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무병화묘 보급 늘리려면 민간업체에 공급 역할 부여를”

입력 : 2019-11-08 00:00 수정 : 2019-11-09 23:49

업계·학계, ‘정부 선진화 대책’ 보완 목소리

중앙묘목센터만 업무 담당 무병화묘 보급작업에 역부족

지자체 등 보급기관 늘렸지만 여전히 관 중심 체계 탈피 못해

시장 민감한 민간에 지원 필요

무병화 기준 놓고도 의견 분분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 과수 무병화묘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과수묘목산업 선진화 대책’을 두고 업계와 학계의 보완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무병화묘 보급률(2024년 5%, 2030년 60%)을 달성하려면 무병화묘 생산에 민간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당장 보급률을 높이는 데만 주력하기보다 정확한 피해분석을 바탕으로 무병화묘를 규정하는 기준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무병화묘란 현재 종자관리요강에 고시된 진단법에 의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건전한 모수(어미묘)로부터 증식된 보급묘를 말한다.



◆민간이 무병화묘 보급 한축 돼야=무병화묘 보급체계에서 여전히 민간영역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기관인 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이하 중앙묘목센터)의 인력을 확충하는 등 민간분야에 대한 지원책이 일부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먼저 현재 무병화묘 보급체계에서 원원종을 생산하는 유일한 민간기관인 중앙묘목센터만으로는 무병화 작업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의견이다. 중앙묘목센터는 도입품종의 무병화를 총괄하는 데다 농촌진흥청이 만든 직무육성품종의 무병 원원종을 받아 원종을 만들어 보급한다. 이말식 한국과수종묘협회 명예회장은 “중앙묘목센터는 농진청에서 만든 품종에다 농가들이 선호하는 도입품종까지 사실상 모든 품종의 무병화 업무를 담당하는데, 과연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며 “중앙묘목센터와 같은 민간기관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대책엔 도입품종의 무병화 보급기관을 중앙묘목센터 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지방자치단체·대학으로 확대했지만, 이를 두고도 관 중심의 무병화 보급체계에서 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인다. 2018년 보급화율이 1.1%로 미진한 것은 시장에 과수농가 수요에 맞는 무병화묘가 없어서인데, 시장에 민감한 민간 대신 정부의 역할을 더 늘린 꼴이라는 것이다.

이영자 농업회사법인 호트팜 대표이사는 “한국식물조직배양종묘산업협회 회원사 가운데 10곳은 이미 조직배양을 해서 과수 무병묘를 만들고 있는데, 시설이 낙후된 곳이 많고 인력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번 대책을 보면 무병화묘를 보급하기 위해 정부기관에 역할을 더 부여했을 뿐 민간에 대한 지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네덜란드 등 무병묘 보급을 잘하고 있는 국가들에서는 민간이 생산주체라는 사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업체가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데, 그러한 대책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무병화 기준 두고 논란=무병묘를 정의하는 기준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여전하다. 현재는 조직배양과 열처리를 거친 원원종에서 종자관리요강에 지정된 바이러스·바이로이드가 검출되지 않으면 무병화를 인정받아 보급된다.

하지만 학계에선 종자관리요강의 현행 기준이 전국 실태조사와 피해분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꼬집는다. 문제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종자관리요강 기준은 외국 문헌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아직 국내 환경에서 어떤 바이러스가 과수의 생산량과 품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분석이 이뤄진 게 없다”며 “최소한 국내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 가운데 실제로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낸 다음 무병묘를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조금이라도 빨리 바이러스 밀도가 낮은 묘목을 현장에 공급하려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대책에서 용어를 ‘무병묘’가 아닌 ‘무병화묘’로 바꾼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농진청의 한 관계자는 “한품종의 무병화묘가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8년이 걸리는데 완벽하게 피해분석을 끝내고 무병묘를 만들기 시작하면 산업적으로는 한발자국도 못 나간다”며 “피해분석을 통해 정확도를 기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가능한 한 바이러스가 적은 묘목을 빨리 보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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