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진화] “원격조종도 필요 없다”…생육환경 알아서 설정

입력 : 2019-08-15 00:00 수정 : 2019-08-16 23:39

위풍당당 한국농업-가치에 기술을 더하다

■ 우리 기술 (2)스마트팜 진화…미리 보는 꿈의 시설하우스


국내 스마트팜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원격으로 시설하우스의 각종 장비를 조종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작물이 최고의 생산량과 품질을 낼 수 있는 모델에 맞춰 온실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스마트팜을 향해 연구가 한창 이뤄지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과 연구가 꾸준히 진행 중인 최첨단 기술을 한데 모아 가상의 시설하우스를 그려봤다.

소개하는 기술들은 당장 상용화하기에는 보완이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농촌현장에서 활용될 스마트팜 기술임은 분명하다. 가상도를 그리는 데 농촌진흥청 에너지환경공학과·스마트팜개발과,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스마트팜 농가인 김대만씨(42·전북 완주)의 도움을 받았다.

 

내외부에 환경측정센서 설치 냉난방기·환기팬 등 자동 제어

생육상태 주기적 촬영·분석 생장부진 땐 처방까지 내려

여름철 온열·겨울철 냉열 저장 시설 내 온도 조절하는 데 사용

스마트트랩으로 해충관리 병해 발생 땐 병 판독 웹 활용
 


◆환경정보와 생육정보 결합해 토마토 ‘쑥쑥’=9917㎡(3000평) 규모의 연동형 온실에서 토마토 <데프니스>를 양액재배하는 최첨단씨. 그는 8월 중순에 토마토를 아주심기(정식)해 10월 중순 첫 수확에 들어가 이듬해 6월 중순까지 수확을 이어간다.

온실 곳곳에 달린 센서와 각종 장비들은 최첨단씨의 개입 없이도 24시간 가동되면서 작물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온실 외부엔 기온·풍향 등을 측정하는 기상센서, 내부엔 온습도·이산화탄소(CO2) 센서와 일사계(태양복사에너지를 측정하는 기구), 토양에는 지온·지습·산도 등 환경변화를 측정하는 각종 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 장비들의 측정값이 생육모델이 제시한 수치에 미치지 못하면 냉난방기·천측창·환기팬·보온다겹커튼 등이 자동으로 다시 움직인다.

토마토는 3.3㎡(1평)당 최대 156㎏을 생산해낼 수 있는 생육모델이 개발돼 있다. 생육모델은 시기별 근권부 온도나 양액 주입횟수, 대기 온도 등 작물생장에 최적의 환경설정을 제공한다. 이 모델은 토마토 선도농가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최첨단씨는 의심 없이 모델을 따르고 있다.

이같은 환경정보가 스마트팜 가동의 기반이 되는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작물의 생육정보다. 온실에선 작물의 생육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고정식·이동식 카메라가 주기적으로 작물을 촬영해 생육상태를 분석한다. 고정식 카메라는 동일 작물을 계속 관찰하고, 이동식 카메라는 온실 바닥에 깔린 튜브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서 영상을 찍는다. 각 카메라는 다시 온도를 측정하는 열화상 카메라, 거리정보를 감지하는 뎁스(Depth) 카메라, 색을 구분하는 RGB 카메라 등 3종으로 구성돼 있다.

카메라들이 찍은 영상은 작물생육시스템에 입력되는데, 작물생육시스템은 작물의 잎 크기와 폭, 화방수와 화방 한개당 꽃의 수 등을 분석한다. 작물이 이전 시기와 비교해 얼마나 자랐고 또 앞으로 얼마나 자랄지를 예측할 수 있다. 작물의 생장이 부진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 ‘배양액 주입량을 늘려라’와 같은 처방이 나온다.

최첨단씨는 이러한 시설에다가 최근 환경제어를 보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2479㎡(750평)당 한대씩 ‘식물 지상부 생리 측정장치’를 달았다. 관수량을 더 정밀하게 맞추기 위해서다. 토마토 줄기 꼭대기 부분에 다는 이 장치는 작물의 생장점 근처에서 잎의 온도(엽온)와 온실 내부 온습도·광량 등을 측정해 식물의 실제 증산·발산량을 계산한다. 엽온과 환경온도의 차이가 평소보다 크면 증산·발산량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기에 관수량을 늘릴 것을 명령한다. 예전에는 일사계가 측정하는 누적 일사량으로만 관수량을 결정했었다.

◆여름 더위는 겨울 난방에, 겨울 추위는 여름 냉방에=한때 땀이 뻘뻘 흐르는 무더운 여름은 최첨단씨에겐 다른 계절보다 마음이 가벼운 시기였다. 야간온도가 15℃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난방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그마저도 이젠 옛일이 돼버렸다. 여름철 폭염이 극심해지면서 겨울철 난방 못지않게 여름에도 냉방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유류나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보일러로 냉방을 할 수는 있지만 무시무시한 비용이 발목을 잡기에, 그는 타개책으로 ‘계절간 축열 온실 냉난방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여름철 더위를 겨울 난방에 사용하고, 겨울철 추위를 여름 냉방에 사용하는 원리다. 히트펌프를 기반으로 하지만 지중 열교환기 대신 20~30m의 관정만 있으면 돼 설치비를 절약할 수 있다. 히트펌프를 가동하면 나오는 냉열과 온열을 지하수층에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냉온 관수정으로 뽑아올려 시설의 온도를 조절하는 데 쓴다. 다만 땅속에 열을 저장할 수 있는 저장조를 마련하려면 자갈이 가득한 ‘충적대수층’이 온실 지하에 위치해야 한다. 최첨단씨 농장은 다행히 이 조건에 부합했다.

 


◆스마트트랩으로 해충 구별, 사진 찍어 병해 판독=최첨단씨는 가끔 문자 메시지로 병해충 경보문자를 받는다. 온실 10a(300평)당 한대씩 설치한 ‘스마트트랩’에서 발송된 것이다. 시설하우스는 노지보다는 병해충 발생이 적지만, 그렇다고 해도 병해충의 공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천측창을 여닫는 과정에서 몸집이 작은 해충이 유입될 수 있어서다.

사각형 모양인 스마트트랩의 네 귀퉁이에는 왕담배나방·담배거세미나방·파밤나방·흰뒷날개나방 등 4개 해충을 유인할 수 있는 성페로몬이 담겨 있다. 수컷은 이 성페로몬이, 암컷은 페로몬보다 위쪽에 달린 광(光)이 유인한다. 이 트랩에 걸린 나방은 상단부에 설치된 카메라에 찍혀 개체수와 종이 분석된다. 이 트랩에 잡힌 나방이 1주일에 8마리 이상일 때 경보문자가 전송된다. 어떤 종류의 해충이 많이 발생했는지, 해당 해충에 등록된 약제는 무엇인지도 바로 알 수 있다.

최첨단씨가 발품을 파는 일이라곤 병해의 발생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하루 한두번 온실을 둘러보는 것뿐이다. 이상증상이 나타난 작물이 보이면 사진을 찍어 바로 병 판독을 해주는 웹에 사진을 올린다. 그러면 실시간으로 사진 속 토마토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알 수 있다. 토마토에 자주 발생하는 흰가루병·잿빛곰팡이병 등의 병징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감염률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학습한 병징이 아닌 새로운 병이면 전문가에게 문의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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