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임대사업소,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농번기 토요일 영업 어떡하나”

입력 : 2018-07-11 00:00

시·군 채용 계약직 적용대상 전국 사업소 인력 70% 차지

주중·주말 추가근무 난항 농기계 수리 차질 우려

농식품부, 인력 확충 권고 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문
 


경기 Y시농업기술센터는 토요일 농기계 임대사업소 운영 여부를 놓고 최근 고민에 빠졌다. 7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일부 수리 전문인력들의 근로시간이 단축돼서다. 공무원 신분이 아닌 시·군이 자체 채용한 계약직 근로자(공무직+기간제 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받는다.

Y시농기센터 농기계 임대사업소는 수리 인력이 2명(공무원1+계약직 근로자1)에 불과하지만 계약직의 근로시간이 줄면서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농기계 임대사업소 담당자는 “농번기에는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고, 토요일에는 한명이 8시간 근무를 한다”며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훌쩍 넘지만, 토요일에도 농기계를 빌리러 오는 농민이 많아 문을 닫을 수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말 운영에 차질 빚을 듯=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수리 인력이 부족한 시·군 농기계 임대사업소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농기계 임대사업소는 공무원 1~2명과 자체 채용한 계약직 근로자로 운영된다. 그런데 계약직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된 게 발단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임대사업소 인력 1100명 중 계약직은 767명으로 약 70%에 달한다.

문제는 농기계 임대사업소의 경우 농작업 일정에 맞춰야 하는 특성상 보통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열어야 하고, 토요일에도 영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김승주 전국 농기계담당공무원협의회장은 “2016년 기준 임대사업소의 61%가 주중 2시간 이상 추가 근무를 했고, 78%는 주말에도 문을 열 정도로 근무 환경이 특수하다”고 말했다.

특히 인력이 5명 이하인 ‘소규모 임대사업소’는 7월부터 당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총 인력이 5명이라고 해도 행정직원을 제외하면 실제 수리 인력은 2~3명에 불과해서다.

Y시농기센터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예로 들면, 전체 근무 인원 3명 중 2명만 수리 인력이다. 일반적으로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근무하고 토요일에도 8시간 근무하면, 1인당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 이르게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안 받는 공무원이 주말 근무를 전담해도, 계약직 근로자의 하루 근무시간이 10시간을 넘게 되는 셈이다.

Y시농기센터 농기계 임대사업소 담당자는 “결국 한사람에게 업무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농기계 수리와 세척·사용 교육 등의 업무도 함께하는 상황인 만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전남지역의 한 농기센터 농기계 임대사업소는 조만간 토요일에 문을 닫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수리 인력 3명이 농기계 200대를 임대·수리하고 있는데, 현재 인력 구조로는 토요일 근무가 어려워서다.



◆인력 채용 쉽지 않아=농기계 임대사업소의 인력 운용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침을 내리면 각 시·군이 인력을 채용하는 구조다. 이처럼 지침 제정과 실행이 이원화된 구조에선 임대사업소의 인력 충원 요구가 반영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농식품부는 일단 6월 중순 개정된 ‘농림축산사업 시행지침’을 각 시·군에 전달해 임대사업소 인력 확충을 권고했다. 농기계 200대 미만을 보유한 임대사업소는 인력을 4명에서 5명으로, 300대 미만을 보유한 사업소는 5명에서 8명까지 인원을 늘리도록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침의 강제성이 없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 시·군이 임대사업소 인력을 새로 채용하려면 예산을 확충해 정원을 늘리고 인력 공고를 내야 하는데, 통상 1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전북지역의 한 농기계 임대사업소 담당자는 “시·군청 인사과에선 농기계 임대사업소의 요청에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실정”이라면서 “농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지 않는 한 인력 확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기지역의 농기계 임대사업소 담당자는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시·군청 인사 담당자, 농기계 임대사업소 담당자들이 모여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영향을 공론화하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모색하는 자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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