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바이러스 7종 진단법 개발…‘벼농사 파수꾼’ 우뚝

입력 : 2018-10-10 00:00
이봉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가 벼 바이러스 3종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보여주고 있다.

 

연구의 신을 만나다 ⑹이봉춘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

벼줄무늬잎마름병 등 3종 동시에 진단하는 키트 보급

4시간 만에 감염 여부 밝혀 피해 확산 막고 비용 절감

 

‘벼줄무늬잎마름병’은 벼의 잎이 누렇게 말라 알곡이 못 여무는 병이다. 1990년대 들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추는가 싶더니, 2007년 서해안에 인접한 전북·전남·충남 지역의 논에 불쑥 나타났다. 이 병은 2009년까지 이 지역 논 2만㏊가량을 초토화시켰다.

이봉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사는 이때부터 벼줄무늬잎마름병을 포함해 모두 7종의 벼 바이러스 발생을 감시하는 일을 맡았다. 동시에 이 병에 맞설 저항성 유전자를 찾는 임무도 주어졌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수문장이 된 셈이다.

“2007년에 줄무늬잎마름병을 매개하는 애멸구가 중국에서 대량으로 날아왔어요. 기후변화가 벼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 거죠. 당시에 이를 예상 못해 저항성 품종을 외면한 농가들이 큰 피해를 봤어요. 줄무늬잎마름병 외에도 벼오갈병·검은줄오갈병의 바이러스를 품은 해충도 언제든 날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이 병들을 빨리 진단하는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마침내 그는 2013년 농진청 식량과학원 연구진과 함께 벼에 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병 3종을 동시에 진단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진단키트는 벼 또는 해충을 검사해 4시간 만에 감염 여부를 밝혀낼 만큼 획기적인 장치였다. 현재 현장에 보급돼 매년 1만점 이상의 벼와 해충을 진단하는 데 쓰인단다.

“이전에도 각각의 병을 진단하는 키트는 있었죠. 하지만 병 발생이 의심될 때 여러 키트를 다 써봐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키트는 한번 검사로 3가지 병의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그가 이처럼 바이러스의 ‘빠른 진단’에 공을 들이는 건, 한번 감염되면 치료가 안되는 식물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이 연구사는 “현재로선 병을 초기에 빨리 진단해 감염된 포기를 뽑아내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아직 발생하지 않은 4종의 벼 바이러스 진단법을 개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이러스 3종 진단키트를 개발한 이후 딱 1년 만이었다. 중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벼남방검은줄오갈병(SRBSDV)’과 베트남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퉁그로 바이러스’ 등 벼 관련 아열대성 병 4종이 대상이다.

“특히 벼남방검은줄오갈병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병에 걸린 포장은 수확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져요. 2010년에만 중국에서 136만㏊나 번졌습니다. 그해 일본 규슈에서도 병이 발생했고요. 2017년 국내에서도 이 병의 유전자가 발견된 사례가 있어 안심할 수 없어요.”

2001년 농진청 연구직에 입문한 이후 줄곧 벼 바이러스 연구에 매진해온 이 연구사는 “7종의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일 외에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일례로 아직 벼오갈병과 벼남방검은줄오갈병의 저항성 유전자를 찾지 못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벼 품종 중에서 이들 바이러스에 맞설 유전자를 찾고, 새로 개발하는 벼 품종에 이를 집어넣는 일들이 모두 숙제다.

“벼는 원예작물과 달리 1년 주기로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속도나 성과를 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재배면적으로 보나 상징성으로 보나 벼만큼 중요한 작물은 없습니다. 안심하고 벼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병을 단단히 감시하겠습니다.”

전주=김해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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