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버섯 원산지표시 ‘재배기간 기준’으로 바꿔도 빈틈 커”

입력 : 2019-11-20 00:00 수정 : 2019-11-20 23:38
지금까지 수입 배지에서 자란 표고버섯의 경우 원산지는 ‘국내산’, 접종·배양국은 ‘수입국’으로 병행 표기해야 했다(타원 안). 사진제공=롯데마트몰

농민·전문가, 농식품부 개정안 속 허점 지적

접종·배양한 중국 톱밥 배지 수입 후 수확 땐 원산지 ‘中’

종균 접종 배지 바로 들여와 국내서 배양 거쳐 수확하면 ‘국산’ 표기 가능해 편법 우려

중국 배지 품질 나쁘지 않아 국내 점유율 더 높아질 수도
 


표고버섯 원산지표시 기준이 또 한번 바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개정한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 요령’에 따르면 표고버섯 원산지는 ‘종균 접종부터 수확까지를 기준으로 재배기간이 가장 긴 국가’가 된다. 수입 배지에서 자란 표고버섯의 경우 원산지(국산)와 접종·배양국(해당 국)을 병기하도록 한 기존 규정은 2020년 12월31일까지만 유효하다.

이번 개정은 중국산 톱밥배지의 거센 공세에 밀리고 있는 국내 표고버섯 배지산업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번 개정 역시 표고버섯 원산지표시를 두고 논란이 되는 부분을 명확히 해결하지 못한 한계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재배기간이 ‘가장 긴’ 국가라는 규정을 악용하면 개정 의도와 달리 중국산 배지 점유율이 되레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표고버섯 원산지 논란, 이유는=표고버섯 원산지표시를 두고 논란은 최근 몇년 동안 지속돼왔다. 생산국과 접종·배양국을 병기하도록 한 기존 규정 역시 종전 규정을 바꿔 2017년 7월 새로 시행된 것이다.

원산지표시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표고버섯 재배의 특수성 때문이다. 원목 재배보다 손쉽게 버섯 생산이 가능한 톱밥배지 재배에 기존 농가는 물론 귀농인들이 몰렸는데, 이 톱밥배지시장을 국산보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이 장악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산 배지 수입량은 2015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중국산 비율은 2015년 59.7%로 크게 늘더니 2016년 71.6%로 정점을 찍은 후 2017·2018년 6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산 톱밥배지의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종균을 접종한 배지는 수입과정에서 상품분류 코드(HS코드)상 종자(종균)로 분류돼 버섯 원산지는 원산지표시 기준에 따라 작물체가 생산된 국가(국산)가 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산 배지를 이용하는 농가들은 중국산 배지에서 수확한 버섯은 종균·배지 모두 중국산이라는 점을 들어 종균 접종국을 원산지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접종과 배양을 끝낸 배지의 경우 국내에서 5~10일 물만 주면 수확을 시작할 수 있는데, 이 버섯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기존 규정에 접종·배양국을 추가로 표기한 건 이러한 반발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버섯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병기된 접종·배양국을 따로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재배기간이 가장 긴 국가를 원산지로 하자는 이번 개정안이 나왔다. 2021년부터는 접종·배양국 병기 없이 원산지만 단일 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행 수입 배지는 국내로 수입되기 전 접종·배양에 120일가량이 소요되고 수입 후 30~45일에 수확이 끝나기 때문에 관행대로 버섯을 생산한다면 원산지는 ‘중국’이 된다.

◆개정안 ‘큰 빈틈’ 있다=문제는 의도나 기대와 달리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되레 중국산 배지 점유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수입 배지를 쓰는 농가들이 배양작업까지 끝낸 배지를 국내로 들여왔지만, 앞으로는 개정안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시하기 위해 종균 접종만 끝낸 배지를 들여올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박상표 기능성버섯협회장은 “배지를 만들고 종균을 접종하는 데 30일, 배양을 마치기까지 70~80일이 걸리는데 앞으로는 접종만 한 배지를 바로 국내로 들여와 직접 배양한 후 수확하면 원산지는 국산이 된다”며 “개정안의 ‘가장 긴 기간’을 역으로 이용하면 종균과 배지는 여전히 중국산을 쓰면서도 버섯은 ‘국산’으로 표기해 유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배양에 드는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중국산 배지를 이용할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산 배지를 구매하는 이유가 저렴한 가격 때문인데, 배양을 직접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하면서까지 중국산 배지를 구입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산 배지의 경쟁력을 가격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이번 개정안을 추진한 것은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농가들이 배양에 드는 수고만 감수한다면 수입 배지에서 생산한 표고버섯은 이제 접종·배양국을 표기할 필요없이 국산으로 유통될 수 있어서다.

장현유 한국농수산대학 버섯학과 교수는 “중국산 톱밥배지는 수확이 편한 데다 종균의 질도 나쁘지 않아 전체적인 품질이 국산에 뒤처진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배지를 수입해 수확까지 보관하는 ‘생육실’을 종균을 배양하는 ‘배양실’로 바꾸는 일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종균만 접종한 배지를 들여와 배양·생육 후 국산으로 내놓는 편법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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