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수리비 ‘부르는 게 값’ …부품값, 투명하게 공개하라”

입력 : 2019-11-11 00:00
최근 대리점과 농민 사이에 농기계 수리비 분쟁이 자주 불거지면서 농기계 부품가격 등을 투명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농민들 요구 목소리 거세

모 대리점, 세부내역 통지 없이 200만원이나 청구해 ‘논란’

다른 대리점은 무상수리 부품 허위로 비용 요구하기도

가격표시제 시행 중이지만 과다청구 여전…실효성 없어

전문가 “정부가 개선 나서야”
 



‘구입하는 순간 을(乙)이다.’

최근 농기계 수리를 받는 농민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자조 섞인 푸념이다. 농기계 부품의 가격과 수리내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낼 때가 잦다는 것이다. 농기계 유통·수리 체계를 관리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부품가격 투명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가 거세다.



◆농기계 수리, 부르는 게 값=“농기계 부품가격은 투명한 게 거의 없어요. 농민과 대리점이 시비 붙기 딱 좋습니다.”

전북 고창에서 논농사와 농작업 대행을 하는 농민 박모씨는 올초 지역 대리점에 콤바인을 맡겼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일본계 K사 콤바인을 사용하는 그는 콤바인의 사전점검을 요청했는데, 별다른 통지도 없이 수리비 200만원이 청구된 것이다. 대리점은 오일과 벨트를 갈았다고 했으나 간이영수증 하나 달랑 받은 박씨는 비용에 대해 선뜻 납득하지 못했다. 부품가격이 정확히 공시된 것도 아닌 터라 세부내용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는 “농기계는 구입한 지역 대리점에서 계속 수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얼굴 붉히고 언쟁하기도 쉽지 않다”며 “농기계 수리비는 한번에 100만~200만원을 넘기 일쑤인데, 부품가격이나 공임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청구된 대로 줄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구조적으로 문제 있어=이 일은 박씨와 지역 농기계 대리점의 합의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부품가격과 비용청구시스템이 투명하지 않은 현행 농기계 수리 체계에서 문제는 얼마든지 반복될 여지가 남았다. 올 8월, 충북 옥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국내 농기계업체의 한 대리점이 무상수리 대상이던 트랙터 부품비용을 농민에게 허위로 청구한 것이다. 드러난 피해가 2건에 금액은 각각 100만~200만원에 달했다(본지 8월26일자 8면 보도).

당시 피해를 본 농민 이모씨는 “농기계업체의 본사를 찾아가 부품·수리비를 공개하는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으나 11월인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라며 “부품·수리비 분쟁 후 대리점을 찾아가기 껄끄러워 수리도 못 받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부품가격 전산화해야=일부 전문가는 이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농기계 부품가격 전산화를 제시한다. 농기계업체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판매하는 부품과 그 공급가격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농민들이 부품가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대리점과 분쟁의 소지가 줄고, 업체별로 부품가격이 부풀려졌는지 감시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농식품부 고시로 ‘농업기계 및 부품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이 시행되지만, 농기계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부품가격을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농기계분야의 한 전문가는 “몇해 전에도 농기계 부품가격 온라인 공개가 검토됐으나 예산문제와 업체 반발로 실행이 안된 것으로 안다”며 “업체별로 공급하는 부품의 종류와 가격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야 농기계 사후서비스(A/S)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품가격을 공개하면 농민들이 농기계 구입에 앞서 사후관리에 들어갈 비용을 예상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는 2014년부터 업체별 부품가격 공개가 의무화됐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요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제조사가 홈페이지에 부품 판매가격을 공시하도록 한 것이다. 제조사·차량모델·부품명을 입력하면 부품의 업체 직영점 판매가격이 확인된다. 분기별로 정보를 갱신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기준도 뒀다.

경북 안동의 농민 김모씨는 “트랙터·콤바인 등은 상당수 제품가격이 5000만원 이상으로 고가인 만큼 농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한 사후서비스체계를 정부가 나서서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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