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화상병 초비상] 구멍 뚫린 방역 안일한 대응…매섭게 파고든 감염병

입력 : 2021-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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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화상병이 미발생지역까지 퍼지고 있는 가운데 방역당국의 허술한 대처가 화상병 확산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경북 영주시 관계자가 사과 나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영주시는 인근 안동에서 화상병이 발생한 이후 자체 예찰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을 내렸다.

과수 화상병 초비상

허술하게 운영된 ‘권역별 관리’ 안동, 의무예찰 대상서 제외

‘5%룰→5주룰’ 매몰지침 변경 일관성 없는 공적방제 ‘비판’

전염 매개 ‘묘목·벌’ 대책 없어 피해농가 ‘이동양봉 자제’ 호소

조사결과 등 신속 공유 않고 농진청 내부도 손발 안 맞아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지역으로 과수 화상병이 확산하면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별관리구역을 허술하게 설정한 데다 묘목 등을 통한 화상병 확산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란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일관성 없는 매몰지침으로 혼란을 자초하고 정보 공유가 미흡하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화 부른 ‘권역별 관리’…안일한 특별관리구역 설정 ‘도마 위’=농촌진흥청이 화상병 특별관리구역을 허술하게 설정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농진청은 지난해 1월 방역지침을 개정해 전국을 화상병 발생지역·완충지역·미발생지역·특별관리구역으로 구분했다. 과수산업과 지방자치단체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화상병 예찰·매몰 기준을 달리 적용하겠다는 의도다.

이 가운데 최근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특별관리구역’이다. 특별관리구역은 경기 안성에서 처음으로 발생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퍼진 화상병의 남하를 막기 위해 설정된 구역이다. 경북에서는 충북·강원과 접해 있는 영주·봉화·문경·예천 등 4개 시·군만이 포함됐다.

하지만 정작 화상병이 발생한 곳은 경북 안동이었다. 안동은 미발생지역에 속해 있던 탓에 개화기 의무예찰 대상지역에조차 들지 못했다.

농진청은 병징이 발현돼 화상병이 집중적으로 발견되는 시기인 5월 상순부터 2주간(1차), 6월 상순부터 2주간(2차), 7월 상순부터 2주간(3차), 11월 상순부터 2주간(4차)을 예찰시기로 정해놓고 있다.

발생지역은 1∼4차 조사가 의무적으로 이뤄지지만, 나머지 지역의 사과·배 과수원과 묘목장은 2·3차 시기에만 예찰하면 된다.

이 때문에 안동에선 6월7일부터 예정돼 있던 2차 예찰(발생지역 제외 첫 의무예찰)을 시작하기 전에 농가의 의심신고로 화상병이 확인됐다. 예찰을 통해 보다 이른 시기에 병을 발견했다면 지금처럼 인근 지역으로 화상병이 퍼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질타가 이어지는 이유다.


◆일관성 없는 매몰지침으로 혼란 자초=일관성 없는 화상병 매몰지침에 대한 질타도 이어진다.

지난해 화상병 확산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 ‘5%룰’을 올해 ‘5주룰’로 강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농가·지자체의 민원이나 요구에 따라 비슷한 상황이라도 다른 판단이 나온다는 것이다.

5%룰은 기존에 화상병이 발생했던 지역이라면 과원 전체 5% 이상의 나무에서 화상병이 나타났을 때만 과원 전체를 매몰토록 하는 지침이다. 5% 미만이면 발생주만 제거한다.

문제는 지난해 5%룰이 생기자, 농가들이 의심주를 발견해도 5% 이상이 감염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고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화상병이 대규모로 발생했던 충북 충주의 한 농가는 “의심 증상을 봤는데도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농가가 있었는데, 나중에 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인근 지역으로 화상병이 퍼지는데도 손실보상금을 제대로 받기 위해 일부 농가들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5%룰의 부작용이 나타나자 농진청은 올해 ‘5주룰’로 방제지침을 변경했다. 과원에 나무가 100그루 이상일 경우 5주 이상에서 화상병 증상이 발견되면 폐원하는 것으로 매몰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단, 식물방제관의 재량으로 5주 미만이거나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매몰이 가능토록 했다. 이로 인해 그때그때 식물방제관의 판단에 따라 일관성 없이 공적방제가 시행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북의 한 사과농가는 “인근 농장에서 화상병 증상이 나왔는데도 폐원 대신 발생주만 제거하는 부분방제가 이뤄졌다”며 “화상병이 전염되지 않을까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말했다.


◆화상병 옮기는 묘목·벌 대처 미흡=화상병을 매개하는 묘목과 벌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화상병은 2015년 경기 안성의 배 과원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이 확인했지만, 2000년대 초중반 북미에서 불법 반입된 묘목을 통해 국내에 유입됐다는 게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안동의 일부 확진농가들이 같은 업체로부터 묘목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며, 묘목을 통한 화상병 전염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묘목과 벌을 통한 화상병 전염을 막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해외의 여러 조사·연구를 통해 화분매개충인 벌이 화상병을 옮길 수 있음이 밝혀졌는데도, 여전히 이동양봉에 대한 어떠한 대처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영주의 한 사과농가는 “이동양봉을 통한 화상병 확산을 우려해 이동양봉 자제 및 출입제한을 호소하는 현수막을 동네에 내건 상태”라면서 “양봉농가의 눈치를 보느라 화상병 확산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보 공유 제대로 안돼…신속 대응 ‘논란’=농진청은 발생 현황 등 화상병과 관련한 정보도 신속히 공유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재 화상병 발생 현황을 알기 위해서는 농진청이 부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브리핑을 기다리거나 유선상으로 농진청에 문의해야 한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ㆍ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이 지속 발생할 때 누리집 등을 통해 발생 건수ㆍ지역 등을 일보 형식으로 공개하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심지어 농진청 내부적으로도 화상병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는 정황이 포착됐다. 농진청 대변인실은 4일 오전 경북 안동 첫 발생농가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를 묻는 본지 기자에게 “내일 (5일) 중 확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해당 농가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는 4일 오전 10시 이전에 나왔다. 내부적으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언론에 경북에서의 화상병 첫 발생 사실을 감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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