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화상병 ‘초비상’] 추가 확진은 없다지만…인접지역 농가 “번지면 어쩌나”

입력 : 2021-06-07 00:00 수정 : 2021-06-0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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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방역요원이 경북 안동시 길안면 과수 화상병 발생 농장 인근을 지나는 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안동 길안면 발생 농장 가보니

확진 판정 과수원 주변 통제선 길목마다 생석회 살포 등 소독

보상금 지급 위한 수령 측정 후 모든 사과나무 굴취·매몰 시행 

인근 농가 전염 확인 안돼 다행 도, 반경 5㎞ 내 합동예찰 진행

경북농협, 상황실 즉각 꾸려 상시 가동…방제·예찰 활동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갑자기 과수 화상병이 웬 말입니까. 참담하네요.”

4일 낮 12시,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일대에는 하얀 방역복 차림의 방역 요원들이 길목마다 들어차 있었다. 이날 오전 이 마을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모씨의 과수원이 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에서 처음으로 화상병이 발생한 탓에 조용한 시골 마을에는 전에 없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통제선이 둘러쳐진 과수원 주변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농촌진흥청·경북도농업기술원·안동시농업기술센터 등 방역당국 관계자 20여명이 길목마다 생석회를 뿌려놓고 차량 소독에 여념 없었다.

김씨는 “과수원이 집과 붙어 있다보니 평소에도 나무를 관찰하며 병충해를 점검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아상처리(생장촉진을 위해 식물 눈에 상처를 주는 것)로 자란 새순이 꼬부라지고 이파리와 가지에 거뭇거뭇한 흔적이 보여 의심신고를 한 건데, ‘과수 화상병이 맞다’라는 말을 듣곤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에 따르면 2일 평소처럼 0.9㏊(약 2722평) 규모의 과수원을 둘러보던 중 나뭇가지에서 불에 그을린 듯한 증상을 발견해 안동시농업기술센터에 직접 신고했다. 시농기센터는 즉시 김씨의 과수원을 찾아 간이검사를 했고, 양성 반응이 나오자 표본을 채취해 정밀진단에 들어갔다. 정밀진단 결과, 화상병으로 확진됐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이날 오후 보상금 지급을 위한 사과 수령 측정이 끝나는 대로 중장비를 동원해 과수원 내 모든 사과나무를 굴취·매몰하기로 했다.

김씨는 “평소 방제도 철저히 하며 나무를 애지중지 키웠는데 갑자기 모두 땅에 묻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남의 일로만 알았던 화상병이 눈앞에 닥치니 사과나무를 파묻고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덧붙였다.
 

안동시에 따르면 김씨 과수원에서 발생한 화상병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는 빠르면 10일 전후에 나올 예정이다.

시농기센터 관계자는 “안동이 지리적으로 충북 단양과 강원 영월 등 지난달말 화상병이 발생한 지역과 인접하지 않기 때문에 타 지역으로부터의 전파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은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동에서 화상병이 발생함에 따라 전국 사과 생산량의 60%가량 담당하는 경북도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만약 병이 타 지역으로 확산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와 더불어 국내 사과산업에도 심대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해서다.

다행히 확진 판명이 난 김씨 과수원 인근의 22농가 과원 3.1㏊에서는 전염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도는 김씨의 의심신고가 접수된 2일부터 화상병 발생 반경 5㎞ 내 593농가 519㏊에 대한 합동예찰을 진행하고 있다. 4일 현재 추가 확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도는 문경·봉화·영주·청송 등 도내 15개 사과 주산지에 화상병 확산 방지를 위한 사전방역 활동을 당부했다.

신용습 도농업기술원장은 “확진 과수원의 나무를 신속하게 매몰해 더이상 주변으로 추가 확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위기의식과 경각심을 갖고 타 지역으로 전파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도의 이같은 합동예찰과 사전방역 조치에도 길안면과 인접한 지역 과수농가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의 발생이 자신들의 지역으로 번질까 우려스럽고, 만에 하나 확산되면 생계가 막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길안면 동쪽에 인접한 청송군 파천면에서 3300㎡(1000평) 규모로 사과농사를 짓는 황유영씨(67·신기1리)는 “오전부터 군농업기술센터에서 화상병 관련 문자가 3번이나 와 주민들 모두 긴장하고 있다”며 “산 넘으면 길안면인데 방제약마저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얘기했다.

의성군 옥산면 정자리에서 40여년째 농사짓는 김규원씨(63)는 “전염성이 있다보니 추가 확산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마음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화상병이 확산돼 과수원을 폐원하게 되면 생계는 어쩌나 싶어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화상병 확진에 경북농협지역 본부(본부장 김춘안)는 즉각 방제대책 상황실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경북농협은 신속한 상황 보고·전파를 위해 상황실을 상시 가동하고 도내 범농협 사무소에 방제·예찰 활동을 당부했다.

김춘안 본부장은 “도내 화상병 발생은 국내 과수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큰일”이라며 “일손이 몰리는 적과철이지만 농가에서는 인력·차량 이동 통제에 신경 써주길 바라며, 농협도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사전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 도내 확산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동=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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