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병 민관합동 식물방역 총괄기구 만들고 연구·개발 속도 내야

입력 : 2020-10-14 00:00 수정 : 2020-10-14 23:47

화상병 대응 이대론 안된다 (하)컨트롤타워 구축·방제법 연구 시급

농진청, 장기 연구가 주 업무 총괄 관리기능 수행 ‘역부족’

가축 대응 ‘방역정책국’ 본떠 식물 병해충 전담부서 설치를

역학조사·방제 전문인력 확충

기주식물·매개곤충 연구와 예방·치료용 약제 개발 시급

약해 등 정확한 정보 제공도

 

과수 화상병 대응을 총괄하는 민관합동 총괄기구를 하루빨리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현재처럼 농촌진흥청이 총괄하는 형태로는 화상병을 효율적으로 막아내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방제약제 개발 등 화상병 연구에 좀더 박차를 가하고, 과수농가를 대상으로 한 영농지도와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식물 병해충 관리할 가칭 ‘식물방역심의회’ 신설해야=화상병 확산을 막으려면 식물 병해충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중앙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는 화상병이 발생하면 농진청이 ‘병해충 위기단계별 대응조치’에 따라 관심·주의·경계 단계별로 조치를 취한다. 사전 예방약제 등록, 손실보상금 지급 등 여타 전반적인 업무도 농진청의 몫이다. 발병원인을 밝히는 역학조사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맡고 있다.

하지만 연구개발이 주요 업무인 농진청이 총괄 관리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과수화상병 재발 현황과 과제’에서도 “장기 방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어 복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하다”며 화상병에 대한 농진청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중앙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전체 과수산업의 직간접 피해 대응 대책과 장기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가축방역심의회처럼 화상병 방역을 총괄 담당할 가칭 ‘식물방역심의회’의 신설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민관이 참여하는 심의회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에 신설해 화상병의 방제와 예방을 총괄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축방역에 대응하는 전담 조직인 ‘방역정책국’이 2017년 농식품부 내에 신설된 것처럼 이에 상응하는 식물 병해충 전담부서의 신설도 요구된다.

오창식 경희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교수는 “농식품부 내 식물방역을 총괄하는 부서를 설치하고, 농진청과 산림청·검역본부, 각 시·도가 유기적으로 식물 병해충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역본부와 농진청에서 역학조사와 식물 병해충 방제를 담당할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방역 관계자는 “현재는 가축질병처럼 중앙부처가 나서서 지방자치단체와 공조하는 게 아니라, 농진청이 (이제는 지자체 산하로 들어가버린) 영농지도기관에 협조를 구하는 셈이라 방역이 원활치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중앙에 총괄기구가 생기면 공조체계가 공고해져 현장 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좀더 세밀한 연구·지도 서둘러야=지지부진했던 화상병 연구에 좀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에서 첫 발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지 5년 이상 흘렀지만 화상병 감염목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생물안전 3등급(BL3) 차폐시설이 없어 여전히 현장에서 필요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BL3 차폐시설은 지난해에야 설립이 결정돼 2022년 완공될 예정이다.

특히 효과적인 예방약이나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고, 일부 약제만 방역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예방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허점을 파고들어 일부 약제가 ‘화상병 예방약’ ‘화상병 치료제’라는 명목으로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농가의 답답한 심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농진청을 중심으로 민관이 협력해 예방·치료용 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상병을 옮길 수 있는 기주식물이나 매개곤충에 대한 연구도 서둘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화상병 연구는 주요 과종인 사과·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병을 매개할 수 있는 다른 과종이나 야생나무, 곤충 등에 대한 연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농가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영농지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상병 확산을 저지하는 것 못지않게 예방약제 살포로 인한 약해 발생 우려 등을 농가에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선 이미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후 조건을 가진 지역에서 약해를 입었다는 연구보고가 있었다. 그럼에도 영농지도기관이 영농지도를 소홀히 해 올해 화상병 예방약 살포로 인한 약해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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