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보급 외면…국산 고구마 품종 재배면적 20%대

입력 : 2019-07-12 00:00
생장점 조직배양 과정을 거쳐 대량증식된 ‘베니하루카’ 고구마 모종. 현재 한 농업기술센터에 보관 중이다.

일부 농기센터, 일본산 ‘베니하루카’ 고구마 보급 ‘충격’

무단반입 후 급속 확산 전문가 “실태 파악해야”

최근 ‘카라유타카’도 등장 국내 육종 품종 사장 위기

‘진율미’ 등 국산 고구마 日 품종에 품질 뒤지지 않아 일부 농민 국산으로 돌아서

우리 품종 전문 단지 조성 등 재배 확대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일본에서 무단반입된 <베니하루카> 고구마가 급속히 확산된 것은 일부 시·군농업기술센터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본지가 고구마 주산지 농기센터에 확인한 결과 이들은 조직배양묘 알선뿐 아니라 직접 배양해 공급에도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이 국산 품종 보급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태와 문제점 등을 알아본다.



◆시·군농기센터가 조직배양해 공급=‘2018년 농림축산식품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구마 재배면적은 2만753㏊다. 이중 <베니하루카>가 전체 재배면적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께부터 국내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베니하루카>가 3~4년 만에 비중이 가장 큰 고구마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처럼 <베니하루카>가 급속히 확산된 것은 조직배양묘 공급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조직배양 기술을 이용하면 한개의 생장점에서 연간 5만9000포기의 모종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조직배양묘 공급에 일부 농기센터도 가담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농기센터는 조직배양묘를 한포기당 300~400원에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의 A농기센터 관계자는 “농가가 선호하는 품종이라서 조직배양해 공급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전남 B농기센터 관계자도 “농가들의 신청을 받아 조직배양한 뒤 <○○-1호>로 공급했다”고 실토했다.

◆공공기관이 국산 품종 밀어낸 꼴=밀수로 국내에 들어온 고구마를 공공기관이 조직배양해 대량 공급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구마 육종과 무병묘를 연구하는 전문가 C씨는 “밀수업자들이 일본에서 불법으로 들여온 품종의 보급에 공공기관이 개입한 건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우선 그동안 어떤 경로로 조직배양했고, 얼마나 많은 양을 공급했는지 실태파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큰 문제는 국산 품종이 심각하게 외면받았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산 품종 고구마 재배면적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일부 농기센터가 국내에서 육성한 고구마 품종 보급을 등한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산 품종도 일본 품종 못지않아=전문가들은 “일본 품종에 점령된 현실을 극복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시·군농기센터가 국산 우수품종의 장점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현실을 방치하면 일본 품종이 더 확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 C씨는 “최근 일부 업자들이 일본 조생종 고구마인 <카라유타카>를 무단반입해 증식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베니하루카>처럼 농기센터가 농가들이 원한다는 명분으로 이 품종 보급에도 나선다면 국내 육종 품종들은 모두 사장되고 결국엔 국내 육종산업이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고구마 재배농가들은 국내 육종 품종도 일본 품종에 뒤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육종한 <진율미> <호감미> <풍원미> 등은 일본 <베니하루카>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엔 일본 품종 재배를 중단하고 국산 품종으로 돌아서는 농민들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ㄱ시의 고구마 전업농 D씨는 “국산 품종 가운데서도 지역에 맞는 품종을 선택하면 일본 품종 이상의 고구마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국산 품종 고구마 전문 재배단지를 만드는 등 우리 품종의 재배 확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홍 기자 sigmax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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