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차·유기질비료 고루고루 섞어…건강한 토양 만들기 ‘구슬땀’

입력 : 2019-09-20 00:00 수정 : 2019-09-24 08:46
딸기 아주심기를 위해 토양개량을 마친 비닐하우스에서 트랙터로 두둑을 짓고 있는 모습. 두둑을 견고하면서도 고른 높이로 만들어야 딸기를 심었을 때 무너지지 않고 물과 양분 또한 제대로 공급할 수 있다.

김기홍 기자가 간다 (29)딸기 비닐하우스 토양개량작업

비닐하우스 딸기농가가 농협 통해 70% 싸게 공급받은 바이오차

토양에 살포·개량하는 작업 동참

기비·바이오차 골고루 섞이도록 관리기로 로터리 치며 잔뜩 긴장

혼합 작업 후엔 두둑 성형 작업 트랙터 전후방 번갈아 살피며 두둑 고르게 만들기 안간힘

자로 잰 듯한 두둑 보니 피로 말끔 흙에 쏟는 농부의 정성 느낀 하루
 



흙은 생명의 모태다. 최근엔 흙의 공익적 가치(작물 생산, 자원순환, 수자원 함양, 탄소 저장, 생물다양성 보존 등)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건강한 흙을 만들고자 농민들은 불철주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런 현장을 체험하기 위해 딸기 주산지 중 한곳인 전북 완주군 삼례지역을 찾았다. 이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햇딸기를 생산한다. 450여농가가 220㏊ 정도에서 초촉성·촉성 재배를 통해 11월초부터 <설향> 딸기를 생산·출하하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이곳에서 딸기를 키우는 유흥옥씨(49)는 화아분화된 모종을 9월 상·중순에 아주심기(정식)하는데, 아주심기를 앞둔 시점에서 하는 토양개량작업엔 웬만해선 이방인을 들이지 않는다. 전체 농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고 작업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어렵사리 유씨의 허락을 받아 그의 비닐하우스에서 토양개량작업을 할 수 있었다.



8월25일 삼례읍의 작은 여관에서 눈을 붙인 후 이튿날 오전 7시쯤 농장에 도착했다. 비닐하우스에서는 이미 3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창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순간 ‘뭔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많이 늦었지요?” 미안한 마음에 겸연쩍게 웃으며 농장주인 유씨에게 인사를 건넸다.

미안해하는 속내를 눈치 챈 듯 유씨가 기자를 안심시켰다. “처서(8월23일)를 넘기며 무더위는 잦아들었지만 한낮의 열기는 여전히 매서워요.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오전 6시에 작업을 시작해 11시면 오전 작업을 끝내곤 하지요.”

그는 기자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하루 일과를 설명했다. “내일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으니까 오늘은 비닐하우스 한동 작업만 하지요. 대신 멀칭까지 모종 아주심기 전의 모든 준비를 해둡시다.”

유씨는 먼저 기자에게 수레를 이용해 두둑 위에 토양개량제를 뿌릴 것을 ‘명(?)’했다. 그가 준비한 토양개량제는 <농우하나로바이오차>로, 최근 농협이 비용을 지원하는 ‘시설재배지 토양개량제 공급사업’을 통해 70%나 저렴하게 공급받은 것이다.

며칠 전 작업한 기비(계분과 유박을 혼합한 유기질비료 밑거름)량의 2배가 되도록 바이오차(토양개선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반탄화숯)를 뿌리는 게 요령이다. 많은 양을 넣으면 더 좋겠지만 660㎡(200평)짜리 비닐하우스 한동당 10㎏들이 바이오차 10포대만 넣어도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두둑에 바이오차를 뿌리면서 농장주가 토양을 관리하기 위해 쏟는 땀이 어느 정도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보통 딸기농사에는 양분이 많이 필요해 여느 작목보다 쉽게 염류집적이 된다. 이를 해결하고자 농장주는 5월말 딸기 수확을 끝낸 뒤 태양열 소독 등 토양관리에 온갖 정성을 쏟는다. 그렇지만 올해는 여기에 더해 새로운 무기인 바이오차를 투입키로 결정했다. 올해 삼례딸기축제에서 최고의 딸기로 선정된 명성을 지키겠다는 각오도 작용했다.
 

두둑에 뿌려놓은 기비와 토양개량제를 섞기 위해 기자가 관리기로 로터리를 치고 있다.


◆기비·바이오차로 건강한 토양 만들기 도전=두둑에 바이오차를 뿌리는 작업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그다음 두둑에 뿌려놓은 기비와 바이오차를 골고루 섞는 일이 이어졌다.

이때부터는 농기계가 본격 투입된다. 관리기로 두둑 상단을 로터리 치면 기비와 바이오차가 자연스럽게 흙과 섞이게 된다.

높이가 50㎝인 두둑 위에서 균형을 잡으며 관리기 로터리로 두둑의 상단 15㎝ 정도를 뭉개는 것은 초보농군으로선 쉽지 않았다. 부주의하면 관리기의 날카로운 칼날에 부상을 당할 수 있고, 자칫 고랑으로 관리기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고장이 나 작업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팔과 허리 등에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 관리기를 운전하며 작업을 시작한 지 10분이 채 안됐는데도 온몸의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었다. 속도를 늦춰 긴장감을 누그러뜨리려 했지만 허사였다.

더구나 두둑 위의 관리기가 종종 멈춰 신경은 더욱 곤두섰다. 두둑 위에 있는 작은 돌에 로터리가 부딪혀 관리기의 클러치가 수시로 잠기는 것이었다. 이때마다 클러치를 다시 풀면서 멈췄다 가기를 반복하는 사이 관리기는 어느덧 두둑의 끝자락에 서 있곤 했다. 점심 무렵이 다 돼서야 두둑 뭉개기 작업이 끝났다. “조금만 더하면 밥값은 하겠는데요.” 농담을 건네면서 유씨는 그제야 초보농군에 대한 경계를 푸는 듯했다.
 

토양개량제를 두둑에 뿌리고 있다.


◆자로 잰 듯한 두둑 완성…하루의 피로도 말끔히 해소=점심식사를 하며 유씨의 귀농 성공담을 들었다. 귀농 5년차인 그는 귀농 전 비닐하우스 3동을 지어 테스트베드처럼 활용하며 준비를 했다.

농장으로 돌아온 것은 오후 2시쯤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는 오전과 사뭇 달랐다. 35℃는 족히 되는 듯했다. 다행히 차광막 덕분에 최악의 열기는 피할 수 있어 작업은 가능했다. 오후 작업은 오전에 관리기로 로터리를 치는 과정에서 두둑 아래로 흩어진 기비·토양개량제 등을 다시 두둑 위로 걷어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유씨가 일러준 대로 관리기를 두둑 아래쪽의 고랑에 배치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옷 속으로는 굵은 땀방울이 흘렀지만 관리기를 운전하는 순간에는 이를 느낄 수조차 없었다. 그만큼 긴장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관리기를 제대로 운전하면서 흙과 버무려진 기비·토양개량제를 최대한 걷어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전의 경험이 도움이 돼 관리기를 운전하는 작업은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완전히 해체됐던 두둑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갔다.

유씨는 그 사이 두둑의 폭에 맞춰 트랙터에 두둑형성기를 부착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관리기로 두둑 아래의 흙을 위로 올리는 작업을 끝내자마자 유씨는 트랙터를 비닐하우스 안으로 몰고 왔다. 두둑을 가운데에 놓고 양쪽 고랑에 바퀴를 배치시킨 뒤 기자에게 운전석을 양보했다. 그리고 전방(前方)주시와 함께 두둑이 제대로 형성되는지 수시로 살필 것을 주문했다. 두둑을 견고하게 만들어야 딸기를 심어도 무너지지 않고, 고른 높이로 성형을 해야 점적관수시설을 통해 물과 양분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단계에 맞춰 커진 농기계만큼이나 긴장감은 더 크게 밀려왔다. 트랙터의 전방과 후방을 번갈아 보면서 두둑을 살폈다. 다행히 이 작업은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져 관리기를 다룰 때보다 육체적인 힘은 적게 들었다.

트랙터를 전진시키자 자로 잰 듯한 두둑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듯하게 모습을 갖춘 두둑을 보는 그 자체로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해소되는 듯했다. 토양개량에 이어 두둑 만들기, 멀칭까지 계획했던 작업이 오후 5시쯤 모두 마무리됐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농사꾼이 흙에 정성을 쏟는 이유입니다.”

귀농 5년 만에 억대의 연소득을 올리는 유씨의 성공비결은 흙을 잘 가꾸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진정한 농부삼락(農夫三樂·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정년 스트레스가 없는 것, 생명체가 자라는 기쁨을 맛보는 것)을 경험한 것은 덤이었다.

완주=김기홍,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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