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구근 ‘기근’…수출 빨간불

입력 : 2020-04-06 00:00
네덜란드산 백합 구근이 검역단계에서 폐기·반송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직 국산 보급률도 낮아 생산자들 사이에선 수출 차질 우려까지 나온다. 사진은 국산 구근 생산 모습.

국내시장 90% 점유한 네덜란드산 구근, 폐기·반송 속출

Rf균 검출 땐 국내 유통 불가 올해 1월~2월14일 수입한 네덜란드산 물량 36% 해당

국산 보급률 9%로 대체 못해

농가, 국내 만연 가능성 지적 분포 여부 속히 재조사해야
 



백합 재배농가들이 구근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국내에선 네덜란드산 구근이 90% 이상을 점유하는데, 로도코커스 패시안스(Rf·Rhodococcus fascians)균이 검출된다는 이유로 네덜란드산 구근의 폐기·반송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농가들은 백합 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수입 구근 폐기·반송 급증…수출 차질 우려=올 1월부터 2월14일까지 수입된 백합 구근은 150만8000개이며, 이중 폐기·반송된 물량이 전체의 36%인 약 55만3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가 구근 수입업체를 통해 조사한 결과다. 이기성 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장은 “지속되는 폐기·반송으로 인해 수입업체가 백합 구근 수입 자체를 꺼리는 데다 네덜란드 구근도매업자협회(ANTHOS) 역시 반송이 반복되는 한국으로의 구근 공급 중단을 고려하고 있단 얘기까지 나온다”고 털어놨다.

농가들은 수입 구근의 99%를 차지하는 네덜란드산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어렵게 부지를 마련해놔도 심을 구근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폐기·반송이 늘어난 것은 식물방역법 개정으로 2017년 12월부터 수입 구근 검사방법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검역방식이 수입지에서 도착지로 바뀌고, 검사방법도 PCR(분자생물학적) 검사로 엄격해졌다. 분자생물학적 검사에서 Rf균이 0%임이 입증돼야 들여올 수 있다.

농가들은 구근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자 백합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복수의 농가들은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훼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절화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백합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Rf균 국내 존재 여부 ‘논란’=농가에서는 국내에 유입되지 않았던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Rf균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미 우리나라에 Rf균이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농촌진흥청과 전북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했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당시 강원 춘천·영월, 충북 진천 등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Rf 병원성 유전자가 검출됐다. 다만 농진청은 유전자 검출과 생균 분리는 다르며 국내선 Rf균의 독소유전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Rf균의 국내 분포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정문권 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 사무국장은 “최근 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에서 검역 폐기·반송 명령을 내린 9건의 구근 시료와 국내 백합 시료에서 검출한 Rf 병원성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100% 일치한다고 나온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데도 검역 당국은 생균 분리 등의 추가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야 인정할 수 있다며 다시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구근 국산화 요원…대책 절실=농진청 등은 백합 구근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해 2016년부터 본격적인 공급에 나섰다. 하지만 농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산 보급률은 9%에 불과하다. 구근 보급 자체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인 데다 100년 이상의 구근 생산 노하우를 가진 네덜란드를 좇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생산자 측은 아직 대부분을 외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회장은 “국산 대체가 어려워 아직 많은 양을 수입해야 하는 만큼 Rf균의 국내 분포 여부를 이른 시일 내에 재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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