피해를 준다.

매미나방과 미국흰불나방으로 인한 산림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매미나방은 지난해 전국 10개 시·도 6183㏊에서 확인됐다. 일본잎갈나무(낙엽송)·리기다소나무 등 19종 이상의 수종에서 식엽 피해가 발생했으며, 일부 국립자연휴양림에선 매미나방 때문에 출입이 통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도심에서 불빛을 찾아다니며 산란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매미나방과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미국흰불나방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흰불나방으로 인한 산림 피해는 2018∼2019년과 견줘 약 2∼3배 높았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앞으로 10년         


오리엔탈과실파리 ‘치명적’

제주서 국내 최초 발견 긴장 붉은불개미류도 요주의 대상

자두곰보병 대표적 고위험 병 핵과류 수량 급감 등 악영향

농산물 수출 걸림돌 가능성


‘향후 국내 농업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식물병해충은 무엇일까.’

농촌진흥청은 본지의 이런 공식 질의에 국내 농업에 위협이 될 만한 고위험 해충과 병으로 각각 8개를 지목했다.

고위험 해충은 열대거세미나방·오리엔탈과실파리·붉은불개미류·지중해과실파리·바나나뿌리썩이선충·코드린나방·개미바구미·감자씨스트선충이다.

고위험 병은 자두곰보병, 감귤그린병, 포도피어슨병, 감자걀쭉병, 제브라칩병, 감자암종병, 참나무역병, 과수 화상병이다.

일부 고위험 해충은 이미 국내에 유입된 상태다. 열대거세미나방이 대표적이다. 2016년 아프리카 43개국에서 발생한 이후 빠른 속도로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고, 벼·옥수수·콩·수수 등 80여개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오리엔탈과실파리도 위협적이다. 오리엔탈과실파리는 과수 전반과 일부 채소 품목에 피해를 주며, 방제하지 않으면 피해율이 최대 90%에 육박하는 해충이다. 동남아시아와 중국·대만 등 환태평양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최근엔 제주 서귀포에서 국내 처음으로 발견돼 농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개체는 중국 등지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월동이 가능한 제주다. 송우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부문 바이오안보 논의 동향과 대응방안’에서 “제주 전역에 오리엔탈과실파리가 발생하면 예상 피해액이 9000억원, 연간 방제 비용도 5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017년 이후 부산항 등 항구를 중심으로 간간이 발견되는 붉은불개미류도 요주의 대상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7월14∼15일에도 전남 광양항 서부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에서 붉은불개미 2개 군체, 1000여마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붉은불개미류는 동남아시아와 중국·호주 등 세계 각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해충으로, 콩·양배추·감귤 등의 열매와 줄기에 피해를 준다.

대표적인 고위험 병은 자두곰보병이다. 김성종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 연구관은 “자두ㆍ복숭아ㆍ매실ㆍ살구 등 핵과류가 자두곰보병에 걸리면 수량이 80% 이상 줄어든다”며 “2016년 경북 청도와 충남 금산, 2017년 전북 군산ㆍ부안 지역에서 발생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줬다”고 설명했다.

감귤그린병도 큰 위협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치료약제가 없는 데다 한번 걸리면 12년 내로 나무가 말라 죽어 감귤류농가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약 4조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6661개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감귤그린병 발생국의 기주식물 묘목과 생과실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감자·토마토·고추·당근 등에 피해를 주는 제브라칩병도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다. 이 병에 걸리면 감자 덩이줄기(괴경)가 검게 변하거나 당근의 크기가 작아진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2005∼2006년 제브라칩병이 대발생해 감자농가와 감자가공업 피해액이 약 1427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험 식물병해충 발생은 국산 농산물 수출의 걸림돌이 되는 동시에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전문가는 “고위험 식물병해충이 국내에 정착하면 미발생국의 지위를 잃게 돼 국내 농산물(기주식물)의 수출이 곤란해진다”며 “미발생국 지위는 비관세장벽으로도 이용되기 때문에 해외 농산물의 유입이 더 쉬워지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움말=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김다정·김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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