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동록’ 원인 놓고 갑론을박

입력 : 2018-08-10 00:00 수정 : 2018-08-14 00:04
경남 밀양시 산내면의 농민 김병연씨가 동록이 발생한 ‘후지’ 사과를 보여주고 있다.

밀양 산내면 피해농가들 “특정업체 살균제 때문”

약해 우려 주의 표시도 미흡 피해액 절반 우선 배상 요구 진상규명위원회 구성도

업체 “섣부른 단정은 금물” 4월 이상 저온현상 영향 지적 농가 요구에 난색

전문가 “타협안 마련해야”
 


“약해로 동록이 발생해 사과가 배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출하는 엄두도 못 내요.”

“올해 안에 최소한의 피해보상이라도 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울 겁니다.”

6일 경남 밀양시 산내면 송백리에 임시로 마련된 ‘2018년 ○○농약 살균제 <△△△> 약해 대책위원회’ 사무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선 약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과 재배농민 10여명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밀양얼음골사과>로 줄곧 명성을 날렸는데, 올해는 수확조차 포기해야 할 자신들의 처지를 답답해했다. 6월 구성된 대책위에는 445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대책위는 동록 발생으로 인한 피해면적은 232㏊, 피해액은 150억원 상당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7월 살균제 생산업체의 본사를 찾아 배상을 요구하며 집회도 개최했다.



◆농가 주장은=대책위에 따르면 주로 산내면 11개 마을에 거주하는 사과농가들은 4월 하순 지역의 한 농약사에서 살균제 <△△△>와 살충제·칼슘제·전착제 등을 처방받아 혼합 살포했다. 농가들은 5월 하순 <△△△>을 사용한 포장에서 집중적으로 동록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이상만 대책위원장은 “이 농약업체의 살균제를 쓰지 않은 포장에선 문제의 포장과 같은 양상의 동록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전봇대를 경계로 살균제 <△△△>을 쓴 과수원과 그렇지 않은 곳이 뚜렷하게 구분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약해를 입은 사과에서 발생한 동록은 일반적인 동록과도 구별된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보통 동록은 사과 꼭지에서 시작해 그 주변으로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데 반해 약해로 발생한 동록은 반대편 꽃자리 부분에서 약이 묻은 모양대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약해로 동록이 나타난 사과는 제대로 비대가 안돼 정상과의 절반 크기에 불과하고 탄저병에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2만4800㎡(약 7500평) 규모로 사과를 재배하는 김병연씨(48·산내면 송백리)는 “우리 지역의 피해 양상이 약해로 인한 동록 발생과 들어맞는다”며 “올해는 농사를 완전히 접어야 할 판”이라고 허탈해했다.

특히 농민들은 이 살균제의 주성분인 ‘이미녹타딘트리아세테이트’의 경우 사용시기에 따라 기형과 발생 등 약해 우려가 있음에도 아무런 주의사항 표시가 없었던 것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1만6530㎡(약 5000평)의 사과농사를 짓는 손태병씨(53·산내면 원서리)는 “‘이미녹타딘트리아세테이트’ 성분을 함유한 다른 업체의 농약에는 주의사항과 사용시기 등이 적혀 있는데, 이 업체의 살균제에는 이런 표기조차 없다보니 피해가 더욱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업체 해명은=업체 측은 이 지역의 동록 발생 원인을 저온현상에서 찾고 있다. 특히 4월7~8일께 산내면지역은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등 4월 한달 동안 저온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살균제 <△△△>을 사용하지 않은 전국의 사과 주산지에서 동록이 예년보다 심하게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지역의 동록만을 약해로 단정하는 것도 무리라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사과 동록은 저온이 계속되면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면서 “약제가 동록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미녹타딘트리아세테이트’의 주의사항 표시 여부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농약관리법에 따라 3년 동안 시험을 거쳐 등록한 살균제 <△△△>은 개화기·유과기·고온기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주의사항 표시 여부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타협안은 없나=농가들은 구체적인 피해액을 산정한 뒤 올해 안으로 50%를 우선 배상하고, 나머지 절반은 대책위와 업체가 추천한 대학·연구소 등의 전문가들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원인을 밝힌 다음 배상을 마무리짓는 것을 타협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른 농민단체들과도 연대해 타협안을 관철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체 측은 올해 안으로 동록의 피해규모를 정확히 산정하고, 내년 같은 시기에 약제를 처리한 뒤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귀책사유에 따라 비례배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피해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보상하는 것은 사회통념과도 맞지 않다”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선보상에 선을 그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관계자는 “밀양 산내지역의 사과 동록은 일반적인 동록과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 재현시험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만큼 양측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타협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밀양=김기홍 기자 sigmaxp@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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