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교정작물’ 개발 본격화 …“제도 뒷받침” “신중한 접근”

입력 : 2020-04-03 00:00
일반 감자(왼쪽)와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갈변 현상을 억제한 감자. 사진출처=미국 비영리단체 유전자바로알기프로젝트 (Genetic Literacy Project)

신육종기술실용화사업단, 2026년까지 연구 개발

올해 국가 단위 첫 연구 착수 작물 자체의 유전자 바꿔 육종

외래 유전자 이용 GMO와 차별 위해성·안전성 논란 해결 기대

분류·규제 따른 논란은 ‘여전’

“현행법 유지 땐 상용화 불가능” “소비자 알권리 최우선 삼아야”
 



유전자교정기술을 이용한 작물 개발이 국내에서 본격화됐다. 농촌진흥청 주관으로 산학연이 공동 참여하는 ‘신육종기술실용화사업단’이 올해부터 2026년까지 7년간 유전자교정작물 연구 개발에 나선 것이다. 유전자교정작물 연구가 국가 단위에서 시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전자교정작물 개발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과 유전자교정작물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유전자교정작물, GMO와 유사하지만 차별화=유전자교정작물은 유전자 염기서열을 정확히 잘라내는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육종한 작물을 말한다.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으로 유명한 유전자가위는 특정 염기서열을 가위처럼 자를 수 있는 단백질 효소다.

인위적으로 유전자 재조합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유전자변형농산물(GMO)과 유사하지만 외래 유전자의 삽입 없이 작물 자체의 유전자를 이용한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있다. GMO를 두고 일었던 위해성·안전성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정영희 신육종기술실용화사업단장(전남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은 “제초제에 저항성이 있는 GMO를 만들려면 제초제 저항성이 있는 유전자를 미생물이나 식물에서 골라 작물에 집어넣는데, 유전자교정작물은 작물 고유의 염기서열을 바꿔 원하는 형질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육종한 작물만 보면 유전자교정기술을 이용했는지 교배 육종이나 돌연변이 육종을 거쳤는지 구분할 수 없다. 정 단장은 “GMO는 외래 유전자라는 육종의 흔적이 남지만, 유전자교정작물은 결과물만 보면 전통육종작물과 구별이 안된다”고 말했다.

◆일본·미국은 규제 철회, 유럽은 논란 지속=일본·미국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제도적으로 유전자교정작물을 GMO와 구분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후생성은 생물에 외부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으면 유전자변형생물체(LMO)에 적용되는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정책을 지난해 3월 확정해 발표했다. 미국·호주·이스라엘도 유전자교정작물을 규제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반면 유럽에선 2018년 유럽사법재판소가 유전자교정작물이 GMO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이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과거 법률로 유전자교정생물체를 판단할 근거가 미약하다며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규제 여부에 관한 논의 단계에 있다. 한 종자업체 연구원은 “중국은 유전자교정기술에 관해 워낙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뤄진 만큼 곧 규제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도 유전자교정작물 분류 논란=국내에서도 유전자교정작물을 어떻게 분류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유전자교정작물을 GMO로 분류하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지만 신중론도 제기된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에 관한 법률(유전자변형생물체법)’은 ‘현대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새롭게 조합된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면 유전자변형생물체(LMO)로 규정하는데, 동법의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유전자교정작물을 LMO로 해석하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는 이같은 법 해석이 유지된다면 국내에서 유전자교정작물에 대한 연구 개발의 열기가 금세 시들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상용화는 아예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GMO가 많이 개발됐지만 단 한건도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국민정서뿐만 아니라 인체·환경 위해성 심사 등 안전 평가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교정기술로 개발된 종자를 현행법으로 규제한다면 유전자교정기술을 활용해 육종할 이점이 사라진다”며 “유전자교정작물을 GMO와 별개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유전자교정작물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GMO와 마찬가지로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져 만들어진 작물이라면 소비자의 알권리를 최우선으로 삼고 이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윤철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아직 국내에선 유전자교정작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립되거나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았지만 이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 규제 정도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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